기계 진동 줄이려다.. 층간소음 잡고, 핵융합 플라스마 원리로.. 녹조 해결

군산=최인준 기자 2017. 5. 30.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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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연구서 파생된 '대박 기술']
원자력연구원 금속 코팅 기술로 3D 프린팅용 분사장치 개발
정부출연硏서 개발한 아이디어, 기업이 사들여 사업화로 연결

지난 26일 전북 군산에 있는 국가핵융합연구소 플라스마기술연구센터. 연구원들이 90L 크기 통에 물을 붓고 전원을 켰다. 녹조(綠藻)가 발생한 인근 연못에서 가져온 물은 수조 속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탁했다. 물속 전극에 전압을 가하자 빨간 불꽃이 나오면서 기포가 일어났고, 1분도 안 돼 투명해진 물이 배출구로 쏟아졌다. 전극의 불꽃에서 나온 플라스마가 녹조를 일으키는 세균들을 제거해 물이 맑아진 것이다. 태양의 대기처럼 고온·고압 상태인 플라스마는 자외선과 강력한 산화 물질을 내뿜어 녹조를 일으키는 미생물들을 파괴한다.

지난 26일 전북 군산에 있는 국가핵융합연구소 플라스마기술연구센터에서 연구원들이 저온 플라스마 발생 장치를 점검하고 있다. 이 연구소는 핵융합 발전에 주로 이용되는 플라스마를 녹조 제거와 농작물 저장기간 연장 등에 활용하고 있다. /김영근 기자

홍용철 박사는 "플라스마는 황토나 화학약품보다 녹조 제거 효과가 빠르고 2차 오염 우려도 없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지난 23일 이 기술을 특수장치 차량 제작 업체인 이삭특장차에 이전했으며, 이동형 녹·적조 제거 장치로 개발될 예정이다.

플라스마는 원래 1억도 이상의 핵융합 발전에 주로 이용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100도 이하의 온도에서 만든 플라스마로 세균을 죽여 농작물의 저장 기간을 늘리거나 공기 청정기 제작에도 사용한다. 핵융합 개발로 시작한 플라스마 연구가 다양한 기술로 파생되면서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정부 연구소에서 다른 목적으로 개발한 원천 기술이 산업적 가치가 새로 발견되면서 주목받고 있다. 이런 기술들은 실생활에 바로 적용될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

의외의 분야에서 빛을 본 기술들

한국기계연구원 초정밀시스템연구실의 김동훈 박사는 지난해 10월부터 '층간소음 잡기'에 나서고 있다. 기계연구원은 주로 발전 플랜트, 자기부상열차 등 규모가 큰 기계의 기술을 다루는 기관이다. 김 박사도 공작기계 제어 분야 전문가다. 하지만 2·3년 전 윗집에서 발생하는 소음으로 고민하던 끝에 그동안 연구해온 기계 진동 저감 기술을 층간소음에 적용하기로 결심했다. 기계가 일으키는 진동과 아파트 바닥의 충격음이 모두 지진과 같은 '저주파(주파수가 낮은 파장)' 영역이란 점에 착안했다.

김 박사는 아파트 층 사이 공간에 피스톤과 같은 유압 장치들을 여러 개 설치해 소음을 줄이는 기술을 개발했다. 전자 센서가 소음과 충격 크기를 감지하고 이를 전기 신호로 바꾸면 유압 장치 안에 있는 금속 입자들이 반응해 순간적으로 스프링 형태로 뭉치게 된다. 충격 크기에 따라 스프링의 탄성이 자동으로 조절되도록 설계했다. 김 박사는 "실험 결과 소음·진동을 최대 30%가량 줄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아파트 거실 바닥에 매트를 까는 것보다 소음 저감 효과가 3배 높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올해 중 대림산업·현대건설 등 메이저 건설사들과 함께 층감 소음 저감 기술의 상용화 연구에 나설 예정이다.

같은 연구원 노지환 박사(광응용기계연구실)는 지난 2월 레이저로 고가(高價)의 골프채나 명품 시계에 일련번호를 새겨 짝퉁 제조를 막는 기술을 공개했다. 레이저로 반도체에 미세한 선을 새기는 기술을 활용해 명품에 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미터) 크기의 암호화된 패턴을 만드는 것이다.

이강석 경기테크노파크 원장은 "접착제 연구 과정에서 '포스트잇'을 개발한 쓰리엠처럼 연구 분야에서도 스핀 오프(spin-off·파생을 통한 창조) 바람이 활발하다"며 "이런 파생 기술도 결국은 탄탄한 원천 기술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 이전으로 기업 성장 동력 되기도

정부출연연구소에서 개발한 기술들은 국내 기업에서 사들여 사업화로 연결하고 있다. 원자력연구원 핵연료안전연구부의 김현길 박사는 지난달 13일 반도체 제조장비업체인 삼성기전에 2억원을 받고 ‘3D(입체) 프린팅용 분말 공급 노즐’ 기술을 이전했다. 이 장치는 피복관(핵연료를 감싸는 장치) 산화를 막기 위해 금속을 입히는 기술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기존 3D 분사 장치는 금속 가루를 뿌리면 절반가량이 공중에 날아가 효율이 낮았다. 김 박사는 손실률을 25%까지 낮춘 기술을 개발했다. 삼성기전은 이 기술로 차세대 금속 3D 프린터를 제작할 계획이다. 의료기기 제작 업체 티엠비는 지난해 11월 한국원자력연구원으로부터 방사선을 이용한 실리콘 패치 제조 기술을 이전받고 올해 15억원을 들여 전북 정읍의 첨단과학산업단지 내에 실리콘 패치 제조 공장을 새로 짓고 있다. 의료기기 업체 스마테크도 원자력연구원에서 필터 제조 기술을 이전받아 같은 지역에 의료용 필터를 만드는 생산 시설을 새로 지을 예정이다. 정부연구소 지원 기관인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의 박찬호 성과관리부장은 “원천 기술에서 파생된 기술의 기업 이전은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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