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광장] 4차산업혁명, '발상의 전환' 필요하다

2017. 3. 2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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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종 산업연구원 4차산업혁명연구부장
장윤종 산업연구원 4차산업혁명연구부장

벌써 1년 전이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 알파고가 등장하면서 갑자기 4차 산업혁명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작년 이맘때는 4차 산업혁명을 아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웠는데 이제는 4차 산업혁명을 모른다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최근 들어서는 4차 산업혁명 일반론은 이제 알겠으니까 단도직입적으로 우리가 뭐를 하면 좋은지를 얘기해달라는 높으신 분들이 부쩍 늘었다. 아니 제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은 4차 산업혁명을 벌써 다 이해했다고 하니 한국의 벼락치기 학습능력은 역시 세계 최고인가 보다. 그런데 우리의 이러한 속도전은 과연 신속인가 졸속인가?

이 문제에 답하기 전에 먼저 4차 산업혁명이라는 것이 과연 실체가 있는지, 그리고 정말 혁명적인가에 대해 먼저 짚고 넘어가자. 냉소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의 대표주자라고 하면 우선 운전자 없이 차가 스스로 굴러다니는 자율주행차가 떠오를 것이다. 암을 진단하고 개개인에 맞는 치료방법을 제시해주는 길병원에서 도입한 아이비엠의 왓슨도 있다. 아마존이 선보인 계산대 없는 마트도 인상적이다. 미국 노동성에서 고용실적을 발표하면 5분 만에 주가에 미칠 영향을 분석해서 골드만삭스에 보고서를 보내는 인공지능 지식서비스업체 켄쇼도 있다.

그런데 이들이 과연 혁명적인가? 혁명성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단절이다. 파괴적 혁신을 기본으로 하면서 그 파장이 사회 전체적으로 크게 퍼질 때 혁명적이라고 말한다. 한 마디로 산업 패러다임 자체가 변해 기존방식으로는 더 이상 사업하기 어렵다면 혁명적 상황이 아닐까?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혁명성은 아직까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지금은 빙산이 수면에 떠오르기 직전으로 2020년 즈음에 그 파괴력을 실감하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증거가 없지 않느냐고 비아냥거릴 수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수면 위로 올라온 다음에 대응을 시작하면 늦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4차 산업혁명의 특징은 시스템 구축에 있기 때문이다. 단품 장비를 사서 제품을 만들 때는 노하우가 중요했지만 시스템을 도입하면 우리 산업의 강점인 생산기술 노하우가 실력을 발휘할 데가 없어진다. 동일한 시스템을 도입하면 아프리카에서 생산하나 우리나라에서 생산하나 차이가 없다. 이제는 새로운 사업모델을 개발해야 하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새로운 제품력을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두가 하청이 된다. 예를 들어, 스마트공장으로 전환한다고 하자. 자기 제품만 생산할 것이 아니라 다른 기업들도 생산하게 하고 자신은 수요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파악하고 생산업체들에게 수요자 니즈를 반영하도록 요구하는 플랫폼 운영자가 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자율자동차가 파괴력을 갖는 것은 운전을 안 해도 된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을 통해 물류 운송과 나홀로 운전자 문제를 해결하고 자동차 수요구조를 바꿔버리는데 있다. 혁명기에 접어들었는데 기존 사업방식을 고수하면서 신기술 장비를 도입한다고 생존이 보장될까?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혁명성의 핵심은 데이터의 활용이다. 현실세계를 모두 디지털 데이터로 전환하고 그 데이터를 인공지능 등의 도움을 받아 분석해서 잘잘못을 가리고 현실을 개선하는 것이다. 파괴력의 원천은 개개인이 원하는 것을 충족시켜 준다는 데 있다. 지금 우리는 기업이든 정부든간에 공급자들이 주는 대로 수동적으로 받고 있지만 앞으로는 각자가 요구하고 요구한 것을 받는 방식으로 바뀔 것이다.

현재 주요국들의 4차 산업혁명 대응방식은 크게 독일형과 미국형으로 나뉘는 것으로 판단된다. 독일형은 기존 주력기업들이 스스로 변신하는 방식이고 미국형은 새로운 기업들이 도전장을 내밀고 시장을 재편하는 방식이다. 일본은 독일형에, 중국은 미국형에 가깝다. 독일과 일본은 장비와 시스템에 원래 강해 단기적으로 우위를 유지하겠지만 미국과 중국의 속도와 역동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5년만 해도 행동보다 말에 힘이 실렸던 중국의 대응자세는 최근 확 달라진 것 같다. 인공지능을 비롯해서 4차 산업혁명에 승부를 거는 모습이다.

한국형 대응방식은 어때야 할까? 4차 산업혁명의 비전을 구축하고 대응하는 방식이 구태의연하지는 않은가? 20년 전 외환위기를 맞고 네 번에 걸쳐 지식강국, 혁신경제, 녹색경제, 창조경제를 외쳤지만 얻은 것은 무엇일까? 혹시 이에 대한 반성 없이 다시 4차 산업혁명과 데이터 경제를 외치는 것은 아닐까? 그래도 기술과 혁신과 인재가 춤추게 만들 수만 있다면 절반의 성공은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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