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살에 초등학교 졸업장 받는 늦깎이 할머니
경기도 문해교육 학력인정과정 383명 졸업
(수원=연합뉴스) 김경태 기자 = 아흔한 살의 할머니가 뒤늦게 공부를 시작한 지 10년 만에 초등학교 졸업장을 받는다.
1925년생 김연심 할머니가 안양사회교육센터가 운영하는 안양시민대학에 입학하는 것은 2006년이다. 한글 기초를 배우는 병아리반에서 문해(文解·문자해독) 공부를 시작한 그는 지난해 아흔 살에 초등학력 인정반인 지혜반에 진급해 배움의 꿈을 이뤘다.
입학 초기 낙상사고로 6개월 만에 공부를 중단해야 했고, 이후에도 지병인 고혈압과 교통사고 후유증 때문에 중간 중간 쉬어야 했다.
그러나 나이와 질병은 그의 열정과 집념을 꺾지 못했고 공부를 시작한 지 10년에 졸업장을 받게 됐다.
일제 강점기 전남 나주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적 어려운 형편에도 초등학교에 입학했지만 어머니 병환으로 6개월 만에 그만둬야 했다.
한국전쟁 후 격동기를 거치며 배울 기회를 놓친 그는 포목 장사와 하숙업, 숙박업을 하면서 1남2녀 세 남매를 길렀다.
공부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던 그는 여든 나에 '학교' 문을 두드렸다.
지금도 숙박업소를 직접 운영하는 김 할머니는 기초 수준을 배우는 영어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빠른 셈과 풍부한 인생 경험으로 수학과 국어에 재능이 남달랐다고 한다.
그는 "이 나이에 졸업장이라니 꿈만 같다"며 "죽기 전에 학교에 다녀보고 싶었는데 이제는 여한이 없다"고 안양시민대학 최유경 교장을 통해 소감을 전했다.
늦깎이 학생들에게는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고 말하고 싶다"며 "재벌이나 유명인 후손의 재산 다툼을 보면서 자식들에게 재산보다 공부를 물려주고 싶었다"는 명언도 남겼다.
경기도문해교육협의회는 오는 26일 수원시평생학습관에서 성인문화교육초등·중등과정 학력인정 프로그램 이수자 합동졸업식을 한다.
졸업식에는 김 할머니를 포함, 경기지역 45개 초·중학교와 민간기관에서 이 과정을 이수한 졸업대상자 383명 가운데 150여명이 참석한다.
문해교육 학력인정 프로그램은 평생교육법에 근거해 만 18세 이상 성인이 관할 교육감이 설치·지정한 프로그램의 일정한 과정을 이수하면 학력을 인정해주는 제도이다. 정규 교육과정의 일정 부분(초 11%, 중 40%)을 이수하고 영어와 수학도 기초 수준을 배운다.
경기도에서는 2012년부터 시작해 이번에 4회 졸업생(총 1천151명)을 배출한다. 졸업자는 60대와 70대가 가장 많고 대부분이 할머니들이다.
2014년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의 성인문해능력 조사 결과 18세 이상 가운데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읽고 쓰고 셈하기가 불가능한 인구 비율은 6.4% 약 264만명으로 추정됐다.
kt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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