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뉴스]작가의 창, 창조와 그 근원을 연결하는 이미지

이재덕 기자 2016. 1. 11.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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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작가의 창>(마테오 페리콜리 지음, 이용재 옮김/마음산책) 책 첫페이지 글귀가 눈에 들어옵니다. ‘어떤 창문은 몽상을 위한 탈출구지만 어떤 창문은 함께하는 친구다.’ 작가에게 창은 어떤 의미일까요? 책은 제목 그대로 ‘작가의 창’에 관한 그림과 이야기를 엮은 겁니다.

<파리 리뷰> 편집장 로린 스타인은 서문에 “각 창은 시각과 기원을 표현한다. 또한 작가가 컴퓨터 앞에 앉아 보는 저 너머의 광경, 집필.의 원초적 풍경”이라고 썼습니다. 작가의 창은 ‘창조와 그 근원을 연결해줄 이미지’입니다. 그런데 대부분 작가는 창밖 풍경을 일상적으로 무시한다고도 합니다. “일을 위해 스스로 눈을 가리는” 것이죠.

그럼에도 많은 작가들이 “창의 주인인 작가와 그 노동의 상관관계를 시각적으로 묘사한” 마테오 페리콜리의 창 스케치에 화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페리콜리는 2004년 중반 사진으로 창밖을 찍으려고 했습니다. 그는 “사진은 그저 창밖의 풍격을 담을 뿐, 나의 풍경을 담지 못했다. 그래서 창틀도, 그 나머지도 갈색 소포 포장지에 연필과 오일 파스텔로 그리면서, 나는 그토록 오랫동안 와 있는 줄도 몰랐던 많을 것을 처음으로 알아차렸다”고 말합니다.

빨랫줄 하나도 세심히 담아낸 페리콜리의 스케치와 다시 자신의 창밖을 응시하며 스케치에 의미를 더한 작가의 글을 함께 읽어보시죠. 부제는 ‘글쓰기의 50가지 풍경’인데, 그중 7가지 풍경을 전합니다.

■오르한 파무크

오르한 파무크의 창밖 풍경. 터키 이스탄불. 마음산책 제공

“나의 일부는 언제나 경관과 얽혀 있으니 갈매기, 나무, 그림자, 점점이 자리 잡은 배의 움직임을 쫓다 보면 이 세계가 언제난 그 자리에 있으며 흥미진진하고 글로 쓸 만한 대상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어째서 작가는 계속해서 쓰도록, 독자는 계속해서 읽도록 확신을 받는지도 알 수 있다.”

■알라 알와스와니

알라 알아스와니의 창밖 풍경/이집트 카이로

“이 풍경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 2층 빨랫줄에 걸린 실내복이다. 천은 평범하고 소박하지만 주인은 개의치 않는 듯하다. 드레스 상체 부분과 소매에 간단한 디자인을 보탰으니……더 아름다워 보인다. 그렇게 가난에 맞서는 자세를 나는 존경한다. 가난은 비참하지만 그에 맞서다 보면 고귀함이 배어나온다. 그러므로 가난을 격렬하게 동정하지 않으려면 창을 열어 이웃집을 보기만 하면 된다.”

■네이딘 고디머

네이딘 고디머의 창밖 풍경.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마음산책 제공

“나는 작가에게 경치 좋은 방이 필요하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 대신에 환경, 분위기, 작가가 불어넣는 분위기 등 자신만의 경관은 필요하다. 등장인물이 경험하고 보는 것들은 작가가 경험하고 보는 것이며 삶이다. 그러므로 작가에는 풍경이 필요하지 않다. 누군가를 알게 되면 그들이 자아내거나 그들을 에워싼 경치에 완전히 빠져들기 때문이다.”

■에마 라킨

에마 라킨의 창밖 풍경. 태국 방콕/마음산책 제공

“창밖 풍경은 야생과 도시,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동시에 아우른다. 사실과 허구 사이에 선을 긋는 게 여기 태국에서는 덜 분명하며 그 경계선 또한 구멍투성이라는 걸 일깨워준다. 이런 장소에서 이야기가 피어난다.”

■무라카미 류

무라카미 류의 창밖 풍경. 일본 도쿄/마음산책 제공

“마천루를 내다보며 완공 전에 세상을 떠나 결과를 볼 수 없게 된 사람들에 대해 생각한다. 죽으면 누릴 광경이 없어진다는 뻔한 말의 시각적 이미지 같다.”

■레베카 워커

레베카 워커의 창밖 풍경. 미국 하와이 주 마우이/마음산책 제공

“사각형 창틀 너머를 내다보는 마음은 희망과 절망으로 가득 찼으며, 닿고자 하는 영감으로 아찔했고 끊으려고 약동하는 욕망에 추월당했다. 나에게 글쓰기란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가왔다가 멀어지기를 되풀이하는 그네의 줄을 잡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마리아 코다마

마리아 코다마의 창밖 풍경.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마음산책 제공

“그 창문은 세상을 떠난 내 남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서재를 품는다. 그의 조그마한 손글씨가 적힌 빽빽한 고서로 가득 찬, 진짜 바벨의 서재다. 오후 시간이면 나는 일하다가 말고 이 창으로 바깥 풍경을 응시하는데, 그러면 봄 혹은 여름의 재스민이나 오렌지꽃 향이 보르헤스에게 즐거움을 안겨주던 가죽과 책장의 냄새에 뒤섞여 마음을 빼앗는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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