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파업은 기자로 살고 싶어서 부당함에 맞서 싸우는 것"
방송사 동시파업 사태를 바라보는 노종면 전 YTN 기자의 마음은 누구보다도 착잡하다. YTN에서만 15년을 일한 베테랑 기자로 간판 앵커로도 활약했던 그는 2008년 10월 직장을 잃었다. 당시 노조위원장으로,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의 언론특보를 지낸 구본홍씨의 사장 취임에 반대하는 파업을 주도했다는 게 이유였다. 동료 5명과 함께 거리로 쫓겨난 그에게는 'MB정권 해직기자 1호'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최근 해직 언론인들과 팟캐스트 방송 '뉴스타파'를 만들어 다시 마이크를 잡은 노 기자를 6일 전국언론노조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방송사 연쇄 파업에 대해 "기자로 살고 싶어서 부당한 것에 맞서 싸우는 것"이라며 "현 정부하에서 망가진 공정보도를 되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방송사 연쇄 파업 와중에 MBC에서 또 2명이 해직됐다.
"이성을 잃은 듯한 상황이다. MBC뿐만 아니라 지난 4년 간 방송사 경영진이 보여준 행태는 명분과 논리의 싸움이 아니다. 깡패집단에게 두드려 맞는 기분이다."
-MB 정부 들어 언론이 망가졌다고 보는가.
"기자가 모자라 심층취재나 기획부서가 축소되는 것과 별개로 권력에의 유불리를 따져서 보도를 통제하고 그로 인해 조직이 무너지는 현상이 이어져 왔다. 권력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는 것을 현실적으로 인정한다고 해도 이렇게 심각한 적은 없었다. YTN에서 15년 근무하고 해직이 됐는데, 이렇게 노골적으로 보도 아이템을 통제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에게 보복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1980년대 군사정권 시절에도 언론인 숙청 등은 있었지만 정권 초에만 피해가 집중되었고 이후에는 잘 없었다."
-특히 뉴스 연성화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많은데.
"방송에서 '게이트'(권력형 비리)라고 불릴 만한 사항이 보도된 적이 없다. 제대로 검증한 적이 없다는 얘기다. 장관 후보자 하마평도 쓰지 말자는 합의까지 나오는 심각한 상황이다. 검증보도라는 기능 자체가 없어졌다. 보수신문 조중동보다 못하다. 지금 파업은 총선ㆍ대선 때까지 그렇게 보도할 거라면 차라리 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싸우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례가 있는가.
"수박 겉핥기식 생활뉴스는 물론이고 날카로운 시각은 모두 배제되는 상황이다. YTN의 경우를 들면 청와대 인사가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덮으라고 한 것이나 BBK 의혹 관련 김경준의 '가짜편지'를 쓴 당사자 신명씨 인터뷰 특종을 하고도 내보내지 않았다. 위에서 막은 거다. 최근에는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 전 인터뷰를 해놓고도 방송하지 않았다. 청와대 대변인이 스튜디오에 나와서 7~8분 대통령과 국정을 홍보하는 등 어떤 방송에서도 보지 못한 작태가 벌어진다. 2010년 태풍으로 온 나라가 난리였을 때 소방방제청장이란 사람이 그 바쁜 시간에 방송사 스튜디오에 나와 4대강을 홍보하는 게 정상인가."
-몇 년 째 해직 언론인 복직 투쟁을 계속하고 있는데.
"(해직이)부당하기 때문에 돌아가야 한다. 그 외에 다른 이유는 없다. 구체화시키면 방송이라는 공기(公器)가 특정 세력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상황 역시 그런 모순들 속에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해직 언론인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이 잘못된 방송 보도를 바로잡는 상징적인 사건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방송사에서 낙하산 사장 논란은 늘 있었다. 과거엔 외부에서 왔다면 지금은 해당 방송사 기사 출신이 사장으로 앉았는데.
"낙하산은 절대 용인할 수 없다. 대통령 후보시절 캠프에서 일했던 사람이 사장으로 오는 것은 과거에도 흔치 않았다. 해당 언론사 출신이 오는 것은 낙하산을 낙하산 아닌 것처럼 포장하는 것에 불과하다. 김인규 KBS 사장처럼 MB 캠프에 있었던 확실한 낙하산도 있지만, (MBC 대주주인) 방문진 전 이사장이 '큰집 불려가 조인트' 운운했던 김재철 MBC 사장처럼 뚜렷한 전력이 없더라도 정권과 긴밀한 관계인 인사들도 있다. 이들이 재임 기간에 벌인 행태를 보면 낙하산임을 입증하기 충분하다. 이들이 사장이 된 이후 보도가 어떤지 뉴스를 보면 알지 않는가."
-뉴스타파를 응원하는 사람이 많다. 다시 마이크를 잡으며 감회가 남달랐을 텐데.
"뿌듯한 마음 같은 것은 있었지만 비장하지는 않았다.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더 진지하게 하자는 마음가짐이었을 뿐. 그리고 하나 더 기성 매체들 속에 있던 사람들은 시청자, 독자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시청률이나 신문 발행부수 이런 게 허수일 수 있구나 하는. 시청률이나 제작인원으로만 따지면 엄청난 KBS에 비해 조족지혈인 '뉴스타파'가 여론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다."
-지금 취재하고 있는 사안은 무엇인가.
"제주도 강정 문제를 계속 취재하고 있? 현재 한 팀이 내려가서 후속 보도를 준비하고 있고, 서경석 목사가 8일 제주에 내려가는데 그분과 관련된 내育?찾아보고 있는 중이다. '뉴스타파'는 MBC(에서 해직된) 이근행 PD가 총괄하고 영상 취재는 YTN에서 해직된 권석재 카메라기자와 정유신 기자 등이 힘을 합하고 있다. 최근 KBS에서 정직 6개월 처분을 받은 엄경철 전 노조위원장도 가세했다."
-생활은 어떻게 하나. 최근 YTN '희망펀드'가 12억원을 돌파했다는 소식도 있었다.
"노조 관련 일로 해고되거나 정직 당한 사람에게 노조가 월급을 지급해주는데, YTN은 조합 규모가 작아 희망펀드를 조성했다. 조합원이 아닌 분들까지 돈을 내고 있다고 알고 있다. 감사한 일이다."
-해직 상태라, 기자라는 직업의 의미가 더 무겁게 다가올 것 같다.
"기자가 갈수록 기댈 데가 없는 직업이 된 거 같다. 예전엔 내가 취재를 하면 곧 YTN이라는 배경이었기 때문에 존중도 받고 매체에 기댄 측면이 컸는데 그런 부분이 많이 깨졌다. 이제 보도 내용으로 평가 받고 그것만이 기자를 규정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그게 아니면 큰 언론사에 있는 사람들이 싸울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총체적으로 보도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그 언론사에 소속된 누구도 자유롭지 못하다. MBC가 반성문도 내고 싸우고 있지만 그동안 했던 중요한 보도들이 많이 있다. 그것을 집단적으로 깨닫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자가 뭐냐' 물으면, 파업중인 분들도 딱 부러지게 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싸우면서 그걸 확인해 나가는 거다. 기자로 살고 싶어서 부당한 것에 맞서 싸우는 게 아닌가 싶다. 정권 말기에 와서 그러냐는 비판 여론도 있지만, 지금 안 싸우면 기자로 설 수 있는 기회가 없다고 생각한다."
ㆍ 16세차 미녀스타 남편, 더 어린 배우와 불륜 |
ㆍ 고현정, 조인성 품어도… 결국 암울한 앞날? |
ㆍ 日 '김태희 퇴출사건' 배후 알고보니… 경악 |
ㆍ '서인영 노출' 어느 정도였기에… 난리났다 |
ㆍ [포토] '거포' 이대호, 장난스런 모습 |
채지은기자 cje@hk.co.kr
[ⓒ 인터넷한국일보(www.hankooki.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