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말하다] 셔틀랜드 쉽독 '스타' 이야기

2010. 9. 19.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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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 세계화..너는 어느 나라에서 왔니?

누구나 동물병원 앞에서 걸음을 멈춰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병원에 있는 동물의 대부분은 개. 말 그대로 개판이고 그 개들의 대부분이 요크셔테리어, 말티즈, 시츄, 치와와 등 외래견종이다. 우리나라는 애완견의 해외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취향의 다양화가 주된 이유이지만 주거공간이 아파트나 빌라 등으로 바뀌면서 중대형견을 키우기 어려워진 측면도 있다. 진돗개, 풍산개 등 대부분 중대형견인 토종견들은 작고 앙증맞은 외래견들에 비해 애완견 경쟁에게 불리한 위치에 설 수밖에 없어 보인다.

관점을 조금 다르게 본다면 어떨까. 사람이나 식품, 각종 기술뿐만 아니라 개들도 국가적, 지역적 고립을 뛰어넘어 세계 각지로 뻗어 나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개의 세계화인 셈이다.

국내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품종이 아닌 셔틀랜드 쉽독을 예로 들어보자.

영국 스코틀랜드지역 북부의 셔틀랜드제도의 동물들은 상대적으로 다른 지역보다 조그맣기로 유명하다. 이 지역에서 양과 소떼를 관리하는 목양견인 셔틀랜드쉽독 역시 그 체구가 작은 편이다. 셀티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이 견종은 콜리와 비슷한 외형과 온순한 성격뿐만 아니라 작은 체구로 애완견으로서도 인기가 높다.

안지선씨(28)가 기르는 셀티인 '스타'는 2010년 2월 25일생으로 3개월째 되는 달부터 바로 도그쇼에 참가하여 여러 상을 휩쓸어 현재 베이비 챔피언으로 등록되어 있다. 7개월째 되는 스타의 경우 한국에서 베이비가 아닌 어덜트 챔피언까지 마치면 외국으로 도그쇼 참가 기회가 생긴다. 외국에서 수상 경력이 많으면 한국에 다시 들어와 좋은 혈통의 종견으로 활동하게 된다. 교배 비용 또한 100만~200만원정도이며 절대 외부교배는 하지 않는다.

제법 의젓한 스타.

도그쇼에서 우승한 스타.

스타에게는 이미 정혼한 사이도 있다. 실제 부모가 아닌 인간 부모가 짝지어준 사이이긴 하지만 중세 귀족 사이의 정략결혼과 흡사하다. 스타의 정혼견인 파이는 스타처럼 쇼에 나가는 타입은 아니다. 파이는 주인과 함께 뛰어다니며 장애물을 넘는 어질리티 대회를 위해 훈련 중이다. 말하자면 스타家에 들어오기 위해 신부수업을 받고 있는 셈이다.

스타의 정혼견 파이.

스타家의 가계도를 살펴보면 스타의 아버지인 안드레는 미국에서 5세 때 미국의 수많은 혈통 좋은 개들을 제치고 여러 번의 수상 경력이 있는 챔피언이다. 안드레는 스타의 엄마인 제니와 함께 미국에서 활동하다가 한국으로 와 스타와 형제들을 낳았다. 스타의 여섯 형제들은 현재 홍콩과 중국, 미국 시카고, 일본 등 아시아와 북미 대륙으로 흩어져 각종 도그쇼에 참가하고 있다.

스타의 아버지 안드레드.

스타의 어머니 제니.

2010년 7월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조사한 국내 반려동물 사육 실태를 살펴보면 국내 개나 고양이를 기르는 가정의 비율은 17.4%로, 개만 사육하는 경우가 15.7%, 고양이만 사육하는 경우는 1.1%, 둘 다 사육하는 경우는 0.6%이다. 반려 동물을 기르는 가정 중 94.2%의 가정에서 개를 기르고 있다.

국내 애견 시장 규모는 2002년 말 기준 약 1조3천억원으로 추정되며 매년 15~20% 성장하고 있다. 개를 키우는 가구수는 약 1백50만 호이다. 애견수입도 늘고 있다. 2001년 936마리가 수입된 데에 비하여, 2002년 말 기준으로 1만2646마리로 13.5배의 큰 폭으로 증가함에 따라 애견보유 가구 수, 애견인구 또한 큰 폭으로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외래종 수입 외에도 우리나라 대표 품종인 진돗개의 경우 2005년 5월 10일 혈통 등록 등 개 관련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세계 최고 권위의 개 등록기관인 영국애견협회에 순수혈통으로 등록되었다. 이는 셰퍼드, 슈나우저, 로트바일러 등의 개를 수출해서 연간 2조원의 외화를 독일에 비교하면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셈이지만 연간 약 400억원의 수입액을 지출하는 국내 애견 시장에서 한 줄기 세계 진출의 희망을 보였다.

이제는 수입뿐만 아니라 몇 안 되는 개 수출국가가 된 것이다. 이제야 첫걸음을 뗀 셈이지만 머지않아 세계 곳곳에서 진돗개를 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셔틀랜드 쉽독과 진돗개는 이제 더 이상 영국 셔틀랜드 지방의 개와 진도의 개가 아니다. 요크셔테리어를 옆집 아줌마의 품속에서 보거나 독일 공항 감시견으로 셰퍼드가 돌아다녀도 이상하지 않다. 세계화가 선진국으로 후진국의 노동력을 빨아들이는 것과는 조금 다를 테지만 개들도 고향을 떠나 자신의 가치를 알아줄 사람을 찾아 떠나고 있다. 비록 자발적인 선택은 아니었을지라도 대한민국 어디에 가도 찾을 수 있는 이민개들의 적응력은 가히 사람보다 뛰어나다. 그러고 보니 "너는 어디에서 왔느냐"며 서로를 다독이는 개들의 대화를 들은 것도 같다.

이준호/인터넷 경향신문 대학생 기자 (웹場 baram.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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