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밥상은 가속노화 식단”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는 “우리가 먹는 것이 곧 우리 자신이 된다. 음식은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죠. 최근 초가공식품의 위험성이 콘텐츠에서 다시 한 번 화제가 되면서 많은 사람이 자신의 식탁을 돌아보기 시작했어요. 특히 건강한 삶에 관심이 높은 MZ세대 사이에서는 노화를 늦추는 ‘저속노화’라는 말과 함께 초가공식품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어요. 하지만 건강에 대한 고민도 잠시, 편리함 때문에 초가공식품을 완전히 피하기는 쉽지 않아요. MZ 맞춤형 경제 콘텐츠 뉴스레터 '어피티'가 머니레터 구독자 442명 대상으로 MZ세대의 초가공식품을 소비하는 방식과 생각을 들어봤어요. 자세한 내용은 정책주간지 'K-공감'에서 확인하세요.
“초가공식품 주 1회 이상 먹어요” 86%
“내 밥상은 가속노화 식단” 63.3%
초가공식품 찾는 이유? “조리하기 편해서”
초가공식품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지 질문한 결과 답변자 중 61.1%가 ‘초가공식품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다’고 했어요.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느 정도 알고 있다’가 50.5%, ‘매우 잘 알고 있다’는 10.6%에 그쳤죠. ‘들어본 적은 있으나 잘 모른다(27.1%)’, ‘전혀 들어본 적 없다(11.8%)’는 응답까지 고려하면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사실 일반 소비자 사이에서 가공식품과 초가공식품의 경계는 명확하지 않아요. 가공식품은 요구르트나 빵처럼 기본적인 가공 단계만 거친 식품이지만 초가공식품은 많은 양의 인공첨가물이 들어가고 여러 공정을 거쳐 만들어지죠. 냉동식품, 패스트푸드, 가공음료 등 이미 일상 속에 깊이 들어와 있지만 제대로 인식하고 있지는 않아보여요.
초가공식품은 얼마나 소비하고 있을까요? ‘매일 섭취한다’ 9.7%, ‘주 3~4회’ 40.1%, ‘주 1~2회’ 36.2%로 나타났어요. ‘거의 섭취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3%에 불과했어요.
초가공식품을 찾는 이유는 ‘조리하기 편리해서’가 367명으로 압도적이에요. ‘시간이 부족해서(204명)’, ‘경제적 부담이 적어서(158명)’, ‘맛이 좋아서(155명)’라는 응답이 뒤를 이었죠.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58명)’, ‘특별한 이유가 없다(16명)’는 답변도 있었어요. 가장 자주 찾는 초가공식품으로는 역시 ‘즉석조리식품’이 28.8%로 1위를 차지했어요. 다음으로 ‘과자류(21.7%)’, ‘냉동식품(18.3%)’, ‘패스트푸드(17.9%)’, ‘가공음료(10.4%)’ 순이었어요.
이와 관련, 1인가구의 한계라는 목소리가 가장 많았어요. M세대 왕눈이 님과 Jin 님은 이렇게 말했어요. “초가공식품이 건강에 해롭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어요. 하지만 요리에 들어가는 시간과 재료비를 감안하면 1인가구는 초가공식품에 의지할 수밖에 없어요.”
“초가공식품 없는 삶 불가능” 36%
반면 초가공식품으로 인한 건강 염려도 적지 않았어요. ‘고혈압, 당뇨 등 성인병 위험’을 우려하는 응답이 45.7%로 가장 많았고 ‘체중 증가와 비만’을 걱정하는 경우도 33.9%나 됐어요. 11.8%는 ‘가공식품 의존도 증가’가 걱정된다고 말했고 ‘정신건강에 대한 부정적 영향(2.0%)’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었죠.
하지만 식품 구매 때 성분표를 확인하는 비율은 낮았어요. 식품첨가물 등 성분표를 ‘자주 확인한다’가 12.7%, ‘가끔 확인한다’가 23.5%인 반면 성분표를 ‘거의 확인하지 않는다(36.0%)’거나 ‘전혀 확인하지 않는다(27.8%)’는 응답이 많았어요.
또 응답자의 63.3%는 자신의 식습관이 노화를 빠르게 하는 ‘가속노화’에 가깝다고 답했어요. M세대 된장찌개 님은 “그동안 피자나 냉동식품 같은 가속노화 식단을 주로 먹었는데 최근에는 저속노화밥을 미리 지어서 냉동실에 한 끼 분량씩 얼려두고 먹고 있어요. 간편하면서도 몸이 훨씬 가뿐해진 것 같아요”라고 말했어요.
초가공식품이 없는 삶, 과연 가능할까요? 이 질문에는 ‘어렵지만 가능할 것 같다’는 응답이 42.1%로 가장 많았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36.0%였어요. ‘충분히 가능하다’ 7.2%, ‘시도해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다’ 7.7%, ‘초가공식품 없이 지내고 싶지 않다’는 응답도 7.0%였어요. 초가공식품을 줄이고 싶다는 의지가 엿보이지만 건강한 식단을 실천하기 위한 환경도, 대체재도 충분하지 않아보여요.
“건강한 식단 위해 시간·환경 필요” 38.5%
초가공식품으로 인한 사회문제에 대한 우려도 많았어요. 가장 부정적인 영향이 뭔지 묻는 질문에 ‘만성질환 증가’가 47.5%로 절반에 가까웠어요. 다음으로는 ‘건강 불평등 심화(22.4%)’, ‘성장 발달 부정적 영향(10.0%)’, ‘의료비용 증가(9.0%)’, ‘환경오염 증가(8.6%)’ 순이었어요.
특히 건강 불평등 문제에 대해선 신선식품이 사치재가 되는 상황을 우려하는 사람이 많았어요. M세대 밀크티 님은 “가공하지 않은 신선식품을 구매하고 요리하는 것이 어려워지는 사회가 되면 안돼요. 미국만 봐도 10달러로 햄버거를 사는 것보다 신선한 채소를 사는 게 더 어렵다고 하잖아요. 이런 불평등이 건강 격차로 이어지는 거죠”라고 지적했어요.
지갑 사정에 따라 건강한 식품을 선택할 기회도 달라지고 영향 불균형으로 만성질환도 증가하겠죠. 이는 곧 의료비 증가로 이어지고 사회적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겠죠.
초가공식품을 우리 식탁에서 줄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건강한 식생활을 위한 시간과 환경 확보’가 가장 필요하다는 의견이 38.5%로 많았어요. ‘건강한 식품에 대한 접근성 개선(26.5%)’, ‘유해 식품 규제 강화(14.0%)’, ‘개인의 의지와 실천 필요(12.4%)’, ‘식품영양 교육 강화(6.3%)’라는 의견들이 뒤를 이었어요.
M세대 HY 님은 “직장과 집을 오가는 시간만 왕복 세 시간이에요. 자취하는 원룸은 요리하기에 턱없이 좁고요. 대부분의 직장인이 비슷한 상황이에요. 건강한 식생활을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만으론 부족해요”라고 답했어요. 많은 사람들이 HY 님과 비슷하게 노동시간, 거주공간의 크기, 비싼 물가 등 살기 팍팍한 현실에 불만을 토로했어요.
“식품영양 교육이 필요해요”
일부는 식품영양 교육을 꾸준히 이어나가야 한다는 의견을 냈어요. 초가공식품이 건강에 나쁘다는 건 알지만 정작 왜 나쁜지는 구체적으로 모르는 경우가 많거나 저속노화 식단과 관련한 콘텐츠가 유행하지 않았다면 지금 내가 먹고 있는 음식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조차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었죠.
M세대 쿠키보이 님은 “방부제, 착색료, 착향료 등이 제품 구석에 작은 글씨로 적혀 있지만 소비자들은 이 성분들이 무엇인지,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판단하기가 너무 어려워요”라며 소비자가 식품 성분을 이해하고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어요.
현대인의 삶에서 초가공식품을 완전히 배제하기란 어렵겠지만 건강과 편리함 사이 균형을 찾아야 할 때예요. 식품을 고를 때 첨가물이나 원재료를 한 번 더 확인하고, 더 똑똑하고 건강하게 소비하는 방법을 고민해야겠어요. 국민의 건강한 식생활을 위해 정부와 기업 역시 더 노력하고 고민해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