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당 1억’ 강남 아파트, 5년 새 100여곳 늘어…부동산 ‘정책포비아’ 시대 [부동산360]
전국 평당 1억 아파트거래 5년 새 4배로 급증
‘똘똘한 한 채’ 돌풍 속 수요쏠림·양극화 확대
“수요억제용 땜질식 정책, 시장 왜곡 불러”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서 ‘평(3.3㎡) 당 1억원’ 이라는 상징적 계약이 이달 실거래가로 등재됐다. 2월13일 토지거래허가구역(이하 토허구역)이 해제되자마자 값이 튀어오르며, 3월 리센츠 84㎡(이하 전용면적)가 최고가인 33억원에 거래된 것이다. 엘스 59㎡도 같은 달 25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집값이 심상치 않자 서울시는 지난 3월19일 토허구역 재지정을 발표하며 정책을 번복했다. 하지만 집값은 재지정 후에도 이전으로 되돌아가지 않고 있다. 잠실동이 속한 송파구는 모든 아파트가 토허구역으로 묶였지만, 이 후에도 재건축 아파트인 잠실주공 5단지 전용 76㎡(34평)·82㎡(36평) 각각 35억6700만원·39억7500만원 신고가에 매매계약을 맺으며 평당 1억원 이상에 거래됐다.
‘정책으로 부동산 가격을 조정할 수 있다’는 정치권의 오만한 판단은 번번이 틀려왔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이후 집값이 급등하면서 대출을 틀어쥐고 고가주택과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을 무겁게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똘똘한 한 채’가 진리가 되면서 고가 주택일수록 몸값을 높였고 상대적 박탈감이 커졌다.
토허구역 번복으로 고가 아파트 상승세가 재현되자, 정치권에선 다시금 ‘집값 억누르기용 부동산 정책 포비아(공포증)’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들이 공급 확대와 세제 완화 등 공약 카드를 들고 나왔고,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공급으로 노선을 틀었다. 야당이 세금을 집값 잡는 데 활용하지 않겠다는 기조로 돌아선 것도 새 흐름이다.
‘규제가 시장을 이길 수 없다’는 교훈은 2019년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국민평형 85㎡가 평당 1억원을 넘기며 거래된 데에서 찾을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서울 고가 아파트 시장을 잡기 위해 5년간 28번의 대책을 내놨다. 그 중 끝판왕은 ‘평당 1억 거래’ 가 이뤄지자 그해 12월16일 15억원이 넘는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한 것이다. 그러나 다음해인 2020년 아크로리버파크는 40평, 50평으로 평당 1억 거래를 확대했다.
헤럴드경제가 직방에 의뢰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평당 1억원’에 매매된 아파트 단지 수(21일 기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서만 171개 단지로 집계됐다. 5년 전인 2020년(67개 단지)보다 2.5배 가까이 급증한 숫자다.
5년의 시간동안 강남구는 평당 1억원을 넘긴 아파트 단지가 38곳에서 105곳으로 서초구는 24곳에서 54곳으로 늘었다. 송파구는 5곳에서 12곳으로 증가했다.
고가 아파트가 초고가아파트가 된 사이, 중저가 아파트 가격은 오히려 하락했다. KB부동산의 3월 월간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상위 20%(5분위)의 평균 가격은 28억2912만원으로 하위20%(1분위·4억8976만원)의 5.8배에 달했다. 해당통계가 작성된 이래 가장 큰 격차다. 주목할 점은 상위 20%는 평균 가격은 꾸준히 올라 역대 최고 수준인 데 반해, 하위 20%는 2022년 7월 고점이었던 5억8195만원에 비해 여전히 1억원 가까이 값이 낮다는 것이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임기 내 성과’에 집중한 다주택자 규제 강화 기조가 결국 ‘똘똘한 한 채’라는 흐름을 만든 것”이라며 “동시에 정권을 막론하고 공급 부족을 잡지 못해 시장의 불안은 지속되며 양극화 확대를 심화시킨 결과가 나왔다”고 진단했다.
새 정권의 고민은 여기서 출발한다. 부동산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나오든 속도는 다르겠지만 수도권 핵심지 집값 상승은 필연에 가깝다. 통화량 증가와 맞물려 물가 상승 시대엔 실물 자산 가격이 밀려올라가기 때문이다.
대선을 준비 중인 여야 후보들이 부동산 시장 관련 정책에 조심스러운 것도 이 때문이다. 집값 상승이 지금처럼 차별화되면 양극화는 더 손대기 어려워진다.
올 1월 매해 시세 총액 기준 전국 상위 50개 단지를 선정하는 ‘KB선도아파트50’에 처음으로 지방 아파트가 아예 빠졌다. 특히 이중 70%인 35개 단지는 대출 규제를 더 엄격히 적용받는 서울의 규제지역(강남3구 및 용산구)에 해당했다. 자금력이 있는 계층의 시장 지배력이 더 강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때문에 시장에선 강력한 공급확대책은 물론 대출 규제 완화나 세제 완화 등 정책 세분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자산을 모으지 못한 2030세대의 내 집마련을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박합수 건국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정책이 시장의 수요를 억제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강남 집값 잡기에 집중하는 일희일비식 땜질 처방이 아니라 전체 시장의 안정을 위한 빠른 공급 확대책이 급등을 억제할 중장기적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여야 모두 세부 내용은 다르지만 공급 확대를 이야기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세제 이슈도 구체성과 강도는 다르지만, 좀 더 풀어주는 것으로 목소리가 모아진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싱크탱크인 성장과통합은 1가구2주택자 중 지방주택을 보유한 경우 세금을 감면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후보는 2월 당대표 시절엔 상속세 완화 의견도 밝혔다.
국민의힘 후보들은 더 적극적이다. 김문수 후보는 세제 관련해 구체적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부동산 세제를 정상화하겠다”고 밝히며 완화 기조를 분명히 했다. 한동훈 후보와 홍준표 후보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를 들고 나서며 재건축· 재개발 활성화를 통한 공급 확대를 제안하고 나섰다. 홍 후보는 종부세를 없애고 재산세로 통합하겠다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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