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으로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 부동산은 다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부동산 시장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 9월 금융권 대출 규제로 시작된 관망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판단 하에 어느정도 진정세에 접어든 외환·금융시장과는 다른 양상이다.
관망세가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부동산 시장이 금융 시장보다 단기 변동성이 작은 측면도 있지만, 정권에 따라 부동산 정책이 크게 요동쳤던 ‘학습 효과’도 작용한다. 벌써부터 더불어민주당으로의 정권 교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세 부담 상승’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단기간에 급감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의 단초가 된 이른바 ‘태블릿PC 보도’가 있었던 2016년 10월 7만4208건이었던 거래량은 이듬해 1월 3만8086건으로 46.7% 줄었다. 이후 4만건 초반대를 유지하던 거래량은 헌법재판소가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인용한 2017년 3월에야 본격적인 반등을 시작했다.
이같은 양상은 윤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도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10월 기준 서울의 아파트 매매거래는 4000건으로, 금융권 대출규제가 본격화되기 전인 7월(9518건)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12·3 비상계엄 사태 전부터 이미 거래가 주춤해진 상황이었는데,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매수자들이 거래를 보류할 유인이 더 커진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다른 산업과 달리 건설·부동산은 탄핵으로 인한 시장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탄핵소추안 가결이 향후 대선으로 이어지느냐의 여부, 대선 결과 정부가 어떻게 바뀌느냐에 따라 정책방향이 달라질 여지가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임대차 2법 폐지’와 ‘부동산 세 부담 감소’라는 현 정부의 정책 기조가 달라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임차인 보호’와 ‘보유세 강화’를 주장해 온 민주당이 다시 정권을 잡게 되면 집주인들의 세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세수 부족이 심각한 상황인만큼 ‘부족한 세수를 충당할 곳은 부동산 뿐’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탄핵안 가결 직후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차기 대통령이 될 경우 국토보유세가 신설될 수 있다”는 언급이 다수 나왔다. 2022년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가 기본소득 재원으로 제안한 국토보유세는 토지를 가진 사람 모두에게 일정 비율의 세금을 걷는 것으로, 고가 부동산에만 부과되는 종합부동산세와는 차이가 있다. 다만 여론의 반발로 인해 공식 대선 공약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전임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이 부활하면서 유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당초 로드맵 전면 폐기를 선언한 현 정부는 국회 협조를 얻지 못해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을 매년 69%로 동결하는 방식으로 공시가격 추가 인상을 막고 있다. 공시가격은 과세의 기준이 되는 가격으로, 현실화율은 법 개정 없이 정부 시행령만으로도 조정이 가능한 상황이다.
다만 이러한 시장 우려가 과장됐다는 지적도 있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현 정부가 시행한 정책이 많지 않은데다, 야당 내에서도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다’는 인식이 있는만큼 급진적인 정책 전환을 추진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현 정부 공약이었던 ‘종부세 폐지’는 야당 반대로 실현되지 않았지만 ‘다주택 중과 완화’에 대해서는 야당도 크게 반대하지 않고 있다.
‘재산세 과표 상한제’ 역시 지난해 보기 드물게 여야 합의로 통과된 사항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공시가격이 인상된다 해도 과표 상한제에 따라 3% 이내에서만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재산세가 줄어드는 만큼 종부세가 늘어날 순 있지만, 이 역시 야당이 세율 인하에 합의한 만큼 2021~2022년 수준으로 급격히 늘어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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