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도부동산]TK 합치면 미분양 줄어들까? "어데예~"

채신화 2024. 10. 29.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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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7월 대구·경북 행정통합 목표
미분양·집값 등 주택시장 반전 생기나
"도시 커질수록 호재" vs "근본 체질 개선 필요"

대구와 경상북도가 행정 통합에 한 걸음 다가서면서 바짝 얼어붙은 이 지역 부동산 경기를 녹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통합 효과나 이에 대한 기대감으로 경기가 살아나면 미분양 해소, 집값 상승 등을 기대할 수 있다. 통합 논의를 시작한 것만으로도 워낙 침체한 지역 주택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이제 시작 단계로 실제 통합까지는 거쳐야 할 관문이 많다. 통합된다고 해도 인구·일자리 등 근본적인 대책 없이는 주택 수요가 되살아나는 데 한계가 있을 거란 분석도 나온다. 괜한 기대감이 오히려 변동성만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구·경북 미분양주택 추이/그래픽=비즈워치

TK 합쳐 '특별시'…주택시장 영향은?

부동산 업계는 대구광역시·경상북도 통합 지방단치단체(대구경북특별시) 추진에 따른 지역 주택시장 향방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대구경북특별시가 수도인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지위를 얻으면 침체한 지역 부동산 시장이 살아날 수 있느냐가 초미의 관심사다. 

이달 21일 홍준표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은 '대구·경북 통합을 위한 공동 합의문'에 서명하고 2026년 7월 대구광역시·경상북도 통합 지자체를 출범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현재 대구·경북 부동산 시장은 미분양 적체, 공급 과잉 등에 따른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은 올해 6월(7만4037가구)을 기점으로 7월 7만1822가구, 8월 6만7550가구 등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이 중 대구는 지난 7월 미분양 주택 수 1만가구(1만70가구)를 넘겼다가 8월엔 9410가구로 줄었다. 경북은 올해 3월(9561가구)을 기점으로 매월 줄어 8월 7330가구를 기록했다. 그러나 다른 도시에 비해서는 여전히 미분양 물량이 많다.

8월 기준 전국에서 미분양 주택이 가장 많은 지자체는 경기도(9567가구)다. 다음으로 대구(9410가구)와 경북(7330가구)이 뒤를 이었다. 전국에서 대구·경북의 미분양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이 25%에 달한다. 이 지역 인구가 전국의 10% 남짓(약 491만명)인 것에 비하면 확실히 많다. 이어 부산(5652가구), 경남(4996가구), 충남(4715가구), 강원(4712가구) 등 순이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도 위태롭다. 8월 전국 준공 후 미분양은 1만6461가구로 전년 동월(9392가구) 대비 75% 늘었다. 그중에서는 대구는 1640가구로 전년 동기(791가구)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런 상황 탓에 대구와 경북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지정하는 미분양 관리지역에도 2년째 빠지지 않고 있다. 대구 남구와 경북 포항·경주시는 각각 2023년 2월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선정돼 올해 9월9일까지 적용될 예정이었으나, 9월부터 한 달씩 추가 연장되고 있다. 

대구·경북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추이/그래픽=비즈워치

집값도 먹구름이다. 부동산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월간 통계를 보면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올해 6월(92.8%)을 기점으로 7월 93.0, 8월 93.3, 9월 93.5로 오르고 있다. 서울은 3월(93.9)을 기점으로 매월 올라 9월엔 97.9를 기록했다. 전반적으로 하락세가 멈추고 상승세로 전환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대구의 아파트 월간 매매가격지수는 2024년 1월(80.5)을 기점으로 매월 내려 9월엔 77.8을 기록했다. 경북도 5월(99.0)을 기점으로 떨어져 9월 98.5를 기록했다. 

절차는 '산 넘어 산' 통합효과도 '뜬구름'

통합이 이뤄지면 지역 경기가 살아나면서 부동산 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거란 장밋빛 전망이 있다. 대구시는 대구·경북을 통합해 비수도권 거점 경제축으로 조성하기 위한 '대구경북특별시 설치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마련했다.

법안은 △개발특례로 100만㎡ 이상 개발제한구역 해제 △44개 개발사업 인·허가 의제 등의 특례를 통한 산업 용지 확보 △글로벌미래특구(규제프리존) △투자진흥지구 등 획기적인 투자 환경을 조성하는 내용이 담겼다. 

대구정책연구원은 이같은 특례·권한이 확보되면 2045년 GRDP(지역 내 총샌산)는 1512조원으로 연평균 9% 성장해 8.4배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자리 773만개, 인구 1205만명, 사업체 수 236만 개 등으로 현시점 대비 각각 2.8배, 2.4배, 3.8배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도시 규모가 커질수록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도 커질 수 있다"며 "서울도 계속해서 확장해 오면서 결국 인근 수도권 가격이 키맞추기를 한 것처럼 행정 통합 후 비슷한 효과를 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어 "교통망 투자, 도시별 자립도 확충, 산업 유치 등에 힘을 모은다면 수도권 쏠림 현상이 지방으로 분산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자리잡기까지 시간이 오래 소요되기 때문에 단기간에 효과를 보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진 초기 단계인 만큼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일부 도시는 행정 통합을 반대하고 있는 만큼 합의 절차가 필요하다. 안동시의회는 통합 추진에 반발하며 지난 25일 성명서를 냈다. 행정통합특별법의 국회 통과도 장담할 수 없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대표는 "행정 통합 시 과감하게 구조조정을 하고 투자를 한다면 경기가 확 살아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대구는 지금도 입주 물량이 많고 미분양까지 포함하면 공급 물량이 아직도 넘친다. 인구 유출도 이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무엇보다 지방을 살리려면 대학교, 일자리 등으로 인구 유출을 막고 신규 유입을 해야 선순환이 된다"며 "그런 근본적인 해결책을 함께 마련하고 대대적인 체질 개선을 하지 않는 한 부동산 경기가 갑자기 살아나긴 어려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채신화 (csh@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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