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대책 핵심법안 17개 모두 계류중…첫발도 못 뗀 '공급작전'
입법·개정 필요한 핵심과제
3개월 동안 1개도 통과 못해
재초환 폐지, 野 반대로 발목
정비사업 절차 5단계 간소화
국토위 소위서 논의도 안 돼
2~3년 뒤 '공급절벽' 불보듯
"8·8대책 법안 논의 서둘러야"
◆ 주먹구구 주택공급 ◆
만성적인 공급 부족으로 집값 불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정부가 내놓은 8·8 대책 역시 지지부진한 입법으로 실제 공급 구멍을 메우는 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수도권 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내놓은 8·8 대책 발표 후 3개월이 지났지만 핵심 정책은 단 한 개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2~3년 뒤 서울을 중심으로 극심한 '공급 절벽'이 예고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8·8 대책 당시 발표된 정책과제는 총 49개다. 이 중 35%인 17개 과제는 법을 새로 만들거나 바꿔야 실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국회 문턱을 넘은 법안은 단 한 개도 없다. 아예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회의 안건으로조차 못 오른 법안이 상당수다. 법안이 발의만 됐을 뿐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셈이다.
이 중 핵심은 정비사업 절차를 크게 7단계가 아닌 5단계로 줄이는 정책이다. 재개발 등 정비사업 초기 단계인 기본계획과 정비계획, 중·후반 단계인 사업시행계획과 관리처분계획을 동시에 세울 수 있는 내용이다. 국토부는 이로써 정비사업 일정이 3년 정도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법안이 국토위 소위원회에서도 논의가 안 되는 상황이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공사비가 치솟아 사업성이 떨어지는 가운데 재초환이 또 다른 걸림돌이 돼선 안 된다고 본다. 하지만 야당은 이미 작년에 재초환법을 한 차례 완화했다는 입장이다. 법이 개정된 지 1년도 되지 않아 폐지에 나서는 건 과도하다고 반대하고 있어 법안 통과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공공기여를 줄여주는 대책도 법 개정이 필수다. 공공기여는 정비사업으로 인한 수익을 임대주택, 도로, 공원 등으로 기부채납하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조합에서 사들이는 임대주택 가격을 올려주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정부는 표준 건축비를 기준으로 임대주택을 인수한다. 하지만 표준 건축비는 오랜 기간 동결돼 건축 원가에도 미치지 못한다. 국토부는 이에 인수 가격 기준을 물가상승분이 반영되는 기본형 건축비의 80%로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이 개정돼야 실제로 적용이 가능하다.
국토부가 8·8 대책에서 단기 공급 과제로 제시한 비아파트 시장 활성화 방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빌라 등 비아파트에 6년짜리 단기등록임대 사업을 도입하는 법안은 국회 상임위 문턱만 넘은 상황이다.
정부는 당장 올해 매입임대주택 목표치를 5만4553가구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감에서 지적한 바에 따르면 실제 사들인 임대주택은 전체의 5.7%에 불과한 3101가구뿐이다. 애초에 달성할 수 없는 목표를 세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주택 공급 절벽이 예고된 만큼 안일하게 대처할 때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수도권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8만2542가구다.
수도권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내년 상반기 7만5376가구, 하반기 5만2760가구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급 부족이 가장 심한 건 2026년으로 전망됐다. 수도권 아파트는 2026년 상반기 3만7546가구, 하반기 3만6917가구가 집들이에 나선다. 이 중 서울 아파트는 상반기 3485가구, 하반기 4369가구로 집계됐다. 한 해를 통틀어 신규 아파트 물량이 1만가구도 공급되지 않는 셈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지금부터 서둘러도 공사 기간을 감안하면 2026년 공급 축소는 사실상 되돌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2027년 이후에라도 공급이 원활히 되도록 해야 한다"며 "8·8 대책에 포함된 법안에 대한 논의가 서둘러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중장기적으로 도심에 주택 공급을 확대하려면 정비사업과 관련된 법 개정이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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