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전세보증 주택가격 산정 방식 바꾼다…감정평가도 활용
내주 전세대책서 발표…건설임대 사업자에는 '126%' 적용 예외 검토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박초롱 기자 = 국토교통부가 현재 공시가격 기준인 다세대·연립 등 빌라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주택가격 산정 방식을 합리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공시가격 하락으로 보증 가입이 어려워진 빌라가 늘고, 빌라 기피 현상이 아파트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제도 손질에 나서는 것이다.
보증 물건의 주택가격 산정 시 사실상 배제해오던 감정평가 방식을 다시 활용하되, 감정가를 높게 부풀리는 '과다 감정'(업 감정)을 막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17일 부동산 업계와 관가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다음 주 발표하는 전세시장 안정 및 주택 공급 활성화 대책에 이런 내용의 보증제도 개선안을 포함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지난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이 전세사기에 악용됐다는 지적에 따라 보증 가입요건을 대폭 강화했다.
주택가격 산정 때 공시가격 적용 비율을 150%에서 140%로 강화한 데 이어 보증 가입을 허용하는 전세가율도 집값의 100%에서 90% 이하로 조정해 전세보증금이 '공시가격의 126% 이하'일 때만 보증 가입을 허용했다.
정부는 또 가격 산정 방식에서 시세가 우선인 아파트와 달리 연립·다세대·다가구 등 비아파트는 공시가격 기준을 1순위로 적용하고, 주로 사용하던 감정평가 방식은 과다 감정 등을 문제 삼아 마지막 후순위로 미뤘다.
이로 인해 과거 전셋값이 공시가격의 150%에 해당하는 금액까지는 전세 보증 가입이 됐지만, 지난해부터 126% 기준을 맞추지 못해 보증 가입에서 탈락하는 빌라가 속출했다.
특히 올해는 연립·다세대주택의 공시가격이 작년보다 더 떨어지며 보증 가입이 한층 어려워졌다.
실제 수원의 한 원룸은 현재 전세보증금이 8천만∼1억원 선인데 올해 공시가격은 4천만원에 불과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이 불가능한 것으로 나다.
현재 빌라나 단독·다가구 등은 공시가격이 실제 매매가의 50∼60% 수준에 그치는데 반면, 빌라 전셋값은 공시가는 물론 매매가에 육박하는 경우가 많은 상황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주택가격을 보다 합리적으로 산정하기 위해 비아파트 주택가격 산정에서 후순위로 밀려있는 감정평가 방식을 다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주택가격 산정 때 현재 4순위인 감정평가를 1순위로 우선 적용할 수 있도록 하거나, 현재 1순위인 공시가격 기준과 감정평가 방식을 비교 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지난해 개편한 '공시가격 126%'(공시가격 적용 비율 140%·전세가율 90%)의 기준은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다.
현재 다세대·다가구 등 다중주택은 아파트와 달리 부동산원이나 KB 등의 공신력 있는 시세가 제공되지 않고, 정부의 안심전세 앱에도 가격이 누락된 주택들이 많아 시세 활용 방식은 한계가 있다.
다만 정부는 이때 보증 가입을 위해 과다 감정이 이뤄지지 않도록 평가 기준을 종전보다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감정평가로 주택가격을 산정할 때 감정평가협회가 추천한 40개 평가업체 가운데 과다 감정 문제가 제기된 7곳을 제외한 33개 업체 중 한 곳을 임대인이 정해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평가업체 선정 기준을 보다 강화해 공신력 있는 업체로 평가 기관을 축소하고, 평가사와 임대인이 짜고 평가금액을 부풀리지 못하도록 임대인에게 주어진 평가업체 선정 권한을 HUG에 이관하는 방안 등을 함께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보증제도를 손보는 것은 맞지만 공시가격 적용 비율이나 전세가율을 건드려 보증 가입을 확대하려는 것은 아니다"라며 "규제 완화보다는 주택가격을 합리적으로 산정하는 것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가 빌라 보증제도를 개선하려는 것은 보증 가입이 어려워진 빌라 임차인의 주거안정이 위협받고 있는 데다, 빌라에서 이동한 전세 수요가 아파트 전셋값까지 끌어올리고 있어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이번 주까지 52주 연속 오르며 작년 5월부터 1년째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국토부는 주택 등록임대사업자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임대사업자의 임대보증금 보증의 가입 기준도 전세보증금 반환보증과 동일한 기준으로 손질할 방침이다.
정부는 올해 7월부터 임대보증금 보증도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처럼 '공시가격의 126%' 기준을 적용하기로 하면서 보증 가입이 어려워 등록 말소 위기에 처했다는 임대인들의 개정 요구가 빗발쳤다.
건설사가 주택도시기금을 지원받아 공급하는 건설임대주택은 매입임대사업자와 달리 전세사기나 보증금 미반환 문제가 크지 않은 점을 고려해 임대사업자 보증 가입 시 종전 기준(공시가격의 150%)을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주택업계는 건설임대 사업자에도 '공시가격의 126%'로 강화된 기준을 적용할 경우 임대보증금 보증 가입을 위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반환해줘야 하는 규모가 3조∼4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기준 완화를 요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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