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지연에 분양가 상승···3기 신도시 이어 ‘뉴홈’ 공공분양도 우려
정부가 3년 만에 폐지 방침을 밝힌 공공분양 사전청약 제도는 이명박 정부 때 도입됐다 입주 지연 문제를 드러낸 채 2년 만에 폐기됐던 제도다. 부동산 가격 급등기인 문재인 정부 때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와 집값 안정을 위해 다시 도입했지만 사업 지연 문제는 여전했고, 분양가 급등까지 겹치면서 당첨자들만 정부 정책의 희생양이 됐다.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를 시도했던 윤석열 정부도 사전청약 제도는 공공분양 주택 ‘뉴홈’ 홍보에 대대적으로 활용한 뒤에야 폐지를 결정했다.
이명박 정부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제를 운영했다. 무주택 서민을 위한 보금자리주택 150만호를 공급키로 하면서 중·소형 약 70만호는 사전예약제로 본청약보다 1년 앞서 공급하기로 했다. 분양가는 추정 분양가를 제시하고 본청약까지 유지했다.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제는 1차 지구가 평균 4.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다. 분양가도 주변 시세의 50~70% 수준으로 저렴했다.
그러나 2·3차 지구의 본청약이 계획보다 3~5년 늦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토지보상 지연, 문화재 발견 등으로 착공 후 실시하는 본청약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는 사례가 많았다. 예컨대 하남감일 A4·B3·B4 지구는 사전예약 후 7~8년 후에야 본청약이 실시됐고, B1 지구는 10년이 걸렸다.
당첨자로서는 착공과 입주가 늦어지면 전세 계약을 갱신하거나 주거 계획을 다시 세울 수밖에 없다. 입주를 포기하는 당첨자도 많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2009~2010년 사전예약 당첨자 중 실제 입주 비율은 41%에 그쳤다.
문재인 정부는 2021년 7월 사전청약제를 다시 시행했다. 3기 신도시 조기공급으로 서울 중심 매물을 찾는 수요층을 분산해 집값을 안정화하자는 취지였다.
사전예약제와의 차이점은 추정가만 안내하고 실제 분양가격은 본청약 때 확정한다는 점이었다. 주변과의 ‘이중가격’으로 인한 시장의 불만과 적정가를 받지 못해 발생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손실 문제를 막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사전청약제는 사전예약제에 없던 문제까지 발생했다. 사전예약제 당첨자는 대부분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주택을 공급받기라도 했지만, 사전청약제 당첨자는 본청약 때 분양가가 확정되면서 공사 지연 기간 발생한 공사비 인상과 이로 인한 고분양가 부담까지 지게 됐다.
예컨대 본청약이 1년4개월 늦어진 파주운정3 A22의 전용면적 74㎡ 추정 분양가는 3억8074만원이었지만 확정 분양가는 3억9182만∼4억2060만원으로 최대 3986만원(10.5%) 올랐다. 본청약이 2년 넘게 늦어지는 지구의 분양가는 더 오를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는 사전청약제를 2022년 12월 민간분양에서 폐지했지만 공공분양은 지난해까지 유지하면서 1만 가구를 공급했다. 공공분양 브랜드 ‘뉴홈’ 홍보를 위해서였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사전청약을 받으면 자격을 포기하지 않는 한 다른 주택 청약을 할 수 없는데, 사업 기간이 하염없이 길어지면서 집값은 오르고 제도도 바뀌어 당첨자가 볼모가 될 수밖에 없다”며 “실효성이 떨어지는 정책이었던 만큼 시행 중단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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