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전세금 돌려줘” 임차권 등기 신청, 올해 58% 늘었다
전세금 미반환 우는 세입자
8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4월 전국의 임차권 등기 명령 신청 건수(집합건물 기준)는 1만791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1339건)보다 58% 늘었다. 2년 전(2022년 1~4월) 2649건과 비교하면 6.7배 급증했다.
임차권 등기는 임대차 계약 종료 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가 등기부등본에 미반환된 보증금 채권이 있다는 사실을 명시하는 제도다. 세입자가 임차권 등기를 마칠 경우 이사를 하더라도 보증금을 돌려받을 권리(대항력·우선변제권)가 유지된다. 임차권 등기 명령 신청 건수가 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전세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가 많다는 의미다.
임차권 등기 명령에도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 임차인은 전세금반환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보통 임차인이 승소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면 강제 경매를 진행해야 한다. 전세사기가 주로 발생한 빌라의 경매 건수도 역대 최고로 늘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4월 서울 빌라 법원경매 진행 건수는 총 1456건으로 집계됐다. 월간 기준으로 2006년 5월(1475건) 이후 가장 많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사고 건수(대위변제)도 늘고 있다. HUG는 전세보증금반환보증에 가입한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 이를 대신 갚아준 뒤 주택을 매각하거나 경매에 부쳐 돈을 회수한다. HUG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HUG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사고 건수는 6593건, 사고 금액은 1조4354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보증사고 규모(7973억원)보다 80% 더 많다.
전세사기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지난 1일에는 대구에서 전세사기 피해를 본 30대 여성이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 고인은 전세 사기로 세상을 스스로 떠난 8번째 피해자다. 이런 가운데 국회에서는 ‘선(先)구제, 후(後)회수’를 담은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마련된 개정안은 지난 2일 본회의에 부의됐으며,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인 28일에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피해자의 보증금 반환 채권 매입에 3조~4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으나, 시민단체 등은 최대 5850억원 수준일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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