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비중, 미국이 중국 앞질렀다
지난 1분기 대(對)미 수출액이 2003년 4분기 이후 처음으로 대중 수출액을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를 중심으로 대미 수출이 늘어난 덕이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대미 수출 호조가 한국을 향한 '무역 압박'의 소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18일 내놓은 '우리나라의 대(對)미국 수출구조 변화 평가 및 향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 대미 수출액은 310억달러로 대중 수출액(309억달러)을 웃돌았다.
2020년 이후 대미 수출은 미국의 견조한 소비와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 산업정책에 따른 투자확대에 국내 기업들이 기민하게 대응하며 호조를 보였다. 2011년 최저 수준(10%)을 기록했던 대미 수출비중은 지난해엔 18%로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대미국 수출구조 변화의 특징을 살펴보면 2020년 이후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은 미국 소비와 투자와의 상관관계가 상당폭 높아졌다. 이는 팬데믹 이후 미국의 산업정책 본격화와 미·중 갈등 심화 등으로 미국의 대중국 직접수입은 줄어든 반면 대한국 직접수입은 증가한 데 일부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 대미 수출에서 신성장산업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꾸준히 확대되면서 중간재 품목이 다양해졌는데, 이는 대미 수출의 회복탄력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중간재 수출을 세부품목별로 보면 2000년대 초반에는 반도체 비중이 대미 중간재 수출의 절반을 차지했으나 점차 화공품, 철강, 자동차 부품 등의 비중이 늘어났다. 최근에는 신성장산업(이차전지, 양극재)의 비중이 빠르게 증가했다. 중국과 아세안5 국가들에 대한 중간재 수출이 반도체, 디스플레이패널 등 일부품목에 집중돼 있는 것과는 상반된다.
우리 기업들이 전기차 등 첨단 제품들이 새롭게 출시될 때마다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기민하게 대응하는 점도 미국에 대한 수출 호조세에 영향을 미쳤다. 최근엔 미국의 친환경정책 추진에 따른 수요 증대에 적극 대응한 결과, 전기차를 중심으로 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향후 미국경제는 내수가 호조를 지속하면서 견조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에 따라 대미 수출도 당분간 양호한 흐름을 나타낼 전망이다.
다만 중장기적 관점으로 보면 한국 기업의 대미국 외국인직접투자(FDI)에 따른 수출 증가 효과가 점차 줄어들 전망이다. 미국은 산업구조 특성상 수입중간재 투입비중이 낮고 생산비용은 높아 FDI를 확대하더라고 우리 중소기업들의 동반진출이 어렵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또 앞으로 소비시장 내 자동차 등 기존의 주력수출품목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등 첨단분야에서도 미국 시장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대규모 대미국 무역흑자에 따른 미국의 대한국 무역 제대 가능성도 우려된다.
남석모 한은 조사국 국제무역팀 과장은 "과거 미국은 대한국 무역수지 적자 폭이 커지거나 자국산업보호에 대한 여론이 고조될 때 각종 무역제재를 강화한 사례가 있다"며 "2017~2018년 중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FTA 재협상 추진과 세이프가드 등을 시행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와 기업은 최근의 양호한 대미 수출 실적에 안심하기보다 통상정책적·산업구조적 리스크에 집중하며 리스크에 대비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보고서는 "통상정책 측면에선 에너지·농축산물 등에서 미국으로부터의 수입 다변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이는 통상압력 완화뿐 아니라 공급선 다변화를 통한 에너지·먹거리 안보 확보와 중기적 시계에서 국내 물가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산업구조적 리스크 요인에 대한 근본적인 대응책은 끊임없는 기술혁신을 통해 수출 경쟁력을 제고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첨단분야에서의 핵심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선 해외유출 유인을 낮추기 위한 기업과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미선기자 alread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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