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때는 ‘비주택’, 세금 낼 땐 ‘주택’…오피스텔은 왜 ‘애물단지’ 됐나
투자 매력도 떨어지자 시장엔 ‘찬바람’
“구축 오피스텔, 법 이중 잣대의 희생양”
(시사저널=조문희 기자)
"5000만원이 모자라서 오피스텔을 샀습니다. 주변 아파트보다 시세가 20~30% 저렴했거든요. 싼 데는 이유가 있었어요. 주택이 아니라는 이유로 디딤돌대출 같은 정책 대출을 하나도 받지 못했고, 취득세도 아파트보다 수백만원을 더 냈어요. 오피스텔 살면서 전기요금이나 수도요금도 다르게 적용받았고요. 그런데 팔 때는 주택이랍니다. 주택으로 볼 거면 대출이나 세금 규제도 아파트와 똑같아야하는 거 아닙니까?"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의 한 오피스텔에 11년째 거주 중인 이아무개씨(40)의 말이다. 2013년 당시 신축 급이었던 이 오피스텔의 시세는 옆 단지 구축 아파트보다 5000만원 저렴했다. 이씨는 실거주 목적으로 이 오피스텔을 2억원대에 구입했고, 당시 취득세로 1000여 만원을 냈다. 오피스텔엔 취득세가 4.6% 부과되기 때문이다. 아파트였으면 여러 감면 혜택을 받아 300만원 수준이었을 취득세를 오피스텔이란 이유로 3배 넘게 낸 것이다.
2021년 국내 부동산 호황기에 주변 집값이 빠르게 뛸 때에도, 이씨의 집은 오피스텔이란 이유로 저평가됐다. 같은 평수의 바로 옆 구축 아파트 시세가 9억원을 호가할 때 이씨의 집은 6억원대에 머물렀다. 이씨는 최근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하기 위해 집을 내놓았지만, 보러 오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이대로면 이씨는 다주택자로 분류돼 양도소득세 폭탄을 맞게 된다.
얼어붙은 오피스텔 시장…"보러 오는 사람도 없다"
부동산 침체기에 오피스텔이 직격탄을 맞았다. 시장 호황기엔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대출 규제가 덜한 오피스텔이 아파트 대체재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시작된 부동산 침체기에 거품이 빠르게 꺼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아파트 규제까지 대폭 완화되면서, 오피스텔 소유주들은 상대적으로 '찬밥' 신세에 놓였다고 하소연한다.
오피스텔은 주택법이 아닌 건축법을 적용받는다. 주용도가 업무용으로 지어진 건물이라서다. 대출도 주택담보대출이 아닌, 토지나 건물 등에 적용되는 부동산담보대출을 받는다.
물론 주거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 당시 대출 규제가 심할 때 LTV(담보인정비율) 40%를 적용받던 아파트와 달리 오피스텔은 7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어 '영끌족' 수요가 몰렸다. 청약을 넣을 때에도 오피스텔은 주택으로 보지 않아, 무주택 신분으로 청약 당첨을 노리는 이들이 많이 찾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선 오피스텔 시장이 '마피스텔(마이너스+오피스텔)'로 불릴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거래량은 절벽 수준이고, 매매가는 내리막길이다. 부동산R114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수도권에서 거래된 오피스텔 매매 건수는 1만1700여 건으로, 2021년 동기 3만2100여 건 대비 3분의 1 토막 났다. 매매가도 떨어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국 오피스텔 매매가는 3분기에 비해 0.56% 하락했다.
"오피스텔 산 게 죄"…'역차별'에 뿔난 소유주들
오피스텔 시장이 위축된 이유는 '낮은 투자 매력도'에 있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시장 침체기에 아파트도 거래가 안 되는 상황에서 오피스텔에 부과되는 각종 세제상 불이익을 떠안을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연초 주택시장 규제 완화로 수도권 중심으로 아파트 시장이 회복되면서 대체재인 오피스텔의 투자 매력이 크게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실제 아파트는 이전보다 규제가 상당 부분 완화됐지만, 오피스텔은 그렇지 않다. 오피스텔은 세법상 주택으로 간주돼 아파트와 똑같이 양도세와 종합부동산세 대상이다. 2020년 지방세법 시행령 개정으로 주거용 오피스텔을 '주택 수'에 포함하기로 한 뒤부터다. 당시 부동산 과열을 잡기 위해 정부가 다주택자에 취득세를 최대 12%까지 부과하는 안과 함께 내놓은 조치였다.
윤석열 정부 들어 아파트 취득세는 현재 1~3%대까지 낮아졌다. 하지만 오피스텔 취득세는 4.6%로 그대로다. 아파트보다 최대 3배 이상 더 내야하는 셈이다. 여기에 대출을 받을 땐 오피스텔을 주택으로 보지 않는다. 부동산담보대출은 주택담보대출보다 금리가 보통 2~3%포인트 더 높고, 보금자리론 등 정책 금융상품도 주택이 아니기 때문에 받을 수 없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비(非)아파트 공급 활성화 정책에서도 기존 오피스텔 소유자는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정부는 '1·10 부동산 대책'에서 2025년까지 준공되는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 신축 비아파트를 살 때 취득세와 양도세, 종합부동산세 등 세금 산정 시 주택 수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그러나 구축 오피스텔은 포함되지 않고, '소형‧신축'으로 대상이 한정되면서 '역차별' 논란이 제기된 상태다.
앞서 지난 12월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규제 완화를 요구한 국민청원은 동의 5만 건을 넘겨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넘어갔다. 해당 청원을 낸 전국비아파트총연맹(이하 전비총) 측은 "오피스텔은 법 적용에 있어 이중 잣대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국회 교통위는 "구축 오피스텔에 대해서도 정부의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보인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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