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당 1억' 넘어도 완판…"오늘 가장 싸다" 고분양가에 한숨 푹푹

백민정 2024. 1. 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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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밀집 지역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에 사는 회사원 김모(42)씨는 나날이 치솟는 분양가에 한숨이 나온다. 최근 3.3㎡(평)당 평균 분양가가 1억1500만원에 달해 화제를 모았던 서울 광진구 광장동의 ‘포제스 한강’ 아파트가 평균 6.1대 1의 경쟁률로 1순위 청약이 마감됐다는 소식을 듣고서다.

전용면적 84㎡ 분양가가 최소 32억원에 이르는데도 이처럼 ‘수요’가 받쳐주니 앞으로도 입지가 괜찮은 곳은 분양가가 계속 오를 수 있다는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 민간 아파트 분양 가격은 “오늘이 가장 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매달 올랐다. 28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서울 민간 아파트 분양 가격은 3.3㎡당 3500만원으로 1년 전 대비 17% 비싸졌다.

민간 아파트 분양가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주택도시보증공사]


분양가가 오른 건 기본적으론 시멘트 등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 땅값 상승 등이 분양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1·3 부동산 대책에서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서울·경기 주요 지역이 규제지역에서 해제된 영향도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변 시세보다 낮게 분양하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게 돼 사실상 시행사가 분양가를 자체적으로 책정할 여지가 커졌다는 것이다. 비규제 지역은 HUG와 지자체의 고분양가 심사를 받지 않는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HUG의 고분양가 심사 ‘허들’이 사라지니 아무래도 시행사나 조합에선 공사비 인상분이나 고금리로 인한 금용비용 등을 분양가에 반영할 여지가 커졌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분양가 상한제에서 벗어난 서울·경기 주요 지역에서 유례 없이 고분양가 청약이 잇따랐다. 지난해 9월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캐슬 이스트폴’은 평균 분양가가 3.3㎡당 4050만원으로 나와 ‘강남 못지 않은 분양가’란 평가가 나왔다. 84㎡ 최고 분양가가 14억9000만원이었다.

김주원 기자


동대문구에선 불과 몇 달 새 분양가가 4억원씩 뛰는 사례도 나왔다. 지난해 4월 ‘휘경 자이 디센시아’ 84㎡ 최고 분양가가 9억7600만원이었는데 8월 분양한 ‘래미안 라그란데’ 같은 평형 최고가는 10억9900만원이었다. 10월 ‘이문 아이파크 자이’는 14억4000만원대에 나왔다. 같은 자치구에서 불과 6개월 만에 분양가가 4억6000만원가량 치솟은 것이다. 아무리 공사비와 사업 비용 인상분을 감안하더라도 분양가 통제 기능을 상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깜깜이’ 분양가 책정에 대한 우려도 커질 수밖에 없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는 서울 서초구 ‘신반포 메이플 자이’ 평당 분양가가 최근 6705만원으로 책정됐다. 그런데 광진구 ‘포제스 한강’은 한강변 단지에 호화 커뮤니티시설, 고급 자재 등을 적용한 점 등을 내세워 평당 분양가를 1억1500만원으로 책정했다.

포제스 한강 조감도. 포제스 한강 홈페이지 캡처


HUG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 땐 분양가만 따로 심사해 적정 여부를 따지지만 비규제 지역은 그렇지 않다”며 “분양보증심사에서 분양가는 여러 평가 항목 중 일부일 뿐”이라고 말했다.

광진구청도 “광진구가 분양가 상한제 지역에서 빠지면서 별도로 분양가를 심사할 권한이 없다”며 “분양보증서 금액대로 분양 승인을 내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건설업계는 지나친 고분양가는 시장에서도 외면해 무작정 분양가를 높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고분양가 논란을 빚은 ‘이문 아이파크 자이’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 등은 미계약 사태가 벌어져 수 차례 무순위 청약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입지나 상품성이 뛰어나면 대부분 ‘완판’되는 경우가 많아 선호 지역의 분양가는 계속 오를 거란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포제스 한강’도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가 2~3배 비쌌는데도 총 106가구 모집에 646개의 청약통장이 몰렸다. 분양가 32억~44억원인 84㎡에는 21가구 모집에 가장 많은 507명이 몰려 ‘완판’이 예상된다.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분양가격을 통제하기보다 시장 원리에 따라 가는 게 기본적으론 바람직하다”면서도 “지금은 공급이 많지 않은 상황인데 시세를 훨씬 벗어난 분양가가 나오는 건 다시 규제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어 시장에는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최근 고분양가 논란을 주시하고 있다”면서 “주택 공급이 위축되지 않는 수준에서 분양가 책정이 될 수 있도록 필요한 대책을 마련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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