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진단 없이 재건축? 넘을 법만 18개…野 협조 절실한 尹 대책
정부가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고 소형 주택 세제 감면 등을 골자로 한 1·10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지만 법 개정이 필요한 내용도 적지 않아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1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10 부동산 대책 관련 세부 추진 과제는 총 79개로, 이 중 절반 이상(46개)이 법 또는 시행령 개정사안이다. 시행령 개정은 정부가 곧바로 추진할 수 있지만 법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란 의미다. 개정안 국회 통과가 필요한 과제는 18개다.
가장 대표적인 게 재건축 착수 요건을 대폭 완화한 ‘패스트트랙’ 도입이다. 준공 30년이 넘으면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 착수를 허용하는 내용이다. 안전진단이 재건축 초기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했던 터라 시장에선 기대감이 적지 않다. 정부는 관련 제도 개선 내용을 담은 도시정비법 개정안을 2월 중 발의할 계획이다.
이 밖에 신축 소형주택(60㎡ 이하, 아파트 제외)에 대한 취득세 50% 감면은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단기 등록임대 복원은 민간임대주택법 개정안, 도시형생활주택 건축 규제(300가구 미만) 폐지 관련해선 주택법 개정안을 각각 2~3월 발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4월 국회의원 선거(총선)를 앞두고 법안 통과 가능성에 의문도 제기된다. 민주당이 1·10 부동산 대책에 대해 수도권 표심을 잡으려는 총선용 대책이라고 보는 시각이 강해서다. 민주당은 10일 정부의 대책 발표 후 “총선용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재건축 안전진단 관련해선 법안 심사 첫 관문인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도 의원별로 입장 차이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6월 국민의힘 김희국 의원은 1기 신도시 특별법 관련 법안 심사에서 안전진단 면제 사항을 두고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10일 논평을 내고 “재개발·재건축 개발이익은 토지주와 개발업자들에게만 집중된다”며 “30년 이상 된 모든 아파트가 재건축을 시작한다면 유주택자와 무주택자 간 자산 불평등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8월 폐지한 단기 등록임대 도입도 민주당이 수용하기 어려울 거란 예상이 나온다.
다만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11일 기자 간담회에서 “여야가 재건축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제도 개선을 하자는 데 합의가 돼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며 “기본 정신은 합의가 돼 있기에 국회 통과가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개정안 국회 통과가 관건”이라며 “야당 의원들을 만나 정책을 잘 설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해 1·3 부동산 대책 때도 분양가 상한제 주택에 대한 실거주 의무 폐지안을 내놨다가 야당의 반대로 주택법 개정안이 통과 안 돼 1년 넘게 정책을 집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에도 정책 발표 후 자칫 법 통과가 늦어질 경우 실수요자의 혼란만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그간 정부가 정책을 발표하면 국회 통과되는데 1년 이상 걸리거나 폐기되는 사안이 적지 않았다”며 “중요 정책일수록 집행이 늦어지면 시장에선 부작용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동산 같은 주요 정책은 당정뿐 아니라 야당과도 사전 협의를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면서 “실수요자들도 정책 추진 상황을 봐가며 부동산 전략을 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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