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양가에 이자 부담"… 올해 분양물량 13년 만의 최저 수준

정영희 기자 2023. 12. 20.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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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부동산 정보제공 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청약시장 분양 성적은 입지나 가격 경쟁력에 따라 온도차가 극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양가 인상 기조와 이자 부담 등 청약시장 '옥석가리기'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공급시장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착륙을 위해 정부가 노력을 거듭하고 있지만, 금융·자금조달 환경이 악화될 여지가 커 비수도권 사업지 또는 리스크에 취약한 건설업체들의 부실화가 가속화될 수 있다./사진=뉴시스
대출 규제를 대폭 완화한 1·3 부동산대책에도 고금리 기조로 자금 부담이 가중됨에 따라 적정 분양가에 따른 수요 집중과 상품성 등을 갖춘 이른바 '돈 될 만한 곳'에 청약 통장이 몰리는 선별 청약 양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0일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서 23만1549가구(예정물량 포함)가 공급됐다. 2010년 17만2670가구 이후 13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상반기 분양실적은 7만4723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16만5436가구) 대비 45% 수준에 그쳤다.

미분양으로 인한 자금흐름 악화와 원자잿값, 인건비 인상 등에 따른 분양가 상승 압력이 커짐에 따라 건설업체들의 분양 지연 사례가 늘어난 영향이 크다. 올 3분기부터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 연착륙 가능성이 높아지고 청약 시장 분위기가 개선되면서 4분기에만 연간 총 공급량의 절반에 가까운 10만5190가구가 집중됐다.

백새롬 부동산R114 책임연구원은 "지방도시를 중심으로 분양시장의 위축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연말 분양예정 물량이 내년으로 이월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미분양 누적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대구나 울산 등은 내년 상반기까지도 공급 재개에 조심스러운 움직임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내년 전국 아파트 평균 청약경쟁률은 12.3 대 1로 지난해(7.5 대 1) 대비 소폭 상승하며 두 자릿수를 회복했다. 지역별 청약양극화는 더욱 심화됐다. 평균 청약경쟁률이 전국 평균을 상회한 지역이 지난해 8곳에서 내년 3곳으로 줄었고 1대 1 청약경쟁률에 못 미친 미달 지역은 2곳에서 3곳으로 확대됐다.

서울은 평균 청약경쟁률이 59.5 대 1을 기록하며 전국에서 청약열기가 가장 뜨거웠다. 규제지역 추첨제 확대와 1·3 대책 영향으로 강남3구(강남·송파·서초)와 용산을 제외한 서울 전역이 규제지역에서 해제되면서 금융·세금·청약 기준 완화로 시장 진입 문턱이 낮아졌다.

규제지역 내 다주택자 주택담보대출 허용과 중도금 대출 분양가 상한선(12억원 한도) 등이 폐지됨에 따라 청약 당첨자의 자금 조달 부담 또한 줄며 지난해에 비해 고조된 청약 흐름을 나타냈다.

지방에서도 충북과 대전 등은 산업단지 인접지와 분양가상한제 적용 단지를 중심으로 양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백 연구원은 "신축 아파트 공급 진도율이 저조한 상황에서 내년 분양가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대기 수요가 꾸준한 인기지역은 서둘러 청약 기회를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질 것"이라며 "고금리 장기화로 수요층의 금융비용 부담이 커진 만큼 단지별 분양가 적정성과 입지, 상품의 특장점 유무에 따라 선별청약 경향이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올해 전국 3.3㎡당 평균 아파트 분양가는 1806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1521만원)에 비해 285만원 올랐다. 규제지역 해제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이 서울 강남3구와 용산으로 축소된 데 이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관리대상에서도 벗어나면서 높아지는 분양가에 제동을 걸 만한 장치가 사라진 영향이 크다.

내년에는 '2030 국토교통 탄소중립 로드맵'에 의해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이 의무화됨에 따라 건축비용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국제 정세 불안으로 원자재값 변동성이 커지며 추가적인 분양가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3.3㎡당 평균 아파트 분양가격은 3529만원으로 지난해(3476만원)보다 소폭 상승했다. 강북을 중심으로 신규 분양이 몰렸음에도 마포·성동·동대문 등에서 전용면적 84㎡ 기준 13억~14억원대로 분양가가 책정되며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제주의 평균 분양가격은 2447만원으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았고 ▲광주 2131만원 ▲부산 1952만원 ▲경기 1885만원 순으로 집계됐다. 울산, 대구 등은 위축된 분양경기가 반영되며 지난해에 비해 분양가격이 낮아졌다.

고금리와 원자재 가격 상승,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경색 등으로 주택공급 여건이 악화되면서 장래 주택 수급불균형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올들어 10월까지 주택 인허가는 전년 동기 대비 36%(42만8000가구→27만3000가구) 줄고 착공 실적도 14만1000가구로 전년 동기(33만가구) 대비 57.2% 감소했다.

정부는 공공주택 공급물량 확대와 민간의 신규 인허가 촉진과 착공 조기화를 유도하기 위해 '9·26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공공주택 물량 확충을 위해 3기 신도시 등 3만가구를 포함해 신규택지 8만5000가구, 민간물량 공공전환을 통한 5000가구 등 총 12만가구 추가 공급을 예고했다. 민간주택시장의 원활한 자금조달을 위해 PF대출 보증 확대와 중도금 대출 지원 등 금융지원을 확대하고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의 실거주의무 폐지 등 규제 정상화 입법도 완료할 예정이다.

백 연구원은 "정부가 공급 의지를 표명하면서 중장기 공급 부족 이슈를 완화시킬 것으로 보이나 높은 금리 수준과 업황 부진이 길어진다면 PF 부실 위험 규모가 확대될 수 있다"며 "공공주택의 차질 없는 공급과 더불어 수요 회복이 빠르게 이뤄져야 민간 건설업체의 참여를 독려해 공급을 확대할 수 있다. 내년 총선 결과도 주택정책의 변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분양가 인상 기조가 이어지고 금융비용 부담이 가중될수록 청약 수요층의 가격 민감도가 커지고 있는 평가다. 내년 분양시장은 서울 등 일부 선호 지역 내에서도 입지와 단지별 분양가 수준에 따라 청약 온도차가 심화되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백 연구원은 "비수도권은 사업성 확보가 불투명해 공급물량에 대한 변동성이 큰 상황"이라며 "청약 대기자들은 산업단지 등 양질의 일자리가 풍부한 지역과 개발·교통호재 여부 등을 고려해 비교적 수요가 뒷받침될 수 있는 단지 위주로 선별청약하는 '족집게 청약'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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