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급발진 의심’ 손자잃은 할머니, 아들 부부에 무릎 꿇었다

김자아 기자 2023. 10. 6.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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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강릉에서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로 12살 손자를 잃고,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된 60대 할머니가 지난 3월 첫 경찰조사를 마치고 아들의 부축을 받으며 경찰서를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강원 강릉에서 급발진 의심 사고로 12살 아들 도현군을 잃은 아버지가 가족의 근황과 사건의 진행 상황을 밝혔다.

도현군 아버지 A씨는 지난 5일 방송된 JTBC ‘한문철의 블랙박스 리뷰(한블리)’에 출연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지난해 12월 강릉의 한 도로에서 발생한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를 다뤘다.

A씨는 사건 이후 어머니의 근황에 대해 “외출하실 수 있을 정도로 건강을 회복하셨다. 그래도 외출을 못하고 있다. 사람을 만나는 걸 두려워한다. 사건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무너지신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6일 강원 강릉시 홍제동의 한 도로에서 60대 여성운전자가 몰던 SUV 승용차가 빠른 속도로 질주하다 도로 인근 지하통로에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JTBC '한블리'

지난해 12월6일 강릉 홍제동의 한 도로에서 도현군이 타고 있던 SUV 차량에서 급발진 의심 현상이 일어나 큰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도현군은 사망했고, 당시 운전대를 잡았던 할머니(68)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돼 지난 3월 경찰조사를 받았다. 할머니는 손자가 떠난 지 300여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손자를 숨지게 한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된 상태다.

사고 당시 크게 다친 할머니는 의식을 회복한 뒤에서야 손자의 사망 소식을 접했다. 뒤늦게 비보를 들은 할머니는 “나도 같이 갔어야 되는데. 내가 도현이 없이 어떻게 사냐”며 오열했고, 이 모습이 방송을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A씨는 “올해 도현이 없이 맞이하는 첫 명절에 어머니 집에 갔다”며 “어머니께서 달려 나와서 무릎을 꿇고 미안하다고 사죄하셨다”고 했다. 이어 “어머니는 잘못이 없는데 잘못했다고 하고 도현이는 없고, 그 모든 상황이 힘들어서 아내랑 뒤도 안 돌아보고 나와서 바다로 달려가 말없이 한참을 울었다”고 덧붙였다.

'급발진 의심' 사고로 손자를 잃은 할머니가 아들 부부에게 무릎을 꿇은 모습./JTBC '한블리'

A씨 가족은 도현군 할머니의 무죄를 밝히기 위해 차량 제조사를 상대로 민사소송 등을 진행 중이다. A씨는 “사고 후 9개월이 지났다. 여전히 어머니는 형사 입건된 상태”라며 “어머니의 잘못이 있다 없다의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답답한 상황”이라고 했다.

한문철 변호사는 국회 계류중인 이른바 ‘도현이법(제조물 책임법 일부법률개정안)’을 언급하며 “제조물 책임법이 통과되면 한국에 급발진 사고가 많다는 오해가 생겨 수출 감소로 이어질까 봐 자동차 제조사들이 반발이 심할 것”이라면서도 “(급발진 의심 관련) 형사사건은 무죄 판결이 계속 나오고 있다. 도현이 사건도 할머니는 무죄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도현이법’은 피해자가 차량 결함의 원인을 입증해야 하는 현행법을 ‘차량에 결함이 없었다는 사실을 자동차 제조업자 등이 입증해야 한다’고 바꾼다는 내용이다. 이씨 가족이 지난 2월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올린 ‘급발진 의심 사고 발생 시 결함 원인 입증 책임 전환 청원’ 글에 5만 명이 동의하면서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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