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 지하차도 참사… 3차례 경고에도 통제 안 했다
충북 청주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가 지난 15일 폭우로 물에 잠겨 최소 13명이 숨졌다. 이 지하차도에는 최소 15대의 차량이 있었기 때문에 사망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미호천교 인근 제방이 무너져내려 유입된 물이 지하차도를 덮쳤고, 2~3분 만에 지하차도는 6만t의 물로 가득 찼다. 폭우로 인한 자연재해였지만, 이번 사고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인재(人災)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사고 전까지 최소 세 차례의 홍수통제관리소와 주민 경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하차도 통제는 없었다.
사고가 일어난 시각은 15일 오전 8시 40분이었다. 4시간여 전인 이날 오전 4시 10분, 금강홍수통제소는 미호천교 주변에 홍수 경보를 발령하고 국무총리실, 행정안전부, 충북도, 청주시, 흥덕구 등 기관 76곳에 통보문과 문자를 발송했다.
사고 발생 두 시간 전인 오전 6시 34분에는 금강홍수통제소가 유선으로 청주 흥덕구청에 주민 대피·통제를 요청했다. 이어 사고 한 시간 전에는 궁평1리 이장을 지낸 장찬교(68)씨가 119에 “제방이 유실될 것 같다”는 취지의 신고를 했다고 한다. 119는 이와 같은 사실을 시청에 알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충북도와 청주시, 흥덕구청은 제방 근처에 있는 궁평2지하차도를 통제하지 않았다.
세 차례 경고에도 관계 기관이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이, 궁평2지하차도는 15일 오전 8시 40분 범람한 미호강 물로 삽시간에 가득 찼다. 청주의 747번 급행버스는 폭우로 통제된 다른 길을 피해 이곳 지하차도를 지나다 사고를 당했다. 이번 사고로 숨진 9명 중 5명이 버스 안에서 발견됐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2019년 전국의 위험 지하차도 145곳을 세 등급으로 분류하고 ‘호우경보’ 등이 발령되면 통제하도록 했다. 궁평2지하차도는 통제되지 않았는데, 충북도 도로관리사업소가 별도의 세부 매뉴얼을 운영했기 때문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도 매뉴얼에는 지하차도 중앙이 50㎝ 잠겨야 도로가 통제되도록 돼 있어 사전 통제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궁평2지하차도 침수 당시 국무총리와 행정안전부 차관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회의를 열고 전국적 상황을 점검 중이었다고 한다. 충북 지사는 괴산댐 월류 현장을 방문 중이었고, 청주 시장은 주택가 침수 현장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오송 지하차도 사고는 정부 대응 시스템의 사각(死角)지대에 있었던 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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