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이 전세사기 지뢰밭…“2년 전 갭투자 열풍이 초래한 후폭풍”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robgud@mk.co.kr) 2023. 4. 21.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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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값 폭등에 깡통전세 급증
세입자 고통호소에도
국회 계류 전세사기 법안 30여건
지난 8일 서울역 앞에서 출발한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한 추모행진이 용산구 대통령실 방향을 향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2년 전 집값의 70%이상을 전세로 끼고 사는 갭투자 열풍이 보증금 미반환(전세사기) 후폭풍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무리한 갭투자가 양산한 깡통전세로 인해 보증금 반환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세입자들의 아우성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21일 박상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토교통부로 제출 받은 ‘갭투자 현안 관련 자료’에 따르면 전국서 아파트값의 70% 이상을 전세보증금으로 충당한 건수가 2020년 2만6319건에서 2021년 7만3347으로 178%나 급증했다. 1년 사이 2.7배로 불어난 셈이다.

이 자료는 주택취득자금 조달 및 입주계획서를 제출한 주택 거래를 대상으로 조사했다.

같은 기간 자기자본을 한푼도 안들인 ‘무자본·마이너스 갭투자’ 증가량도 4배(1847건→6986건)에 육박했다. 해당 조달계획서 기준 집값의 70% 이상을 기존 보증금으로 충당한 비율은 2020년 7.0%에서 2021년에는 11.6%로 높아졌다. 100가구 중 11가구가 깡통전세 거래란 의미다.

이는 2021년 7월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셋값이 폭등한 데 기인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당시 4년치 인상분을 한번에 받으려는 집주인들이 크게 늘면서 전세를 끼고 주택을 투자하기가 쉬운 환경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여러 채를 갭투자로 사들이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정성진 어반에셋매니지먼트 대표는 “통상 무갭투자는 아파트와 빌라 등 저가 소형 주택을 여러채 사들인 경우가 많다”면서 “세입자 입장에서는 임대인이 파산이나 어려움을 겪게 되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전세 사기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어 “통상 갭투자는 집값과 전세가격 중 하나만 올라도 보증금을 반환이 가능하지만, 매매가와 전세값이 동반하락하면 상황이 달라진다”면서 “2년전 깡통전세 급증과 맞물려 아파트도 전세사기 대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환경이 됐다”고 진단했다.

국회 계류 중인 전세사기 피해구제·재발방지 법안들
특단의 대책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논의 부재로 국회(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서 계류 중인 전세사기 피해구제와 재발방지를 위한 법안은 30여개에 달한다.

전세보증금 회수 대책으로 제시되는 공공매입 방안을 위한 법안이 발의돼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 공공기관이 보증금 반환채권을 매수해 피해 임차인에 우선 보상하는 방식이다. 이후 공공기관은 매입한 채권을 기초로 해당 주택을 매입해 되팔거나 공공임대주택 등으로 활용하는 식으로 채권 매입 비용을 회수한다.

앞서 조오섭 의원은 지난달 30일 이같은 내용은 담은 이른바 ‘깡통·전세사기 구제법’(주택 임차인의 보증금 회수 및 주거안정 지원을 위한 특별법)을 대표발의했다.

조 의원은 “현행법 체계에서는 임차인의 개별적인 권리행사만으로 보증금을 회수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특별법을 통한 집단적 권리구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심상정 의원도 지난 3일 ‘깡통전세 공공매입 특별법’(임대보증금미반환주택 임차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을 발의했다.

정부는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 19일 서울역 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세금으로 선순위 채권자들에게 좋은 일을 시키는 데 대해 국민들이 동의하겠느냐”면서 “이는 피해자를 도와주는 방법이 아니다”라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우선변제권 보증금액을 상향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현행 우선변제권 보증금액은 시행령에서 규정하는데, 임차인의 보증금액이 전세보증금 시세를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병욱 의원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우선변제권 보증금액을 정할 때 지역별 보증금 평균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전세사기에 대한 정부의 전반적인 관리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도 제시된다. 정부가 피해 예방과 피해 현황 파악, 피해자 보호·지원을 위한 기구를 설치하고 전문인력을 지원하는 등 조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허종식 의원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검토되고 있다.

전세사기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소형 빌라와 오피스텔을 분양대행업 관리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의 부동산서비스산업진흥법 개정안이 박정하 의원 발의로 나와 있다. 현재 분양대행업 관리 대상은 30호 또는 30세대 이상의 단독주택 또는 다세대 주택으로 국한된다.

김학용 의원은 감정평가사가 부동산 관련 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 자격을 취소하는 내용의 감정평가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임대인 관련 정보 공개 확대 방안도 있다. 임대차계약이 끝난 후에도 임차인에게 1억원 이상의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나쁜 임대인’ 명단을 공개하는 주택도시기금법 개정안과 세금 체납 시 임대사업자 등록을 불허하는 민간임대주택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는 했으나,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아울러 김민철 의원과 박상혁 의원은 각각 민간임대주택법 개정과 주택도시기금법 개정안을 내놨다.

민간임대주택법 개정안은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려면 지자체에 납세증명서를 제출해야 하고, 임대사업자가 세금을 일정 규모 이상 체납하면 등록을 말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은 공인중개사가 중개의뢰인에게 세금 미납 열람 신청 권한을 설명하고, 임대인이 임대사업자일 경우 보증금 보증 가입에 관한 사항을 전달하도록 의무화 한 것이 주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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