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통령실 전당대회 개입’ 정황 제보자 “제 가족이 걱정된다”
김 후보 지지·안 후보 비방글 공유 두고
‘문제 되지 않는다’식의 대응 의도 나빠
“저는 일개 국민이고, 그쪽은 최고의 권력기관인 대통령실이잖아요. 왜 걱정이 안되겠어요. 제 가족도 걱정되고, 일에도 문제가 될 거고···”
대통령실 행정관의 국민의힘 전당대회 개입 정황을 폭로한 제보자는 7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제보자는 “제 개인적인 이득만 생각했다면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쪽(대통령실)에 붙어 있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옳지 않은 일을 계속 갖고 간다는 게 스스로 용납이 안됐다”고 제보 경위를 밝혔다. 대통령실의 전당대회 개입 정황에 대해 문제제기하지 않았다면 제보에 따른 두려움을 안지 않은 채 살아갈 수 있었다는 뜻이다. 그가 속한 카카오톡 단체채팅방(단톡방)은 평소 활동하는 지역 사람들과 함께 대통령실 간담회에 참석한 것을 계기로 만들어진 곳이다. 대통령실이 제보자를 포함한 지역 관계자들을 초청했다.
이후 제보자는 간담회 당시 만난 행정관 A씨로부터 ‘김이 이김’이라는 단톡방 초대와 김기현 후보 지지 글의 공유를 요청받았다. 제보자와 A씨, 선임행정관 B씨가 함께 속한 단톡방에서 행정관 C씨가 정체를 알 수 없는 D·E씨를 초대, D·E씨가 김 후보 지지 성격의 글과 안철수 후보 비방성 게시물을 거듭 올리는 일도 벌어졌다.
제보자는 대통령실과 김 후보가 ‘단톡방에 들어간 것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 않느냐’는 취지로 반응한 데 대해 “핵심 내용은 답변은 하지 않고 문제가 안된다는 것만 기사로 뿌리는 자체가 의도가 나쁘다고 본다”며 말했다. 대통령실이 ‘사실관계를 확인해보겠다’는 취지의 답만 반복하는 데 대해선 “(윤석열) 대통령께서 직접 나서달라”고 청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안 후보 당선 돕기 위한 폭로 아냐”
“불공정 과정 보고 있기 좋지 않았다”
-제보 이후 걱정이 많이 될 것 같다.
“저는 일개 국민이고, 그쪽은 최고 권력기관이잖나. 아무런 힘도 없는 사람이 대통령실을 향해 문제제기를 한다는 건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사태가) 흐지부지 끝나고, 내가 누군지 언젠가는 다들 알게될 텐데, 걱정이 왜 안되겠나. 수사가 진행되면 제가 참고인으로 불려갈 수도 있는 거고. 제 가족들도 걱정되고, 일에도 문제가 될까봐 걱정된다. 저를 대통령실에 초대해준 선량한 분들이 피해를 보지 않을까, 아무것도 모르는 제 가족들이 시달리게 되지는 않을까 수없이 고민했다.”
-경향신문 보도가 나간 이후 대통령실이나 김기현 후보는 ‘불법은 아니지 않냐’ ‘단체 채팅방에 공무원이 들어간 게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기사를 제대로 읽어보지 않고 얘기한 거라고는 생각도 하기 싫다. 그냥 물을 흐리기 위해서 그러는 것 같다. 제대로 관심 있게 보지 않는 사람들, 본인들의 지지자들에게 영향을 끼치지 않는 선에서 얘기를 하는 게 아닐까. 분명히 기사에서 D를 초대한 사람이 C라고 얘기하고 C와 D의 관계가 뭐냐고 답변을 요청했는데, 핵심 내용은 답변하지 않고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기사만 뿌린다. 그 자체로 의도가 나쁘다고 본다.”
-대통령실 행정관 A씨가 제보자에게 직접 연락해 김 후보 지지성 게시물의 전파를 요청했다는 데 대해서도 특별히 답을 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
-안철수 후보 당선을 위해 폭로한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분을 도와줘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터뜨린 것이 아니다. 상대에 대해 불공정하게 하는 과정을 옆에서 보고 있기가 좀 그렇더라(좋지 않더라).”
-‘김이 이김’ 방에 D씨와 E씨도 있던가(제보자는 A씨 초대로 해당 방에 들어갔다가 얼마 만에 나왔다).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A씨는 나를 초대했으니 (‘김이 이김’ 방에)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열열이 사랑해’(카카오톡 닉네임)라는 분도 있었다.”
-대통령실과 여당에 바라는 바가 있나.
“(제보자는 자신의 심경이 담긴 글을 기자에게 보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대통령님이 바로 잡아주십시오. 잘못된 건 ‘잘못되었다’ 인정해주시고 새롭게 시작해주십시오. 이런 일도 그냥 넘어간다면 국민 분들은 정부를 신뢰하지 못할 거라 생각합니다.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이 보고 배울 수 있는 표본을 만들어주십시요. 공정과 상식이 무엇인지 꼭 행동해주실 거라 믿습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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