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토막’ 인천 송도 아파트 반등하나] 송도 아파트 급매물 소화…월 거래량 증가 지속은 불확실
정부의 1·3 대책으로 부동산 규제가 완화된 이후 아파트값이 반 토막 났던 인천 연수구 송도동(송도)의 거래량이 살아나고 있다. 1월 거래량은 전달 거래 건수를 넘어섰다. 현지 공인중개업소에서는 집주인들이 매물 가격을 올리는 등 최근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전했다. 다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급매가 소진되면서 거래량이 늘었지만, 이 분위기가 계속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봤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2월 15일 기준 송도의 1월 아파트 거래량은 186건이다. 전달인 지난해 12월 송도 아파트 매매는 120건으로 1월 거래량이 이미 전달을 앞섰다. 아직 실거래 등록 기준일 30일이 지나지 않은 거래 건들이 추가로 등록될 것을 고려하면 1월 거래량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아파트 가격도 1월 들어 소폭 반등했다. 1월 송도에서 가장 많이 거래된 아파트는 ‘송도더샵퍼스트파크’로, 현재까지 22건 거래됐다. 전용면적 84㎡는 7억8000만~8억5000만원에 손바뀜됐다. 지난해 12월 7억6000만~7억9000만원에 거래된 것에 비해 시세가 올랐다.
두 번째로 많이 거래된 아파트는 ‘e편한세상송도’로 19건 거래됐다. 전용면적 84㎡가 5억4000만~6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2월 이 아파트는 총 15건, 전용면적 84㎡가 5억7000만~6억5500만원에 거래된 것에 비하면 거래량과 시세가 소폭 올랐다.
송도 ‘반 토막’ 아파트, 거래 늘었지만 가격은 더 떨어져
실거래가가 절반 하락해 ‘반 토막 아파트’로 불린 ‘더샵송도마리나베이’의 거래량은 지난해 12월 6건에서 1월 13건으로 한 달 만에 두 배 이상 늘었지만 가격은 더 떨어졌다. 1월 전용면적 84㎡ 거래가 5억8500만~6억8700만원에 손바뀜됐는데, 이는 전달 6억~7억5000만원보다 2000만~6000만원가량 떨어진 가격이다. 하지만 최근 호가는 6억3000만원부터 형성돼 있다.
이 단지는 지난해 9월부터 거래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8월까지는 전용면적 84㎡ 기준 월평균 거래량이 0.5건에 그쳤지만, 9월에는 한 달 동안만 4건을 기록했다. 가격은 평균 7억6400만원에 거래됐다. 11월에는 평균 가격 7억100만원에 6건, 12월에는 평균 6억8000만원에 5건이 이어서 팔렸다. 하락장이 심화하면서 평균 매매 가격이 계속 떨어진 것이다. 10월에는 거래가 없었다.
공급 당시 일반분양가는 전용면적 84㎡가 최고 7억8400만원으로 3.3㎡당 2306만원이었다. 1월 신저가(5억8500만원)와 비교하면 1억9900만원, 3.3㎡당 가격은 585만원 떨어졌다. 1월의 높은 매수세는 이같이 가격이 하락하자 저가로 매수하려는 수요가 이어진 결과로 분석된다.
이 아파트는 경매에 부쳐지기도 했다. 더샵송도마리나베이 경매 매물은 지난해 12월 응찰자 34명이 경합하며 6억2464만원에 낙찰됐다. 하지만 낙찰자의 대금 미납으로 재매각이 결정됐다. 2월 인천지방법원 경매16계에서 진행된 재매각 입찰은 전용면적 84㎡가 최저 입찰가 4억5080만원으로 나왔다. 입찰에 성공한다면 신저가(5억8500만원)보다 낮은 금액에 소유권을 확보하게 된다.
현지 공인중개업소에서는 최근 분위기 전환이 실제로 감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단지 인근 A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매수자들이 지금 가격이 바닥이라고 생각해 ‘줍줍’하는 느낌으로 거래하고 있고, 매도자들은 매물을 거두지 않거나 가격을 안 올리면 다행인 상황”이라면서 “지금 깎아달라는 요구는 씨알도 먹히지 않을 정도로 몇 주 사이에 분위기가 바뀌었다”라고 했다.
매매가-전세가 격차 줄면서 갭투자 성행
송도에 저가 매수가 가능한 가격대에 매물이 많이 나오자 외지인 거래도 늘었다. 송도가 속한 연수구 주택 거래 3건 중 1건은 외지인 투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인천 연수구 주택 거래 365건 중 매입자 거주지가 관할 시도 외 서울·기타인 경우가 128건으로 35%를 차지했다. 매입자의 거주지가 연수구인 경우는 169건, 인천시 다른 동네인 경우는 68건으로 조사됐다.
외지인 대다수는 아파트를 샀다. 주택 거래 365건 중 아파트 거래가 337건이었다. 서울 거주자가 32명, 서울 이외 지방 또는 외국인 등 기타 거주자가 82명으로, 114건(33.8%)이 외지인 거래였다.
송도는 지난해 11월 규제지역이 해제돼 세금과 대출 등 투자 여건이 좋아진 데다 롯데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사이언스 등 기업 투자가 늘면서 아파트 갭투자가 활발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매매 가격이 단기간 급락한 데 비해 전셋값 하락이 속도를 못 따라가면서 소액 갭투자가 가능한 조건이 형성된 것으로 풀이된다.
송도에서도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가 가장 적은 아파트는 최근 6개월간 통틀어 송도 1공구 ‘더샵엑스포10단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단지에서 5000만원 갭투자 거래가 확인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전용면적 84㎡가 지난해 11월 17일 6억8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일주일여 만인 11월 25일 6억3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돼 5000만원에 갭투자가 이뤄진 것이다.
1공구는 채드윅 국제학교와 포스코 자사고, 학원가가 형성되어 있어 인천의 대치동으로 불린다. 병원과 상가 등 상권도 잘 형성돼 있고 인근에 송도 센트럴파크도 있어 송도에서도 거주 만족도가 높은 곳이다. 또 ‘송도풍림아이원2단지’ 전용면적 84㎡ 역시 지난해 12월 10일 5억원에 거래된 뒤 약 두 달 만인 2월 6일 3억7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매매가와 전세가 격차는 1억3000만원이다.
집값 하락 폭도 줄기 시작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월 첫째 주 -1.32%로 인천에서 가장 큰 하락률로 시작한 인천 연수구 집값은 하락 폭을 매주 줄여 2월 첫째 주 0.47%까지 좁혔다. 연수구는 1월 넷째 주까지만 해도 인천에서 가장 집값이 많이 내려간 자치구였지만, 2월 들어 남동구와 함께 전주보다 하락 폭을 줄인 두 개 자치구 중 하나가 됐다.
“인천 ‘입주 폭탄’ 탓 집값 당장 회복은 어려워”
거래량과 외지인 투자가 늘고 있지만 내년까지 이어지는 인천 아파트의 입주 물량은 송도 부동산 시장 회복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인천은 올해 4만9037가구를 포함해 내년까지 8만676가구 아파트 ‘입주 폭탄’이 쏟아진다. 2~3년 전부터 시작된 미추홀구와 부평구 등 원도심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대부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입주가 시작된 것이다. 송도가 포함된 연수구는 올해 5054가구, 내년에 6063가구로 2년간 1만1000여 가구에 달하는 아파트가 입주에 들어갈 예정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송도 아파트값이 반등으로 돌아서기는 어렵다는 전망을 내놨다. 급매 위주의 거래가 이뤄지는 데다 아파트 가격을 회복할 만큼의 거래량이 받쳐주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송도의 초급매물과 급매물은 이제 어느 정도 거래가 이뤄졌다”라면서 “가격이 반등하려면 급매물이 아닌 차상위 매물에 대해서도 매수자가 관심을 보여서 거래가 이뤄져야 하는데, 아직 그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라고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까지 대출 부담으로 거래에 나서지 못했던 실수요자가 송도 일대 가격이 조정되자 이 정도 내려왔으면 사도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 연구위원은 “거래량을 절대적인 수치로 보면 엄청나게 많은 수준은 아니어서 금리 등 상황을 고려할 때 매매량이 지금보다 더 폭발적으로 늘어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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