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춘 아파트 공사…분양보증 사고 3년만에 대구에서 터져
최근 2년간 주택 경기 호황으로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던 분양 보증 사고가 새해 들자마자 대구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택 청약 시장이 얼어붙고 있어 보증 사고 리스크가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일 분양 업계에 따르면, HUG(주택도시보증공사)는 최근 대구 달서구 ‘장기동 인터불고 라비다’ 사업장에 대한 657억원 분양 보증 사고 발생을 분양 계약자에게 통지했다. 분양 보증은 시행사나 시공사가 부도·파산 등으로 공사를 진행할 수 없을 때, HUG가 대신 아파트를 완공해 주거나 분양 계약자에게 계약금·중도금을 환급해 주는 제도다. 현행법상 30가구 이상의 공동주택을 분양하는 사업자는 분양보증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이번에 보증 사고가 발생한 장기동 인터불고 라비다는 주택 148가구, 상가 37세대로 이뤄진 주상복합단지로 2021년 4월 준공 예정이었다. 그러나 시행사 대표가 횡령으로 구속되고, 연대보증을 선 시공사도 함께 자금난에 빠지면서 공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작년 6월부터는 시행사가 은행에 중도금 대출 이자도 내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면서, 입주 예정자들이 매월 100만원이 넘는 이자를 대납해왔다. 시공사는 사업비를 마련하기 위해 회사 지분을 매각하려 했으나,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이마저도 실패했다. 입주가 2년 가까이 밀리자, 견디다 못한 입주 예정자들은 HUG에 보증 이행을 청구했고, HUG는 이달 중순 심사를 거쳐 분양 보증 사고 발생으로 결정했다.
◇ ‘대구 장기동 인터불고’ 657억규모 보증사고
해당 단지는 이미 공정률이 80%를 넘어 입주 예정자들이 분양 계약을 해지할 수는 없다. 대신 HUG가 시행사 자격으로 새로운 시공사를 구하거나 입주민의 동의가 있을 경우 기존 시공사에 맡겨 공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배준성 입주예정자협의회 대표는 “시공사를 교체한다 해도 입찰에 나설 건설사가 있을지 불투명하고, 입주 예정자들은 그 기간에 계속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며 “2년 가까이 입주를 못 해 발생한 재산적 피해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고통도 막심한 상황”이라고 했다.
HUG 분양 보증 사고는 2018년과 2019년 각 1건에 그쳤지만, 2020년에는 코로나 영향으로 자금난을 겪는 시행사가 속출하면서 8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2020~2021년 집값이 치솟고, 전국에 청약 열풍이 불면서 이후 최근 2년 동안은 보증 사고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작년부터 청약 시장 열기가 급격히 식고,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자금 시장이 경색되면서 부실 사업장이 늘고 있다. 작년 10월 말 기준 HUG가 분양 보증한 사업장 가운데 관리단계가 ‘정상’ 이하인 ‘관찰·주의·관리·경보’ 사업장의 수는 139곳으로 집계됐다. 2021년 말(80곳)과 비교하면 10개월 만에 74% 급증한 것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미분양이 6만 가구를 넘으면서 특히 지방을 중심으로 분양 보증 사고가 확산할 우려가 크다”며 “가뜩이나 전세 보증 사고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분양 보증 사고까지 발생하면 HUG의 재정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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