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마＋마래푸’ 2주택자 보유세, 올해 4389만 내년엔

[2023 예산] 내년 종부세 감면 모의계산 해보니…

지난 21일 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종부세 상담을 안내하는 문구들이 붙어 있다. 내년부터 종부세 부담이 줄어들고, 다주택자 취득세 인하 등이 예정돼 있어, 부동산 시장에 온기가 돌지 관심이 크다. /연합뉴스

서울 마포구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 전용면적 84㎡와 성동구 ‘텐즈힐’ 84㎡를 보유한 김모(67)씨는 올해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3200여만원을 납부했다. 하지만 23일 종부세 감면을 골자로 한 세제개편안이 나오면서 내년 김씨의 보유세는 1400만원 수준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박합수 건국대 겸임교수는 “세금 부담 때문에 2주택 소유자가 되기를 꺼렸던 이들이 이번 종합부동산세 개편으로 매수를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종부세 개편의 가장 큰 수혜자는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 보유자가 될 전망이다. 내년부터 전국의 모든 2주택자는 종부세 중과세율(1.2~6.0%) 대신 일반세율(0.5~2.7%)을 적용받는다. 내년 집값 하락과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 인하까지 겹쳐, 종부세 부담이 절반 수준으로 낮아지는 경우도 있다. 또 종부세 기본공제액이 1가구 1주택자는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인상되고, 1인당 공제액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오르면서 종부세 대상자는 내년에 올해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은마+마래푸’ 2주택자 보유세, 절반 수준으로

23일 본지가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팀장의 도움을 받아 개정 전·후의 종부세율을 적용해 계산해 본 결과,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84㎡와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84㎡를 한 채씩 가진 2주택자는 현행대로라면 내년에 4389만원의 보유세를 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세제 개편으로 보유세는 절반 수준인 2202만원으로 줄어든다. 현재는 중과세율이 적용되지만, 앞으로는 일반세율이 적용된다. 여기에 종부세 기본 공제액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되기 때문이다. 올해 부과된 보유세(5358만원)와 비교하면 59%나 감소한다.

3주택 이상 다주택자에게도 과세표준 합산이 12억원(공시가격 약 24억원)을 넘지 않으면 중과하지 않고 일반세율을 적용한다. 지방 저가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하고 있거나, 상속을 받아 다주택자가 된 경우 등을 고려해 서민·중산층의 세 부담을 덜어주려는 취지다. 내년도 공시가격이 3억7500만원 수준으로 추정되는 대전 유성구 ‘죽동푸르지오’ 84㎡를 3채 갖고 있는 다주택자를 가정할 때, 현재대로라면 내년 보유세로 643만원을 내야 하지만, 종부세 개편으로 308만원을 부담하면 된다.

1가구 1주택자의 경우 부부 공동 명의로 아파트를 보유했을 때 종부세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지금까지는 부부 각각 6억원씩 총 12억원의 기본공제가 적용됐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공제액이 각각 9억원으로 뛰어 총 18억원을 공제받을 수 있다. 부부 공동 명의로 할 경우, 공시가격 18억원 이하 아파트는 종부세를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82㎡의 내년도 공시가격을 17억3190만원으로 추정했을 때 단독 명의자는 재산세 444만원에 종부세 142만원을 더해 보유세 586만원을 내야 한다. 반면, 부부가 절반씩 보유한 경우 종부세가 0원이 되므로 재산세 444만원만 내면 된다. 앞으로 단독 명의로 고령자나 장기 보유 공제 혜택을 받는 것보다 공동명의를 선택하는 것이 대체로 유리하게 됐다.

◇전문가들 “거래 일정 수준 회복”

전문가들은 완화된 종부세 부담이 거래 회복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주택자 중과세가 없어져 기존 1주택자가 추가로 한 채를 더 마련하는 수요가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다주택자 취득세 인하와 임대사업자 인센티브 확대 등 추가적인 부동산 대책도 예고한 상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다주택자를 옥죄던 세 부담이 크게 낮아지면서 자금력이 있는 1주택자가 가격이 크게 하락한 급매물에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금리 수준이 높아 당장 집값이 반등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매각을 시도하던 다주택자가 보유로 돌아서는 계기가 될 수는 있지만, 고금리 때문에 당장 추가 매수를 하기에는 부담이 여전히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