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3% '혹한' 마주한 부동산시장 "전월세전환율 주시해야"

조은임 기자 2022. 10. 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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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대출 금리보다 낮은 전월세전환율, 차츰 올라
주택시장 약한고리 '취약계층' 주거비부담 커지나
"기준금리→대출금리 반영 줄여야.. 경기침체 우려도"

우리나라의 기준금리가 10년 만에 연 3%에 도달하면서 부동산 시장은 ‘혹한’을 맞게 됐다. 한국은행이 최종금리 상단을 연 3.5%로 언급하면서 앞으로도 상당기간 부동산 시장은 금리인상의 짐을 짊어지게 됐다. 매매시장과 임대차시장, 청약시장까지 전방위적으로 얼어붙게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임대차시장에서는 전월세전환율을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금리인상과 연동해 월세는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전세가격이 낮아지고 있지만 이런 현상이 언제까지는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 나오기 시작했다. 금리인상이 지속돼 전월세전환율이 전세대출금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순간 전세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다는 예상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로 인상한 12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은행에 대출 관련 현수막이 붙어있다./연합뉴스

◆1년 3개월 만에 2.5%p 오른 기준금리, 대출자들 ‘한숨’

한은이 12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빅스텝(기준금리를 한번에 0.50%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서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연 3.0%에 도달하게 됐다. 2012년 10월 이후 10년 만으로, 한은이 금리를 5회 연속 상승한 건 역대 처음있는 일이다. 이에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사상 최저였던 지난해 7월(연 0.5%) 이후 15개월 만에 2.5%p나 오른 셈이다.

이처럼 가파른 금리인상으로 부동산 시장은 혹한기를 맞았다. 연 1~2%의 저금리로 대출을 받아 집을 매수했던 이들이 대출이자 부담을 고스란히 지게 됐기 때문이다. 이날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89~7.17%로 집계됐다. 일각에서는 올 연말이 되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8%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한은은 기준금리가 0.5%p 오르면 가구당 이자부담이 연간 70만1000원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인상이 시작된 지난해 8월부터 부동산 거래는 급격하게 얼어붙었다.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8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9648건으로 전년 동기(3만7268건)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2006년 실거래가 조사를 시작한 이후 최소치다. 가격 또한 내리막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 19주 연속 하락한 가운데 시장에 급매물 출하가 늘면서 하락폭이 점점 커지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한국의 물가상승률, 금리역전, 환율 등을 고려했을 때 금리인상은 불가피 하다”면서 “부동산 시장에 가해지는 압력이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위험요인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12일 서울의 부동산중개업소의 모습./연합뉴스

◆전셋값 ‘뚝뚝’ 떨어지지만, 전월세전환율 ‘슬금슬금’ 올라

부동산 시장에서는 이같은 금리인상이 임대차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금리인상에 따라 전세대출금리가 오르면서 시장에서는 월세선호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대출금리를 생각하면 보증금을 고스란히 돌려받을 수 있는 전세보다 월세로 내는 것이 저렴하다는 계산이다. 시중은행 전세 대출 금리는 최고 연 6.5%에 이르러 3%대에 머무는 전월세 전환율보다 2배 가까이 높은 상황이다.

이에 월세거래도 급격하게 늘었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9월 전국 월세 거래량은 107만2370건으로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월세 거래량이 연간 100만건을 돌파했다. 전세시장은 전혀 다른 분위기다. 2년 전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 등 임대차 2법 시행으로 크게 올랐던 전세 가격이 최근 법 시행 전 수준으로 하락한 곳이 속출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의 대장주로 꼽히는 리센츠의 전용 84㎡은 최근 전세 매물이 12억원대에 나오고 있는데 이는 2년전 14억원에 달했던 것보다 2억원 가량 낮은 가격이다. 같은 크기의 엘스 역시 전세 매물 시세가 11억~12억원 사이에 형성돼 있다.

하지만 이같은 상황이 계속 지속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전월세 전환율이 금리에 연동되는 탓에 월세가격 또한 오르고 있어서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월세 전환율은 3.24%로, 전달(3.23%) 대비 0.01%p 올랐다. 서울 아파트 전월세 전환율은 지난해 11월(3.13%) 바닥을 찍은 후 10개월 내리 상승 중이다.

전문가들은 월세가 지속적으로 올라 전세대출금리와 유사한 수준에 도달하게 되면 결국은 전세가격도 올라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은 “전월세 전환율이 지금은 전세대출금리보다 낮지만, 금리인상에 따라 자연히 오르게 된다”면서 “자연스럽게 또 다시 월세보다 전세가 선호되는 시기가 온다”고 했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거래절벽·집값 하락 지속” 전망

부동산 시장에서는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는 지금의 거래절벽·집값 하락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이 금리상단을 연 3.5%로 언급하면서, 한동안 금리인상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더불어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가 내년 초까지 고금리를 유지하겠다고 예고한 만큼 우리나라의 기준 금리 또한 이를 뒤따라 갈 수밖에는 없는 상황이다.

내 집 마련의 자금을 조달할 대출시장이 금리인상의 영향 아래 놓이면서 청약시장 또한 위축됐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1∼9월 전국 민간분양 아파트 평균 청약 경쟁률은 9대 1로 지난해 경쟁률 19대 1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민간분양 아파트 당첨 가점 평균은 올해 9월까지 23점으로, 작년(34점)과 비교해 11점이나 낮아졌다.

일부에서는 물가에 방점을 찍은 금리인상이 경기침체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집값 하락을 넘어서 경제 주체 전반의 소비위축으로 이어질 경우 경기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우량대출인 주택담보대출과 달리 소상공인 대출 등 취약계층이 몰린 대출이 위험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연 3%로 인상될 경우 한계 소상공인은 124만여개에 달하게 된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내년 상반기까지 부동산 가격이 다시 올라갈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기준금리가 대출금리로 반영되는 부분을 정책적으로 최소화 해 취약계층에 미칠 영향을 줄여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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