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이자보다 월세가 싸다"..상반기 월세거래 역대 최다
금리 인상이 이어지면서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가 대세다.
1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서울에서 월세가 조금이라도 낀 아파트 임대차 거래는 4만2087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1년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래 상반기 기준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4만건을 넘은 것도 올해가 처음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거래량(3만4955건)보다도 20% 넘게 많은 수준이다.
월세 거래가 늘면서 올해 1∼6월 서울 임대차 거래량은 현재까지 10만5421건을 기록, 상반기 기준으로 처음 10만건을 돌파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강서·금천·강동구를 제외한 22개 구에서는 월세 거래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거래량을 추월했다. 서울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 낀 계약이 차지하는 비율도 지난해 35.8%에서 올해 39.9%로 치솟았다. 이에 반해 전세는 전체 임대차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60.1%)이 역대 최저다.
'전세의 월세화'가 심화하는 건 최근 기준금리 인상과 관련이 깊다. 시장 금리가 급격히 뛰면서 시중은행의 전세자금대출 금리 상단마저 6%를 넘은 상황이다. 반면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현재 서울 지역의 전·월세전환율은 4.8% 수준이다. 이렇다 보니 전세 이자를 내는 것보다 월세를 내는 게 더 저렴할 수 있다.
여기에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전세보증금이 급등한 것도 '전세의 월세화'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2020년 7월부터 지난 6월까지 서울의 전셋값은 23.8% 올랐다. 높은 전세보증금을 감당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월세 시장으로 대거 유입한 것이다.
보유세 부담을 월세로 충당하려는 집주인도 있다. 강남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전세 매물의 경우 보증금이 많다 보니 세입자들이 전세 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돌리는 반전세 계약을 오히려 선호한다"고 말했다.
월세 수요가 늘면서 월세도 상승 중이다. 한국부동산원의 월간주택가격동향 조사에 따르면 6월 전국 주택종합(아파트·연립·단독) 월세는 0.16% 올랐다. 올해 들어 1월과 5월(각 0.16%)에 이어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아파트 월세는 서울이 0.07%, 인천이 0.23%, 경기가 0.33% 올랐다. 전국 주택종합 매매가격이 0.01%, 전셋값이 0.02% 내려 각각 2년 10개월, 3개월 만에 하락 전환한 것과 비교된다.
하반기 월세가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부동산 정보 서비스업체 직방이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4일까지 앱 이용객 1727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48.1%가 월세 상승을 전망했다. 상승 전망의 이유로는 ‘매매·전셋값 상승 부담으로 월세 전환 수요 증가’(45.5%)가 1위로 꼽혔고, ‘전세대출 규제·금리 인상 부담에 의한 월세 수요 증가’(28.5%), ‘월세 공급 부족’(10.3%)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비중이 커질수록 주택이 소유하는 것에서 이용하는 것으로 바뀌게 된다"며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이 크게 늘 수 있으며, 전세 보증금을 적절히 활용해온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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