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오를까 내릴까..대출이자가 무섭나 전세대란이 무섭나
'양도세 회피' 매물..'금리 인상'에 매수세 약해
전세대란·공급절벽 악화에 또 '트리거' 될라
부동산시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전국 집값 하락이 이어지고 수도권은 하락 폭마저 커지면서 본격적인 하락장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도세 한시 감면에 따라 매물이 늘었지만, 금리 인상으로 수요자들이 주택 매수에 부담감을 느끼는 상황이다. 올해 금리인상 폭이 더욱 커질 수 있어 집값 하락세를 이을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오는 8월 이후 전셋값은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세입자들이 주택 매수에 나설 수 있어서다. 자잿값 상승 등으로 새 아파트 공급이 주춤하다는 점도 집값 조정 가능성에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집값 하락…이자 무서워 집 못 산다
올 하반기 하락장을 예측하는 근거는 '절세 매물'과 '금리 인상'이다.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정책에 따라 다주택자의 매물이 점차 출회하고 있지만, 최근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며 매수자들이 꿈쩍 않는 분위기다.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지난 17일 기준 6만4150건으로 집계됐다. 양도세 한시적 배제를 시작한 지난달 10일(5만6569건)보다 13.4% 증가했다. 인천과 경기도 각각 11.1%, 10.7% 증가했고, 제주를 제외한 전국에서 매물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센터장은 "양도세 중과 유예기간 내 주택을 처분하려는 다주택자들의 움직임이 이어지며 수도권 외곽 중심으로 매물이 계속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매물이 쌓이는 지역에는 부분적으로 가격 하락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매물이 늘어도 수요자들은 선뜻 매수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연말까지 금리가 꾸준히 오를 것으로 예측되면서 금융비용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내 7%에 도달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관련 기사:대출금리 7~8% 공포…영끌족도 무주택자도 발동동(6월17일)
김성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작년 하반기부터 금리가 꾸준히 오르고 있고 주식 같은 자산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해 신규 매수세가 유입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출 규제 완화 등도 모호한 정책으로만 있을 뿐 아직 시행된 바가 없어 당분간 집값이 상승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이어 8월 전세대란 우려와 관련, "전세 세입자가 내집마련을 하고 싶어도 지난 4년간 집값이 많이 올라 전세 보증금에 최소 3억~4억원이 추가로 필요한데, 평범한 직장인이 이 정도 규모의 자금을 마련하기는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장 내집마련 수요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관련 통계도 이미 하락세를 가리키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6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값이 3주 연속 하락했다. 하락 폭은 –0.02%로 전주보다(-0.01%) 커졌다. 수도권도 하락폭이 –0.02%에서 –0.03%로 확대됐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출금리가 꾸준히 오르고 있고,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경기가 둔화한 상황"이라며 "더욱이 양도세 한시 완화 매물이 쏟아지면서 당분간은 집값이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집갑 상승…전셋값·공급절벽 '트리거'
반면 집값이 다시 상승세로 전환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오는 7월30일 시행 2년을 맞는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이 기폭제다. 계약갱신청구권으로 억눌렸던 전셋값이 폭등하면 세입자들이 매수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우리나라에선 실수요자가 집을 살 때 전세를 끼고 살 수 있기 때문에 부동산시장이 하락세를 걷고 있는 다른 국가들과는 달리 금리의 영향이 미미하다"며 "오는 8월 임대차 시장이 불안해지면 매매시장도 함께 동요해 오히려 집값은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가 대출규제 완화를 점차 가시화하고 있는 점도 쉽게 하락세를 점칠 수 없는 이유다. 지난 16일 발표한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생애최초 주택 구입 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기존 60~70%에서 80%로 확대된다. 대출한도도 기존 4억원에서 6억원으로 늘어난다. ▷관련 기사:[경제정책]보유세 2020년 수준으로…다주택자 종부세도 완화(6월16일)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는 "수도권, 특히 서울은 공급절벽이 심각한 상황인데 LTV, DSR 같은 대출규제 완화가 예고되면서 매수우위 시장이 유지될 것"이라며 "다만 집값이 작년에 워낙 많이 올랐기 때문에 작년 시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강보합 선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울 등 수도권의 공급 부족 현상도 당장 해결하기 어렵다. 철근, 시멘트 등 원자잿값이 잇따라 인상하면서 건설사들이 착공을 망설이고 있기 때문이다. 건축 원가가 상승해 공사를 진행할수록 적자인 사업장들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에 따른 기대감은 여전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1차 전용 131㎡는 지난 2일 47억6500만원(3층)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경신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거래가 위축되는 현상이 이어지겠지만, 평균적으로 집값은 소폭 상승할 것"이라며 "자잿값 급등으로 곳곳에서 사업이 중단돼 공급지연에 대한 우려가 크고,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도 큰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하은 (lee@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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