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싶은 공공전세 9000가구? 실제 공급은 677가구뿐
정부가 작년 11월 전세 시장 안정을 위해 내놓은 ‘11·19 대책’의 실제 공급 실적이 당초 계획의 2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공급된 임대주택도 절반 이상이 ‘원룸형’으로 자녀를 둔 3인 이상 가구가 살기엔 비좁은 집이었다. 작년 7월 주택임대차법 개정 여파로 전세시장에서 매물 품귀 현상이 나타났고, 정부가 대책으로 마련한 ‘공공 전셋집’ 공급도 부진한 탓에 올해 전국적으로 전셋값이 10% 가까이 올랐다. 전문가들은 “공공 주도의 공급 정책으로 전세시장 안정을 꾀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지금이라도 민간 전세 공급을 늘릴 수 있는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공공전세 공급 677가구뿐, 목표치의 7.5%
28일 본지가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을 통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11·19 대책의 후속 조치로 올해 1~11월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낸 임대주택은 총 5만2000가구로 집계됐다. 정부가 밝힌 올해 임대주택 공급량(7만5100가구)의 약 70%를 달성한 것처럼 보이지만, 입주자를 구하지 못해 비어 있던 기존 공공 임대주택을 활용한 물량이 애초 계획(3만9100가구)보다 17.6% 많은 4만6000가구 나오면서 생긴 ‘착시 효과’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입지가 안 좋거나 너무 좁아서 수요자로부터 외면당한 임대주택을 신규 공급인 것처럼 재활용해 숫자를 부풀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전셋집 순증(純增) 효과가 있는 신축 주택 매입 약정 방식의 공급 실적은 4977가구로 계획(2만1000가구)의 23.7%에 그쳤다. 비슷한 방식의 ‘공공전세’ 역시 677가구만 공급돼 계획(9000가구) 대비 달성률이 7.5%에 불과했다. 이 둘을 더한 실제 공급 실적은 5654가구로 계획(3만 가구)의 18.8%다. 정부는 호텔 등 비(非)주택 리모델링을 통해 청년들을 위한 소형 임대주택 6000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도 세웠지만, 입주자 모집 실적은 ‘제로(0)’였다.
국토부 관계자는 “매입 약정 신청 건수는 3만9300가구에 달하지만 심의·약정에 4~5개월이 소요되는 탓에 입주자 모집이 늦어진 것”이라며 “지역별 매입 심의를 상시화하고 실적도 수시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공급된 전셋집도 절반이 원룸형
11·19 대책의 성과는 질적 측면에서도 미흡하다는 평가다. 전셋집을 구하는 사람 중에는 자녀를 둔 3인 이상 가구가 많은데 지금까지 공급된 임대주택의 절반 이상이 ‘원룸형’이기 때문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올해 내놓은 전세형 임대주택 2707가구 중 1434가구(53%)가 30㎡(이하 전용면적) 미만이다. 보통 방을 두 개 이상 만들려면 40㎡는 넘어야 한다. 방을 3개 이상 넣을 수 있는 60㎡ 이상 임대주택은 776가구(28.7%), 수요자들이 가장 선호해 ‘국민 평형’이라 불리는 84㎡ 이상은 11가구(0.4%)에 불과했다. 전세 수요가 가장 많은 서울에서 333가구가 공급됐는데, 이 중 241가구(72.4%)가 50㎡ 미만이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공급한 전세형 임대주택 2947가구 역시 50㎡ 미만 소형 평수가 대부분이다.
정부는 11·19 대책을 발표할 당시 “중산층도 살고 싶은 양질의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실적만 놓고 보자면 숫자 채우기에 급급해 소형 주택만 남발하던 과거 공공 임대주택 정책의 고질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7월 말 주택임대차법 개정 후 전세 매물이 급감한 데다 11·19 대책도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올해 전국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역대 둘째로 높은 9.27%(한국부동산원 집계)를 기록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지난 20일 ‘2022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내년 전세형 임대주택 공급 물량을 애초 계획보다 5000가구 더 늘리겠다”고 밝혔다.
송언석 의원은 “정부와 여당의 일방적인 주택임대차법 개정 여파로 전세 대란이 벌어지자 부랴부랴 대책을 내놨지만, 이마저도 형편없는 실적을 기록하며 또 하나의 실패 사례가 됐다”며 “지금이라도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임대차 3법 폐기 등 시장 정상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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