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집값 폭등 주도..지방까지 번지며 '자산 양극화' 심화 [키워드로 보는 2021 경제 ③]

김희진 기자 2021. 12. 21.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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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폭등

[경향신문]

올해 전국 아파트값 13.7% 올라
사전청약 등 공급책에도 ‘역부족’
금리 인상 등 연말 들어 거래 주춤
하락으로 이어질지 예단 어려워

올해 부동산 시장은 유례없는 폭등을 기록했다. 서울에서 시작된 집값 상승의 불씨가 수도권과 외곽, 지방으로 퍼지면서 전국을 차례로 달궜다. 폭등한 집값에 따라 자산 양극화도 심화됐다.

■ 역대급 ‘불장’

21일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올해 들어 11월까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13.7% 올랐다. 지난 한 해 오름폭(7.6%)을 이미 뛰어넘은 데다, 현재 추세라면 통계 집계 이래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2006년(13.92%)을 웃도는 역대 최고 연간 상승률을 기록하게 된다.

수도권은 폭등장을 주도했다. 작년 집값이 급등한 서울을 떠난 ‘탈서울’ 내 집 마련 수요와 더불어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신도시 개발 ‘호재’를 노린 투기 수요까지 몰리면서 수도권 아파트값은 올해 11월까지 17.6% 올랐다. 지난 한 해 연간 상승률(9.1%)의 약 두 배에 달한다. 인천(23.9%)은 전국에서 상승률이 가장 높았고, 경기(22.1%)가 뒤를 이었다.

경기 지역은 올해 들어 오산시(31.2%), 평택시(27.6%), 화성시(21.8%) 등 외곽까지 매수세가 몰리며 높은 상승폭을 보였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올해 서울은 정책효과가 서서히 나타나면서 가격 상승폭이 줄고 거래량이 감소하는 등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경기·인천과 비아파트 시장으로 수요가 이동하면서 가격 불안 양상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수도권 외곽을 달군 집값 상승 흐름은 지방 광역시를 거쳐 중소도시까지 이어졌다. 정부 규제를 피해 투기 수요가 충남과 강원 등 지방 중소도시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두드러졌다. 올해 기타 지방 아파트 매매거래 3건 중 1건은 외지인이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 부동산 ‘벼락거지’

정부는 집값 안정을 위해 충분한 공급을 약속하며 불안심리 달래기에 나섰다. 2·4대책을 시작으로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을 시행하고 집값 고점을 수차례 경고했다. 하지만 대책 발표로는 ‘지금 아니면 집 못 산다’는 불안이 키워낸 폭등장의 열기를 단번에 끌 순 없었다. 공급대책 체감 효과는 시차가 있는 반면, 대책에 포함된 택지개발과 GTX 계획은 오히려 시장에서 호재로 읽히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정부 대책에도 집값이 치솟으면서 자산 격차는 심화됐다. 주택 등 자산가격 급등을 두고 상대적 박탈감을 뜻하는 ‘벼락거지’란 신조어도 나왔다. 주택가격 상위 20%를 하위 20% 평균으로 나눈 5분위 배율은 지난 11월 전국 기준 9.3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부담이 늘자 올해 증여가 큰 폭으로 늘었다. 올해 9월 기준 전국 주택 증여는 11만7607건으로 전체 주택거래량의 8.35%로 집계됐다. 2006년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서울은 증여거래 비중이 12.1%로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 한풀 꺾인 주택시장

연말에 접어들며 주택시장은 거래절벽 상태다. 집값 상승폭도 줄면서 서울에선 1년 반 만에 상승을 멈춘 곳이 나왔다. 수도권에선 급등한 외곽지역을 중심으로 시세보다 가격을 낮춘 급매물도 등장했다. 집값이 고점에 달했다는 인식과 함께 대출규제 등이 맞물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이후 자산시장으로 유동성이 유입되면서 나타난 집값 급등 현상은 내년에 다소 진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금리 인상이 시작되고 미국의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 종료 시점이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다만 대세 하락으로 이어질지, 숨고르기에 그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현재 주택시장은 하락 전환이나 소강 상태가 지속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수급 불균형, 전·월세 불안 등 변동요인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함영진 랩장은 “내년은 금융 환경이 우호적이지 못해 분기점이 될 것으로 예상되나 잠재적 수요로 급격한 가격 하락, 극적인 시장침체가 나타나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금융규제 강도 및 금리 인상 속도, 보유세 부담의 체감 정도에 따라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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