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주거난에.. 주택으로 탈바꿈하는 호텔들

유병훈 기자 2021. 11. 2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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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고 구조조정급 재편을 겪은 호텔들이 최근 주거시설로 재탄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호텔의 ‘변신’이 주거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1인 가구나 부유층 등 특정 계층을 타깃으로 한 주거 수요는 일정 부분 충족하겠지만, 집값을 안정화하기엔 부족하다는 것이다.

LH가 서울 성북구에 공급한 청년 맞춤형 공유주택 ‘안암생활’ 복층형(전용면적 17㎡) 내부.

◇ 겉은 두고 속을 바꾸는 소규모 호텔들

2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호텔의 탈바꿈은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먼저 관광호텔 등 소규모 호텔의 경우 직접 주거용 호텔로 꾸며 임대사업에 나서거나 정부의 지원 아래 주거용 시설로 리모델링하고 있다.

▲서울 을지로5가 호텔 U5 ▲신설동 맹그로브 ▲명동 디어스 호텔 등은 ‘주거용 호텔’로 나선 대표적 케이스다. 이들은 주로 전용면적 18~24㎡의 크기로, 월 임대료는 80만~100만원 수준이다. 보증금이나 관리비를 별도로 납부하지 않아도 되고, 호텔이 직접 임대사업을 하는 만큼 중개 수수료가 들지 않는다.

정부는 호텔을 리모델링해 주택 대용으로 공급하는 ‘민간 매입약정 방식을 적용한 비주택 용도변경 리모델링 사업(비주택 리모델링)’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지난해 11·19 대책에서 호텔을 주택으로 변환해 전세 공급에 활용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국토교통부 장관들의 관심사가 됐다.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해 말 관광호텔을 리모델링한 첫 사례 ‘안암생활’을 방문한 데 이어, 지난 5월에도 노형욱 장관이 취임 후 첫 현장 행보로 관광호텔 리모델링 사례 2호인 ‘아츠스테이’를 방문해 힘을 실어주었다.

주거용 호텔이나 비주택 리모델링 사업의 경우 주거난에 시달리는 1인 가구나 소외 계층의 숨통을 일정 부분 트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소형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의 대체재로서 기능할 수 있다”며 “특히 1인 가구는 앞으로 2~3년 후 심각한 주택난에 시달릴 수 있는데, 이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도 “시장이 바라는 건 아파트 수준의 주택이지 변형된 주택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호텔을 고쳐서라도 주택이 공급된다면 아파트 전·월세가 버거운 계층에게는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들 상당수는 도심에 위치해 뛰어난 직주근접성을 자랑하지만 한계도 분명하다. 1호 비주택 리모델링 사업인 안암생활의 경우, 대다수의 전용면적이 최소 주거면적 기준 14㎡에도 미달한 13㎡에 불과하다.

그런가 하면 지난 6월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비주택 리모델링 사업을 공모했는데, 28개 참여 사업자 중 21곳이 층간소음 방지를 위한 바닥 두께 등에서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충족하지 않아 탈락하기도 했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공급도 시원하게 진행되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지난달 말 기준 올해 1551가구가 비주택 리모델링 매입약정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올해 매입약정 목표치 6000가구 달성도 불투명한 가운데, 입주 인원은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준석 교수는 “1인 가구도 주거의 질을 따지는 시대인데 주거용 호텔·비주택 리모델링은 장기적·안정적인 거주지로 고려되기 힘들다”고 말했다. 박합수 전문위원 역시 “최근에는 아파트 대체상품도 대형 평형이 주목받고 있다”며 “원룸이나 원룸형 소형 평형 선호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어 공급량에만 신경 쓸 경우 수급 미스매치(mismatch)가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 아예 주거시설로 변신하는 대규모 호텔

이 밖에 대규모 호텔이 호텔 부지의 전체 또는 일부를 매각해 아예 새로운 주거시설로 개발하는 시도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부터 코로나19로 경영상 어려움에 빠진 대형 호텔들이 매각에 나서면서 이런 사업이 여러 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실제로 ▲중구 밀레니엄 힐튼호텔 ▲서초구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 ▲강남구 르메르디앙 호텔 ▲용산구 이태원 크라운관광호텔 등 랜드마크로서도 기능하던 대형 호텔 등이 올해 매각돼 주상복합이나 주거용 오피스텔로 개발될 예정이다. 서울뿐 아니라 대전에서도 유성구의 호텔 아드리아가 지역 건설업체에 매각됐는데, 건설사는 이 부지에 주거용 오피스텔을 짓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0일에는 용산구의 그랜드 하얏트 호텔이 8757㎡ 규모의 주차장 부지를 매각했다. 남산 자락에 있는 명당으로 꼽히는 이 자리에는 인접한 한남동 주택가에 필적하는 고급 주택이 지어질 전망이다.

이들 호텔이 주택 시장의 큰 관심을 받는 배경은 역시 대형 호텔인 만큼 입지가 좋다는 점이다. 고준석 교수는 “대형 호텔은 상업지역 또는 경치가 좋은 지역에 위치한 경우가 많은데, 상업지역은 용적률을 높게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서울은 일반 상업지구가 용적률을 1300%까지 받을 수 있는 데다 대형 호텔들은 대체로 부지가 넓어 규모까지 있는 만큼, 주거시설로 개발하면 수익성이 좋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합수 전문위원은 “대형 호텔 부지들은 부촌이나 상업지역 가운데서도 노른자위에 있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어 “이들 부지를 주거시설로 개발하면 부유층 수요에 부합할 수 있다”면서 “연예인 아이유가 130억원에 분양받은 것으로 알려진 강남구 에테르노청담 역시 호텔이 있던 자리”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같은 흐름이 계속되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함께 나온다. 박 전문위원은 “최근 호텔들의 변신은 ‘코로나 시국’으로 관광수요가 극도로 제한된 상황에서 호텔들이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시기였기 때문에, 코로나 시국이 지나가면 호텔들이 다시 나름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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