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청약 코앞인데".. '맹꽁이' 소송에 복잡한 성남 복정2지구
이달 중 성남 복정2지구 등 11개 지구에 대한 사전청약이 예정된 가운데, 복정2지구가 맹꽁이 보존 문제를 두고 소송에 휩싸였다. 인근 주민들은 지구에 대한 환경평가가 부실했다며 지구 지정 취소 소송을 제기한 것은 물론 사전청약 가처분신청까지 예고했다.
1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영장산 개발반대 비대위원회는 복정2지구 인근 주민 1062명의 위임을 받아 지난 8일 복정2지구 지구지정(2차) 변경 및 지구계획 변경(1차) 승인처분 취소 소장을 서울 행정법원에 제출했다. 복정2지구를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한 것을 철회해달라는 것이다.
소송을 낸 주된 이유는 해당 사업 진행과 관련된 전략환경영향평가가 부실하게 진행됐다는 것이다. 비대위 측은 “복정2지구 내에서 멸종위기종2급 맹꽁이와 알, 올챙이 등이 다수 발견되는 등 (전략환경영향평가가) 서현동 110번지와 닮은 꼴로 부실하다는 것이 소장의 주요 내용”이라고 했다.
맹꽁이는 ‘맹’, ‘꽁’하는 울음소리를 내는 동물로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생물이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택지지구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이 발견되면, 서식지를 정밀조사하고 대체 서식지로 옮겨줘야 한다.
비대위 측은 “총 3차례 실시됐다고 하는 복정2지구 전략환경영향평가 중 2번은 모두 겨울에 실시돼 맹꽁이 같은 양서류와 파충류를 발견할 수 없는 시기”라면서 “그나마 여름이던 2018년 8월 진행된 3차 평가도 정규 축구장 20개 크기인 64만5812㎡를 단 2명이 20시간 정도 조사한 것이 전부”라고 주장했다.
성남 복정2지구 개발 사업은 성남시 수정구 신흥동 81-1번지 일대 영장산을 사이에 두고 맞닿아 있는 지역에 오는 2024년까지 신혼부부 특화형 공공주택 ‘신혼희망타운’ 1500여가구를 건립하는 사업이다. 복정2지구는 지난 2018년 7월 사업지구로 지정됐고, 작년 8월 사업 계획이 국토교통부의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복정2지구 개발 사업은 올해 초부터 인근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혔다. 개발 반대에 앞장선 사람들은 영장산 앞 ‘산성역 포레스티아’ 주민들로, 이들은 지난 2월 영장산 개발 반대를 저지하기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하기도 했다. 작년 7월 입주한 이 단지는 아파트 39개동 중 16개동이 영장산을 바라보고 있는 ‘숲세권’이다.
지난 2018년부터 2년 간 진행됐던 환경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는 사업지구와 약 700m 떨어진 곳에서 맹꽁이 서식이 확인된 만큼 사업 진행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주민들은 사업지구 내에 맹꽁이가 서식한다는 증거를 수집해 전략환경영향평가의 부실성을 입증하고 재조사를 요구하기 위해 지난 여름 맹꽁이를 찾아 다니기도 했다.
최근 맹꽁이 서식 여부가 쟁점이 돼 공공주택지구 집행정지 결정이 내려진 사례도 있다. 지난 2월 서울행정법원은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110번지 공공주택지구와 관련해 주민 536명이 제기한 지구지정 취소 및 집행정지 결정에 대해 주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지구 전역에서 멸종위기 2급 맹꽁이 서식이 확인됐지만, 전략환경영향평가 보고서에 보호 대책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은 집행정지 결정에 대해 항고했지만, 지난 7월 고등법원은 1심 판결이 정당하다고 판결을 내렸다. 지구지정 취소 소송은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15일 복정2지구에 대한 사전청약 모집공고가 공개되는 가운데, 비대위 측인 사전청약에 대한 집행 가처분신청도 준비중이다. 이번 사전청약 물량은 복정2지구 630가구를 비롯해 총 11개 지구 1만102가구 규모다. 복정2지구는 성남 구도심 및 위례신도시와 맞닿아 있어 수요가 높은 지역이다. 시민들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질 경우, 사전청약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비대위 관계자는 “서현동 110번지 사례처럼 전략환경영향평가의 부실성을 소송 과정에서 문제 삼을 예정인데, 사전청약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행정소송에서 시민들이 승소할 경우 사전청약을 접수한 또다른 시민들이 피해자가 될 수 있다”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사전청약 공고가 난 이후 바로 가처분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국토부와 LH는 복정2지구 사업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 소장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LH 관계자도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맹꽁이는 사업지구 밖에서 발견됐다”면서 “소장을 받는 대로 소송 제기 논리를 파악해 적절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대위 측 주장과 달리 환경영향평가는 5월, 8월, 11월에 진행됐고, 겨울은 11월 단 한 차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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