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축소 직격탄 맞은 실수요자들 "대출 막혀 웁니다"

김서온 2021. 10. 12.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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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값 상승세 '둔화'.."실수요자 전세·매매계약 서두르는 경향"

[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금융 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세에 대한 전방위 억제를 예고하면서 실제 주요 시중은행의 대출 중단 사례가 늘어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도 다소 줄어들었다. 다만, 대출 축소 여파로 실수요자들이 매매나 전세계약을 서두르면서 변동폭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0.10% 올라 지난주(0.12%)보다 상승폭이 둔화했다. 재건축과 일반 아파트가 각각 0.13%, 0.10% 올랐다. 신도시와 경기·인천이 0.06%로 비슷한 오름폭을 보였다.

서울은 일부 구에서 거래가 줄면서 상승폭이 축소되는 움직임이 감지되지만,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곳에서의 오름세는 이어졌다. 신도시는 거래가 뜸해진 가운데 호가 중심으로 오름세가 유지됐으며, 경기·인천은 상대적으로 가격부담이 덜한 저평가 지역들이 상승을 이끌었다.

전세시장은 물건 부족에도 불구하고 가을 이사철 수요가 꾸준히 유입돼 거래가 이뤄지면서 서울이 0.09%, 신도시가 0.05%, 경기·인천이 0.05% 상승했다.

이달 중 정부가 종합적인 가계대출 관리 대책 발표를 앞둔 가운데, 전세는 물론 집단대출 규제강화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이에 업계는 실수요자들이 전세계약과 매매를 서두르는 분위기로 과거보다 주 단위의 매매, 전셋값 변동성이 커질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시중 주요 은행들이 신용대출 상품 판매 중단과 한도 축소 등 '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카카오뱅크는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의 한도를 줄이고, 대출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일반 전·월세보증금 대출과 직장인 사잇돌대출도 취급하지 않는다.

또한, 국내에서 세 번째로 인터넷전문은행이 된 토스뱅크도 영업 시작 나흘 만에 신용대출 중단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대출한도의 60%를 빠르게 소진하면서 신용대출이 중단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서울 도심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정소희 기자]

시중은행 중심으로 대출 문이 점점 좁아지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대출 증가율이 여전히 높다는 이유로 실수요자 대출인 전세대출도 규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지난 6일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실수요자 대출도 규제할 필요가 있다"며 전세·집단대출 규제 강화 의지를 내비쳤다. 그간 당국과 은행은 전세대출이 실수요자 대출이라며 규제에서 제외했다.

이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지난 5일 보도자료를 내고 "이달 공개될 가계대출 추가 대책에서 전세대출 규제가 담길 수 있다는 우려에 은행권의 대출 중단과 한도 축소로 전세 난민이 양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용대출에 이어 전세대출까지 옥죌 것이란 부동산 실수요자들의 불안이 가중되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일 청와대 참모회의에서 "가계부채 관리는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전세대출 등 실수요자가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정책 노력을 기울여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전세대출 규제에 대한 실수요자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무주택 실수요자 중도금 대출과 잔금 대출 규제 풀어주세요', '실수요자를 위한 대출을 규제하지 말아주세요', '전세대출 규제 제발 생각해주세요', '현재의 대출규제를 적용받는 것은 실수요자에게 매우 불합리하다', '아파트 사전청약으로 입주하는데, 집단대출 막아놓으면 실수요자는 죽어야 하나요', '생애최초주택구입 물거품, 집단대출 막혀 웁니다' 등의 수많은 관련 청원이 올라왔다.

한 청원인은 "2년전 신혼부부 특별공급으로 아파트가 당첨됐는데, 지정 은행에서 정부 대출규제에 따라 보금자리론을 중단시켰다"며 "청약 시스템과 지금의 대출규제는 상당히 괴리감이 크다"고 했다.

이어 "현재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위한 대출규제에는 동의하고 있지만, 정작 실수요자들이 피해보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매우 안타깝다"며 "실수요자들이 불합리한 상황에 처해지지 않도록 세부적인 조정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 수석연구원은 "투자자와 실수요자 구분 없이 시중은행의 가계 대출 중단 사례가 늘어나면서 현금 자산이 부족한 수요층 유입이 제한된 상황"이라며 "과거와 달리 주택 매매에 나서는 주 수요층이 무주택 실수요자로 재편된 상황인 만큼, 레버리지 축소에 따른 비자발적 수요 이탈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달까지 매매, 전세 모두에서 10% 가량 누적 상승폭을 기록할 만큼 과열됐으나, 금리 인상과 가계대출 규제에 따라 주택가격 상승세가 숨 고르기에 들어갈 가능성도 높아졌다"며 "다만, 억눌린 수요가 원활한 주택 공급을 통해 해소되지 않을 경우, 중저가 주택지를 중심으로 대규모 개발 이슈나, 교통 호재, 대선 정책 공약 등에 따라 수요 쏠림과 높은 가격 변동이 반복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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