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만에 세 채중 한 채가 팔린 단지.. "공시가 1억 미만 아파트, '폭탄 돌리기' 우려"

최상현 기자 2021. 10. 7.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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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성시 공도읍에 위치한 2295가구 규모의 ‘주은청설’ 아파트는 올해 들어 8월까지 전체의 35%가량인 818가구가 집주인이 바뀌었다. 공시가격 1억 미만으로 ‘아무리 많이 사도’ 취득세 중과가 없다는 점을 노리고 갭투자자가 대거 몰려든 탓이다.

경기 안성시 공도읍 주은청설 아파트 전경./ 네이버거리뷰 캡처

지난해 1~8월 거래량인 160건에 비해 5배가 넘는 수치다. 매수자가 폭증하며 가격도 급등했는데, 지난 1월 1억1000만원(19층)에 거래됐던 이 아파트 전용면적 59㎡는 지난달 2일 2억500만원(16층)까지 실거래가가 올랐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여기 뿐만 아니라 주변에 공시가 1억 미만 아파트는 전부 싹쓸이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한 사람이 하루에 세 채, 네 채씩 사는 사례도 흔했다”고 말했다.

7일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지난 8월까지(계약일 기준) 14개월 동안 공시가 1억 미만 아파트는 모두 26만555건 거래됐다. 이전 14개월간인 2019년 5월에서 지난해 6월까지 매매거래 건수는 16만8130건으로, 정부가 7·10 대책을 발표한 이후 55%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7·10 대책에서 주택 수에 따라 취득세율을 최고 12%까지 인상해 다주택자의 추가 주택 구입을 막았다. 그러자 저가 주택 보호 차원에서 취득세 중과에서 제외한 공시가격 1억미만 아파트가 규제 틈새를 노린 다주택자들의 먹잇감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장경태 의원실에 따르면, 해당 기간 1000채 이상 사들인 법인이 3곳에 달했고, 혼자서 269가구를 사들인 개인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유형의 주택 매수는 대부분 갭투자로 이뤄진다. 전세가 들어있는 물건을 사거나, 전세가 없어도 세입자를 새로 물색해 매매·전세 계약을 동시에 체결하는 식이다.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의 갭이 수천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투자자는 적은 자금으로 높은 레버리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대단지 아파트를 선호하는 현상도 뚜렷하게 나타나는데, 거래가 활발해 가격 상승 속도가 빠르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저가 대단지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수가 집중적으로 몰리고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현상이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충남 천안시 동남구 신방동 ‘초원그린타운’은 전용면적 39㎡로만 구성된 4168가구 규모 아파트인데, 올해 들어 8월까지 거래량이 412건에 달한다. 10채 중 1채가 손바뀜한 셈으로, 거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258건) 대비 59.7% 늘었다. 실거래가를 보면, 지난 1월 6500만원(12층)에서 지난달 14일 9500만원(14층)까지 올라 상승률이 40%를 훌쩍 넘는다.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지방도 예외는 아니다. 경남 김해시 부곡동 ‘월산마을6단지부영’ 아파트는 올해 1~8월 65건 거래됐는데, 전년 동기(19건)의 3.4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총 576가구 규모의 이 아파트는 공시가격이 모두 8000만~9500만원 사이다.

현지 공인중개업소에서는 전세가율이 높아 외지인 갭투자자가 대거 유입됐다고 설명한다. 이 아파트 전용면적 80㎡(4층)는 지난 1월 14일 1억2600만원에 매매됐는데, 이에 앞서 같은달 11일에 1억3000만원에 전세거래가 체결됐다. 지난달 25일에는 같은 전용면적 실거래가가 2억1500만원(10층)까지 찍히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김해 부곡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집을 사면서 취득세와 복비를 내고도 오히려 돈이 남는, 소위 ‘마이너스 갭투자’가 동네 전반에 성행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투자 행태가 ‘폭탄 돌리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공시가격 1억원 미만’이라는 특수 조건으로 가격이 급등한 만큼, 내년에 공시가격이 새로 산정되면서 1억원을 넘기면 구매 매력도가 확 떨어질 거란 이유에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이러한 초저가 아파트는 애초에 주거가치가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 상승 국면에서도 가장 늦게 오르고 하락 국면에선 가장 빨리 떨어지는 상품에 해당한다”면서 “’취득세 절감’이라는 울타리가 사라지면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크고, 이런 피해가 투자자 뿐만 아니라 임차인에게도 전가될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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