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사지 말라' 반복된 경고에 전세시장도 '패닉'

노명현 2021. 9. 1.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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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주택공급 강조하며 "주택매입 신중"
임대차3법·대출문턱까지, 세입자만 '시름'

정부가 '자산버블'(집값의 과도한 상승)을 경고하며 무리해서 집을 사지 말라는 신호를 꾸준히 보내고 있다. 사전청약 확대에 이어 주택공급을 위한 신규택지를 추가로 지정, 앞으로 서울과 가까운 입지에 가격도 저렴한 주택이 대규모로 공급되는 만큼 내집 마련을 미루라는 의미다. 

문제는 이로 인해 전세시장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임대차3법 부작용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수요자들이 내 집 마련 시기를 늦추면 전세 수요가 많아져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는 전세시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지난해 발표한 11.14대책을 통해 전셋집 공급을 늘린다는 계획이지만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매매 못지않은 전세시장 불안

본격적인 가을 이사철을 맞아 전세가격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넷째 주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 변동률은 0.19%, 수도권은 0.25%를 기록했다. 서울도 0.17%로 전주보다 상승폭이 확대됐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지역과 교육환경이 양호한 지역, 역세권 등 거주수요가 많은 곳들을 중심으로 전세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게 부동산원 분석이다.

최근 전세시장은 지난해 7월말부터 임대차3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 도입 등을 시작으로 커다란 변화를 맞이하며 홍역을 앓고 있다. 계약갱신청구권으로 거주기간을 보호받은 세입자들이 있는 반면 신규 계약이 필요한 세입자들은 전세매물 급감에 따른 가격 상승 피해를 고스란히 입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단기 전세공급을 늘리기 위한 11.14대책을 발표한 후 올 상반기까지 소강상태를 보이기도 했지만 6월 들어 매매가격과 함께 상승폭을 키우기 시작했다.

특히 올 가을(9~11월) 입주 예정물량은 작년보다 크게 줄어 전세시장에서 수요와 공급 불균형 심화는 가속화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9~11월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8만3059가구로 예상, 작년보다 약 4000가구 줄고 최근 5년 사이 두 번째로 적을 것으로 예상했다.

매매 대신 전세 선택해도…집이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지속적으로 집을 사지 말라고 신호를 보내는 것은 전세시장에 더욱 부담이다. 

무주택 실수요자 입장에선 정부 말마따나 내 집 마련 시기를 늦추려 해도 당장 살 집을 구하기 힘들다는 게 문제다. 사전청약을 포함한 3기 신도시에서 공급되는 주택을 내 집으로 마련하려면 적어도 4~5년 이상 무주택을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전세시장에 남아 있어야 하기 때문에 전세 공급부족은 심화할 수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가뜩이나 전세시장 불안이 장기화되면서 가격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지난 8월 기준 서울 아파트 중위전세가격은 6억2648만원(KB부동산시세)으로 1년 전(4억6876만원)보다 33% 이상 상승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3차 신규 공공택지 공급시기는 2026년부터 입주자를 모집할 예정인데, 만약 해당지역 주택청약을 위해 지역우선순위와 무주택 자격을 유지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면 단기적으로 임대차 시장 부담이 될 수 있다"며 "가격안정을 위한 시장 모니터링이 꾸준히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전세불안 확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추가대책 마련에 고심이다. 전세시장 모니터링을 이어가는 동시에 11.14대책에 더한 물량을 공급하는 계획도 검토하고 있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19일 가진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지난해 발표한 전세대책에 플러스알파 물량 등 단기적 대책을 추가로 검토하고 있는데 곧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올해 계획했던 물량이 지금까지는 확정된 게 적어 보이는데 공급 시점을 감안하면 하반기에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역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은행의 대출문턱이 높아지면서 전세대출도 활용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정부가 공급하려는 전세주택은 시세보다는 저렴하고 물량을 이전보다 늘리려는 노력 자체로는 의미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전셋집 주요 공급원인 입주 물량 자체가 적고, 기축 주택도 계약갱신 중심으로 돌아가면서 시장에 나오는 전세매물이 크게 감소해 가격이 크게 올라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전청약 등 최근 정부 대책은 매매시장 안정에 초점을 맞추면서 전월세 시장을 흔드는 요인이기도 하다"며 "정부가 주택담보대출은 물론 전세대출도 가계부채 관리 차원에서 문턱을 높이고 있어 당장 전셋집을 구해야 하는 세입자들 가운데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명현 (kidman0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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