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거지도 서러운데 전셋집 쫓겨날까 막막합니다"..어느 무주택자의 절규

박상길 2021. 8. 26.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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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민이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아파트 밀집 지역을 내려다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열(사진)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당장 집주인이 들어와 살겠다고 나가라고 하면 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요즘 금융권에서 대출 막는다는 뉴스 뜰 때마다 간담이 서늘합니다. 설마 이러다 내년에 이 전셋집에서 쫓겨나면 직장과 멀어져도 어쨌든 살 집을 구해야 하는데, 대출은 안 나오고 그렇다고 제2금융권에서 높은 이율로 그 많은 돈을 빌릴 수도 없고…"

한국은행이 26일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하자 무주택자 카페에서 이런 하소연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언젠가 집값이 폭락해 10억원짜리 집이 5억원이 된다 한들, 결국 현금 5억원을 가진 사람들이 또 영끌 대출(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로 구매했다가 경매로 넘어간 집을 줍줍(줍고 줍는다는 의미)할 뿐, 과연 제가 갖고 있는 돈으로 살 수 있는 집이 그땐 있을까요"라고 말했다.

이어 "요즘 퇴근하면 아내와 당장 내년 걱정에 한숨만 쉽니다. 이대로라면 내년엔 월세밖에는 답이 없는데, 그럼 돈은 어떻게 모으나요"라며 "있는 집 놈들은 돈이 아깝지 않으니 더 잘 투자하고 더 많이 벌고, '너 그러다 언젠간 다 잃는다' 질투도 해봤지만 결국 번 돈으로 집 사고 자랑하고...이런 놈들이 주변에 많은데, 지금 해볼까 해도 이미 고점이 아닐까 두려워 시도도 못하는 제가 참"이라고 적었다. 국내 최대 규모의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한 누리꾼은 "늦게 주식에 뛰어들어서 재미도 못 보고 아파트 대출금이나 빨리 갚아야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26일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현재 연 0.5%인 기준금리를 0.75%로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의결했다. 금통위는 코로나19 확산 직후인 작년 3월 '빅컷'(1.25%→0.75%)과 5월 추가 인하(0.75%→0.5%)를 통해 2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나 내렸고, 이후 지난달까지 아홉 차례나 사상 최저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기준금리 인상은 2018년 11월(1.50→1.75%) 이후 2년 9개월(33개월) 내 처음이다.

금통위의 금리 인상 결정은 그동안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린 부작용으로 가계대출 증가, 자산 가격 상승 등 '금융 불균형' 현상이 심해진 데다 물가 상승 우려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금통위 직후 기자 간담회에서 "금리를 인상한 것은 경기 회복세 지속, 물가상승 압력, 금융불균형 누적 세 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추가 인상도 시사했다.

이 총재는 "누적된 금융불균형을 완화시켜 나가겠다는 필요성 때문에 첫발을 뗀 것으로, 이번 조치 하나로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며 "집값도 그렇지만 금융불균형에도 저금리가 분명 영향을 줬지만, 다른 요인도 같이 작용한 만큼 오래 누적된 금융불균형을 해소하는 데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통화정책만이 아니라 다른 정책도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부동산 규제와 가격 급등에 따른 피로감에 더해 최근 가계부채를 억제하기 위한 금융 당국의 대출 조이기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은행권에서만 가계대출 잔액이 9조7000억원 급증하는 등 가계부채 증가세가 꺾이지 않자 당국은 금융권에 강력한 대출 총량 관리 방안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일부 시중은행에서는 대출을 제한하거나 중단한 상황이다. 여기에 한은의 금리 인상 결정이 더해지자 가뜩이나 관망세였던 주택 매수세가 더욱 움츠러드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이번 금리 인상이 집값을 당장 하락시키기보단 상승률을 둔화하는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가계대출의 70% 정도가 변동금리대출인 데다 가격도 소득이나 물가 대비 고평가되어 있어 금리 변수 영향력이 높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여전히 저금리 수준이라 이번 금리 인상에도 당장 집값이 하락하기보다는 거래량과 상승률이 둔화하는 양상이 나타날 것 같다"며 "가격 하락은 대출자의 금리 부담이 임계점을 넘어서야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서민층의 긴급생계자금은 일정부분 대출이 지속될 수 있겠지만, 시장에 풀린 유동자금을 걷어 들이고 가계부채의 연착륙 도모하는 과정에서 주택을 포함한 부동산 구입 수요자들의 자금조달이 과거보다 제한될 확률이 높다"며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 매입수요는 감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WM사업부 올백자문센터 부동산 수석위원은 "향후 대출규모는 줄고 비용은 늘어나면서 실수요자나 취약차주 중심으로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며 "실수요자들은 필요 대출을 사전에 준비하고 보유 대출 규모를 줄이는 등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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