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빚투 차단해 집값 반드시 잡는다"..정부의 마지막 승부 통할까

박상길 2021. 8. 20. 09: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의 한 은행에 주택담보대출 관련 정보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 부채와 치솟은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을까. 가계부채가 국가의 경제·금융 시스템을 위협할 정도로 몸집이 커지고 치솟은 집값이 경제 문제를 넘어 사회·정치적 갈등으로 비화하는 등 위기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1∼7월 전체 금융권의 가계부채 증가액(잠정치)은 78조8000억원이다. 작년 12월 말 가계부채 잔액이 1631조5000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7월 말 현재 가계부채 잔액은 1710조3000억원에 달한다는 뜻으로 코로나19 전인 2019년 12월 말 1504조6000억원보다 205조7000억원 불어난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현재 가계대출 잔액은 1666조원으로 1년 전보다 144조2000억원 늘었다. 증가율, 증가액 모두 사상 최대다.

시중에 풀린 통화량도 상당하다. 넓은 의미의 통화량인 M2는 올해 6월 평균 3411조8000억원으로 작년 12월 3191조3000억원과 비교해 220조5000억원 늘었고 코로나19 전인 2019년 12월 2909조1000억원과 비교해서는 502조7000억원 급증했다.

M2에는 현금, 요구불예금, 수시입출금식 예금(이상 M1) 외 MMF(머니마켓펀드)와 CD(양도성예금증서), 만기 2년 미만 금융채와 금전신탁 등 곧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단기 금융상품이 포함된다. 이렇게 풀린 유동성이 실물 경제에 유입돼 기업과 민생의 위기 극복에 도움이 된 것은 분명하지만 막대한 자금이 부동산으로도 몰려 집값을 폭등시키면서 금융 불안정을 키웠다.

한국부동산원(옛 한국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값은 1월 1.12%, 2월 1.71%, 3월 1.40%, 4월 1.33%, 5월 1.21%, 6월 1.53%, 7월 1.64% 등 7개월 연속 1% 이상 오르면서 누적 상승률이 11.12%에 이르렀다. 한국부동산원이 2003년 12월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1∼7월 누적 상승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7개월 연속으로 매달 1%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한 것은 역대 최장 기록이다.

올 들어 7월까지 누적 상승률은 서울(4.33%), 경기(14.17%), 인천(15.65%)에서 모두 지난 한 해 연간 상승률을 이미 넘어섰다. 작년에도 아파트값이 큰 폭으로 뛰었는데, 올해는 이보다 상승세가 훨씬 더 가팔랐던 것이다.

가계부채가 폭발하고 집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위기론이 정부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6일 취임식에서 대출 부실과 자산의 가격조정 등 다양한 리스크가 일시에 몰려오는 '퍼펙트 스톰'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지난 17일 회의에서 "과도한 신용 증가는 버블의 생성과 붕괴로 이어지고 이는 금융부문 건전성 및 자금 중개기능 악화를 초래해 실물경제 성장을 훼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16일 국회에서 "경제 주체들의 수익 추구 행위, 레버리지가 과도하게 진전된다면 언젠가는 조정을 거치고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정부는 가계부채 억제에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기로 했다. 내년 봄 대선을 앞두고 대출을 세게 옥죄는 것이 여러모로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황이지만 집값을 잡지 못하면 더 큰 것을 잃을 수 있다는 판단이 큰 것으로 보인다.

고승범 후보자는 "가계부채 관리는 지금 이 시기에 금융위원장에게 맡겨진 가장 중요한 책무"라고 규정했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은행을 비롯한 전 금융권을 창구 관리 수준으로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올 들어 월별로 9% 선에서 움직였던 가계부채 증가를 관리 목표(5∼6%) 내에서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는 우선 올해 가계대출 관리에 구멍을 낸 2금융권의 방만한 대출에 철퇴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 1∼7월 2조4000억원이 줄었던 2금융권 가계대출은 올해 같은 기간 무려 27조4000억원이나 늘었다.

금융위는 3년에 걸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단계적으로 강화하기로 하고 7월부터 투기 과열 및 조정대상지역의 주택담보대출이나 1억원 초과 신용대출에 DSR 40%를 적용했는데 이를 당초 예정보다 앞당겨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최근 기존 연 소득의 1.5∼2배 수준이었던 신용대출 한도를 연 소득 이내로 축소할 것을 금융권에 주문했고 차주가 주택담보대출 약정을 위반할 경우 예외 없이 대출을 회수하도록 했다. 금융권으로부터 강력한 주문을 받은 NH농협은행은 오는 11월까지 신규 가계 담보대출을 전면 중단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NH농협은행은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이미 넘어섰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가계부채의 위험이 워낙 심각한 상황이어서 정부의 적극적인 가계대출 총량 관리가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하면서도 너무 거칠게 시행할 경우 젊은 층이나 취약계층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전문가는 "패닉바잉의 주체인 2030세대의 내 집 마련 의지가 강한 상황이고 이들은 분명한 실수요자인데, 대출을 옥죄면 주택 시장 접근이 차단돼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정부가 가계대출의 총량을 관리하려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금융당국이 정교한 미시 대책으로 접근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