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시당초 왜 꺼내들었나"..與 부동산정책 세번째 철회, 종부세 2% 백지화

문재용,정주원 2021. 8. 1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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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 기준 11억으로 확정

◆ 오락가락 부동산 정책 ◆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을 공시가격 상위 2%로 정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의 당론 개정안이 불발됐다. 그 대신 공제액 기준을 기존 9억원에서 11억원으로 높여 종부세 부과 대상을 축소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는 1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종부세법 개정안을 합의 처리했다. 기본 공제액인 6억원에 1주택자에 대한 추가 공제액을 기존 3억원에서 5억원으로 상향해 총 11억원이 된다. 7월 초 당정협의를 통해 발표했던 종부세 개정안이 2개월도 채 안돼 전격 폐기됨에 따라 시장에 큰 혼선을 초래하게 됐다.

앞서 민주당이 발표했던 임대사업자 양도소득세 감면 폐지, 재건축 실거주 요건 완화 등이 잇따라 무산되거나 철회되면서 내년 대선을 의식한 설익은 졸속 대책으로 가뜩이나 엉망이 된 부동산 정책이 더욱 누더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재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전날까지만 해도 당론인 상위 2% 부과안을 강행하려 했지만 결국 야당안대로 액수 기준 부과 방식에 합의했다. 조세소위원장인 김영진 민주당 의원은 "이달까지 종부세 법안을 통과시켜야 국세청·행정안전부에서 과세 자료를 만들고 후속 절차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여야 간사 합의로 최종 결론에 도달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민주당은 송영길 대표 취임 후 2개월 가까운 진통 끝에 상위 2% 부과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바 있다.

그러나 입법 강행에 부담을 느낀 여당이 야당의 액수 기준 부과안을 수용하게 됐다.

[문재용 기자 / 정주원 기자]

與, 부동산정책 세번째 헛발질…표만 노린 졸속입법 '후폭풍'

임대사업자·실거주 의무 이어…'2% 종부세'도 폐기

내년 대선만 바라보는 與
野·시장전문가 무시하고 강행

상위 2% 사사오입 논란 일자
전격 없던일로…예고된 참사
민주당 내부서도 "황당하다"
당정이 발표했던 종부세 상위 2% 부과 개정안이 전격 폐기되고 과세 기준을 공시지가 현행 9억원에서 11억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19일 국회 기재위 조세소위를 통과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성동구의 한 세무법인 앞을 행인이 지나는 모습. [한주형 기자]
집권 여당이 무리하게 주도해 온 부동산 입법이 잇따라 막대한 시장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이 아닌 의원들이 입법 과정을 주도하고 있는 데다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와 야당의 의견을 무시한 채 일방적인 입법 독주가 낳은 '예고된 참사'라는 평가도 나온다.

19일 국회 기재위 소위에서 당초 당정협의로 발표됐던 상위 2% 종부세 부과 개정안이 전격 폐기됐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법안은 발의 당시부터 사사오입 논란을 낳았고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경우엔 납세자들의 반발이 초래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민주당 내 종부세 완화 방안 논의는 일부 강경파 의원들의 반발 탓에 제대로 된 논의를 하지 못했고 결국 기재위 소위에서 과세 기준을 공시가 기준 11억원으로 수정하는 타협안을 내놨다. 민주당 부동산특위의 한 관계자는 매일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기준선을 2%로 하든 12억원으로 하든 전혀 상관이 없었다.

종부세 완화를 강경파들에게 설득하는 데 온 신경을 집중했다"고 전했다. 경제활동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종부세 개정안을 놓고도 이념 대결에 함몰된 탓에 실제 제도의 적용 가능성은 전혀 검토하지 못한 셈이다. 2% 부과안이 이 같은 졸속 논의의 결과물이었지만 기재위 소속 여당 의원들은 당론을 뒤집을 수 없다는 부담감 탓에 2개월째 스스로도 납득하기 어려운 법안을 야당에 설득하는 고초를 겪었다.

실제 법안이 발의된 후 '사사오입' 논란이 격화된 것도 2% 부과안 폐기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 유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에 따르면 공시가격 상위 2%에 해당하는 액수를 정한 뒤 1000만원 단위에서 반올림을 해 억원 단위에서 기준이 정해질 예정이었다. 이럴 경우 보유 주택의 공시가격이 실제 상위 2% 액수보다 싸지만, 반올림 후 종부세 부과 대상으로 편입되는 사례가 대거 등장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실제 2% 기준선이 11억3000만원일 경우 반올림으로 부과 기준이 11억원까지 낮아져 11억2000만원짜리 주택을 보유한 사람도 과세되는 식이다. 가뜩이나 임대차 3법을 비롯한 부동산 정책 실패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민주당이 이 같은 정책을 강행하긴 부담이란 판단이 작용했을 것으로 해석된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여당의 종부세 개편 논의는 조세 원칙을 무시하고 철저히 정치 논리에 따라 진행됐다. 결과는 옳게 되돌아왔지만 그 과정에서 치른 사회적 비용이 막심한 만큼 재발 방지를 위한 반성이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정권 말에 접어들며 여당이 무리하게 추진했던 정책이 원점으로 돌아가는 일이 반복되는 점도 주목된다. 민주당의 종부세 개편안과 함께 발표됐던 임대사업자 혜택 폐지 방안이 대표적이다. 당시 민주당 부동산특위는 부동산 감세에 대한 당내 비판을 무마하기 위해 훨씬 강력한 증세안인 임대사업자 혜택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하며 야심 차게 도입한 제도를 여당이 직접 폐기하겠다는 강경 대응이었다. 그러나 불과 4년 전 정부의 약속을 믿고 제도에 가입했던 임대사업자들이 격렬히 반발했고 여론 부담을 느낀 민주당은 한 발 물러선 상황이다. 공식적으로는 당정이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대선을 7개월여 앞둔 시점에 임대사업자 혜택을 폐지하기는 불가능하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단지에서 조합원이 2년 실거주 요건을 채우지 못할 경우 분양권을 얻지 못하게 하려던 법안이 수포로 돌아갔다. 실거주 요건을 채우기 위해 집주인들이 갑작스레 재건축 단지로 몰려들며 전세난이 심각해졌고, 이에 따른 반발 여론을 의식해 규제를 폐기한 것이다.

이날 기재위가 의결한 종부세법 개정안과 관련해서도 당내 갈등이 격화되자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전문가들을 초청해 2% 부과안에 대한 찬반 양론을 의원들이 청취할 수 있게 하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2% 부과안을 최종 폐기시킨 문제점들이 이 자리에서 모두 지적됐지만 종부세 완화 여부에만 몰두했던 여당 의원들은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토론회를 준비한 한 민주당 관계자는 "종부세 개정안을 놓고 그렇게 난리를 치더니, 논란이 한창이던 때 개최한 토론회를 챙겨 본 의원은 180명 가운데 20여 명 남짓이었다"며 "특히 종부세 완화안에 반대했던 의원들 가운데 참석한 사람을 찾기가 어려워 더욱 황당했다"고 말했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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