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11억, 양도세 12억, 대출 15억..왜 이렇게 복잡해졌나
세법상 고가주택 기준(현행 9억)을 바탕으로 운용된 각종 부동산 규제가 표를 의식한 여권의 일방통행과 정부의 땜질식 대책으로 더 복잡해지고 있다.
먼저 종부세 과세표준은 현행 공시가격 9억원 초과에서 '상위 2%'로 변경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 기준 공시가격 2%는 10억6800만원 수준으로 지금보다 과세 표준이 상승해 일부 1주택자 세금이 감면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야당인 국민의힘은 납세자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2% 룰' 대신 종부세 과세 기준액을 12억원으로 일괄 상향하는 게 낫다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종부세법 개정안에 담긴 "억원 단위 미만은 반올림해서 계산한다"는 내용의 부칙은 이른바 '사사오입' 논란을 불러왔다. 예컨데 공시가격 10억5000만원인 주택은 실질적으로 상위 2%에 포함되지 않지만 반올림 계산시 11억원으로 인정돼 종부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여당 개정안에 대체로 찬성하는 분위기나, 법안을 검토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납세자의 예측 가능성이 저해되고, 종부세의 인별 과세 체계와 다소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종부세가 2018년 이후 세율 인상 등을 이유로 사실상 매년 개정됐고, 주요 선진국에선 세율과 공제율 기준을 상대적 비중으로 정한 전례가 없다는 점, 기준 변경 주기를 3년마다 하는 것도 시장 흐름상 납세자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종부세 2% 룰은 집값이 더 오를 경우 부부 공동명의 문제와도 충돌할 소지가 있다. 현재 부부 공동명의 시 종부세는 공시가격 12억원 초과(인당 6억원씩 합산) 분부터 과세되는데, 앞으로 집값이 더 올라 공시가격 상위 2%가 12억원을 넘어설 경우 부부 공동명의 기준을 또 손질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될 수 있어서다.
1가구 1주택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매매가격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높이는 방안은 시장 흐름을 반영한 적절한 조치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하지만 법률 시행 시점에 따라 9억~12억원대 매물을 더 줄어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자문센터 팀장은 "절세를 위해 법이 바뀌기 전까지는 9억~12억원대 매물을 보유자들이 매도 시기를 최대한 늦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국민의 재산권에 영향을 주는 정책임에도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게 논란거리다. 정부는 올해 초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관련 위헌소송 의견서에 "주택 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한 대출 수요 규제 등은 국가의 방침을 천명한 행정계획 내지 행정지도"라는 입장을 밝혔다. 법에 근거한 공권력 행사가 아님을 강조한 것이다.
정부는 의견서에 "대출 규제는 금융기관의 자발적 협조에 기초하며, 따르지 않아도 불이익이 전혀 없다", "초고가 아파트 소유자는 금융기관 외에서 차용능력이 우수해 합리적 근거가 있는 차별"이란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법리 싸움을 위한 비현실적 논거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40대 직장인 A씨는 "현재 거주 중인 집을 팔고 평수를 넓히거나 시설이 좋은 새 아파트로 가려면 추가 대출이 필요한데 시내에서 이런 집들은 대체로 15억이 넘는다"며 "이자와 원금 상환 능력은 누구보다 은행이 면밀하게 검증하는데, 정부가 무슨 근거로 대출 규제선을 정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업계에선 헌재 판결에 따라 시장에 파장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만약 대출 규제 정책이 위헌 판결을 받게 되면 이로 인해 주택을 구입하지 못하게 된 수요자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신중한 정책 추진을 주문한다. 홍기용 인천대 세무회계학 교수(한국납세자연합회장)는 "증세를 비롯한 규제 정책만으로 주택 시장을 안정화 시킬 수 없다는 사실은 수 년간 시행착오로 입증됐다"며 "적어도 1주택자는 주거안정, 거주이전의 자유 등 헌법상 권리를 최대한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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