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정책 '낙제점'..모든 지표가 한 목소리 '집 더 지어라'

노명현 2021. 8. 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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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주거실태조사]
규제일변‧뒤늦은 공급대책, 주거실태 악화
공급 부족 탓.."규제완화로 매물 출회 유도"

문재인 정부 임기 내 확인할 수 있는 마지막 주거정책 성적표가 사실 상 낙제점을 받았다. 정부 출범 시점과 비교해 나아진 부분을 찾기 힘든 까닭이다. 내집마련에 걸리는 기간은 더 길어졌고 내집을 갖고 있는 가구 비중은 줄어들었다.

특히 주택 공급 부족 현상이 정부 지표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임기 초 규제중심의 정책을 펼치다 뒤늦게 공급으로 선회했지만 상황을 되돌리기가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문제는 공급 부족'

2020년 주거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주거 안정성 지표인 자가점유율(자가에 거주하는 가구)과 자가보유율(자가를 보유한 가구)은 모두 전년보다 하락했다. 점유율은 0.1%포인트 하락한 57.9%, 보유율은 0.6%포인트 떨어진 60.6%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현 정부 출범 시점보다 주거 안정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점수를 주기 어렵다. 2017년 자가보유율과 점유율은 57.7%, 61.1%로 전년보다 0.9%포인트, 1.2%포인트 상승했지만 이후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자가보유율의 경우 2017년과 비교해 오히려 0.5%포인트 하락, 내 집을 소유한 가구 비중은 줄어들었다.

생애 처음으로 내 집을 마련하는 기간도 늘어났다. 2020년 기준 7.7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나 4년 만에 1년이 더 길어졌다. 그 만큼 내 집 마련이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국민들이 가장 원하는 대책도 집을 마련하는데 필요한 자금 지원이다. 전체가구 중 40.6%가 '주거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응답했고, 이 가운데 주택구입자금(34.6%)과 전세자금(24.5%) 대출지원이 60%에 달했다. 장기 공공임대주택 공급(11.6%)은 후순위였다.

이처럼 주거실태 지표상으로도 주택 부족 현상은 적나라히 드러나고 있다. 정부 역시 자가보유율 감소를 두고 "역대 최고 수준의 가구분화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가구 수 증가분은 2018년 30만5000가구에서 2019년 36만4000가구, 2020년에는 58만4000가구로 급증했다. 가구분화로 인한 주택 수요보다 공급량이 적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정부는 그동안 급격한 가구분화를 예측하지 못했다는 점을 여러차례 강조했는데, 이같은 가구분화 이면에도 청약을 위한 세대분리나 자녀 증여 등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 역시 면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이같은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은 집값 불안을 야기, 서민들의 생애 첫 집 마련 시기가 늦어졌을 뿐 아니라 집을 사고 싶어도 자금이 부족해 정부에 자금 지원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세입자 주거비 부담도 늘어…다주택자 관건

주거 안정이 개선되지 못한 가운데 주거비 부담도 덜어내지 못했다. 전국 기준 지난해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배수(PIR)은 5.5배, 월소득 대비 월임대료 비율(RIR)은 16.6%로 전년보다 악화됐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초저금리 기조가 유지돼 집값과 임대료가 높아진 영향도 있지만 임대차 시장에서도 매물 부족 현상으로 임대료(전세보증금 등)가 크게 올랐다. 특히 임대차3법 도입 후 부작용이 더 크게 나타나면서 전세의 반전세(혹은 월세) 전환, 신규 전세매물 감소 등도 임대료 부담 증가 요인으로 꼽힌다.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을 돕고 임차인들의 안정적인 주거환경을 마련하겠다는 게 정부의 주거정책 핵심 목표였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나타난 것이다.

정부는 올 들어 공급 선행지표인 아파트 인허가‧착공 실적이 증가하고 있고, 그 동안 발표한 공급대책을 통해 충분한 물량이 추가 공급될 예정이라 자가보유율 등이 점차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공급대책 효과는 정부 계획대로 차질 없이 추진된다 해도 실제 공급되는데 4~5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당장의 주거불안을 해소할 공급 물량은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주택공급 부족으로 집값 상승과 전세난 심화 등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지표는 예견된 결과"라며 "정부 출범 초기에 공급대책을 병행했다면 현 시점에 주거지표 안정 효과가 나타났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발표한 주택공급 대책은 일러야 4~5년 후에나 실제 공급이 이뤄질 수 있어 당분간 주거지표는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지금 당장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으로 다주택자의 매물 출회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이 역시 시장에서 기대하는 정책과 실제 정치권 등에서 쏟아내는 정책이 여전히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관련기사: [집잇슈]저는 다주택자인데요, 집 안 팔아요(8월11일)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교수는 "정부는 지난 4년간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도록 하기 위해 보유세를 강화했는데, 오히려 집주인들이 집을 파는 대신 세금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해 주거비 부담만 커졌다"며 "다주택자 매물이 시장에 나오게 하려면 양도세 완화 등의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명현 (kidman0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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