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올리면 집값 잡힐까..전문가들이 내다본 '금리인상의 시간'

유엄식 기자, 황국상 기자, 임동욱 특파원 2021. 8. 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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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금리가 오른다, 파티가 끝난다 (下)

[편집자주] 이르면 이달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된다. 코로나19(COVID-19) 사태와 함께 시작된 '초저금리'의 시대가 저문다. 전 세계적인 '유동성 파티'는 종언을 고할 것인가. 금리인상이 대출이자와 집값, 주가에 미칠 영향을 짚어본다.

금리 올리면 집값 잡힐까···"덜 오르겠지만, 떨어질 일은 없다"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제공=뉴스1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금리가 오르면 주택가격도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홍 부총리가 말한 금리인상이 이르면 이달말 금융통화위원회부터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금리가 오르면 집값이 떨어질까.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이 곧바로 주택시장 안정으로 이어지긴 어렵다고 봤다.

◆공급 확대 없으면 백약이 무효

금통위원을 지낸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주택가격은 단기적으로 경기나 금리 변동에 영향을 받지만 최근 유동성 증가 국면에서 왜 아파트 가격만 상대적으로 높은 상승세를 나타냈는지는 설명이 어렵다"며 "이는 소득 증가와 단독주택에서 아파트로 빠르게 전환된 젊은 세대의 주택형태 선호 변화를 공급이 충분히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게 더 합리적인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울 주택 300만호의 40% 이상은 단독 혹은 연립주택인데, 이곳에서 새로운 가정을 꾸리려는 젊은 세대가 과연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며 "이런 현상이 부인할 수 없는 대세라면 그에 걸맞는 공급 확대를 제쳐두고는 어떤 대책도 힘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원장은 "과거와 달리 부동산은 물론 주식, 가상자산 등 다양한 분야로 유동성이 흘러갔기 때문에 금리인상이 부동산 가격 지표에만 직접적인 하방 요인이 되긴 어렵다"며 "과거 경험상 경기가 좋을 때 금리를 올리면 단기에 부동산 가격을 조금 떨어뜨린 효과가 있었지만, 이번 금리인상 검토는 경기 회복세가 아닌 원자재 등 물가상승 압력에 대응하는 차원이어서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금리인상이 시장 안정 효과로 이어지려면 서울 도심에 실질적으로 양질의 신규 주택을 신속히 공급하는 방안과 기존 주택 거래를 활성화하도록 양도소득세 완화 등 정책 변화가 동반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주열 한은총재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의원들의 긴급현안질의에 대한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기준금리 두 번 올려도 1%로 여전히 저금리"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두번 올려도 1%로 저금리 수준이고 이미 정부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 부채관리를 강화했기 때문에 이자부담 압박에 경매 시장에 아파트 매물이 쏟아지고 급매가 속출해 시세가 급락할 일은 없을 것"이라며 "여전히 공급부족 인식이 강해 금리가 다소 올라도 내집마련을 결정한 수요자가 대기 수요로 돌아갈 가능성도 낮다"고 말했다.

그는 "수급 불균형 상태에서, 특히 공급이 부족한 현재 시장에선 확실한 공급 대책 외에는 백약이 무효"라며 "주택은 공급이 비탄력적인 대표적인 재화인데 양도세, 종부세 등 세금을 높여 시장에 매물을 늘리겠다는 구상은 비현실적이고 실제로 여러 부작용만 낳고 있다. 금리인상과 별개로 이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미하지만 가격 안정세에 도움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올해 상반기 가격 상승률이 워낙 높았기 때문에 8월 금리인상은 그간 상승세에 따른 피로감과 맞물려 가격 상승률을 둔화시키는 효과가 일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시장에 곧바로 하락 요인이 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전셋값 오름세도 금리인상 효과를 떨어뜨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서영수 키움증권 금융 애널리스트는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금리인상을 해도 전셋값이 계속 올라 레버리지가 커지고 이로 인해 발생한 갭투자 관련 부채는 증가하는 구조"라며 "전체 부채를 줄여도 이걸 막을 방법이 현재로선 없기 때문에 당장 집값이 떨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금리인상의 계절, 개미들의 봄날은 끝나나
빚내서 주식에 투자하는 '빚투'가 역대 최대 규모에 달한 가운데 이르면 8월 단행될 기준금리 인상이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까. 전문가들의 시각은 엇갈린다.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신용융자 잔고는 24조1624억원에 이른다. 지난달 19일 역대 최대 규모(24조7713억원)를 기록한 이후 소폭 감소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24조원대를 넘는 역대급 수준이다. 시장별로 코스피, 코스닥 신용융자가 지난달 각각 13조원, 11조원을 넘어섰다.

신용융자 급증의 표면적 이유는 에스디바이오센서,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등 대형 IPO(기업공개)가 이어지며 개인 투자자 등을 중심으로 한 청약 행렬이 본격화된 때문이다. 근본적으로는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지난해 3월, 5월 두 차례 기준금리가 인하된 이후 현재까지 이어진 저금리 기조가 꼽힌다.

코스피를 1400대에서 올해 3300대까지 끌어올린 데도 낮은 금리에 힘입은 '빚투'의 역할이 컸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며 코로나 사태 전인 2019년 9조3000억원이었던 일평균 거래대금(코스피·코스닥 합산)은 지난해 23조원을 넘어섰고 올해 들어 현재까지도 벌써 29조원을 웃돈다.

/그래픽=최헌정 디자인기자

금리가 오를 때 시중 유동성, 그리고 주가지수가 불안한 모습은 이미 올 초 나타난 바 있다. 1분기 미국 장기금리 상승세의 여파가 국내 시중금리에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1월 한 때 60조원을 넘던 일평균 거래대금이 3월 들어 22조원대까지 줄었다. 이 기간 코스피는 3000선이 붕괴되는 불안한 모습도 나타났다.

증시 거래대금이 늘고 코스피가 재차 3300선을 상향 돌파한 것도 금리 상승세가 진정된 영향이 크다. 이때문에 금리 인상을 시사한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증시의 긴장감이 커진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달 초 증권업종 분석 보고서를 통해 기준금리 인상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을 언급한 바 있다.

정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상이 증권업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는 이유는 거래대금, 증시, 부동산에 하방압력을 가중시키기 때문"이라며 "시장금리는 거래대금과 역행하는 성격을 보여왔고 이에 따라 3분기부터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처음으로 전년 동기 대비 거래대금 감소가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이같은 우려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주식투자를 하는 이들은 기준금리가 0.25%쯤 올라간다고 해서 당장 대출을 상환하고 주식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급격한 금리상승으로 금리 수준 자체가 바뀌는 게 아니라면 시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매우 제한적"이라고 했다.

이 팀장은 "이미 채권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상 이슈를 반영돼 가격이 매겨져 있고 시중 대출금리도 지난해 1월 수준으로 올라와 있는 상황"이라며 "기준금리가 이번에 올라간다고 해서 대출금리 폭등에 따른 이자부담 급증, 그리고 대출상환에 따른 증시 유동성 급감 등은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했다.

또 "올해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4%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내년에도 3% 초중반대의 성장률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금리인상이 증시 펀더멘털(기초체력)을 구성하는 기업 실적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낮다"며 "최근의 금리인상에 따른 우려는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세계의 돈줄' 쥔 연준, 금리인상 앞서 테이퍼링 '카운트다운'
미국 연방준비제도
미국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금리인상을 위한 조건 중 하나로 내세웠던 고용시장 회복이 이미 가시화하면서 이제 인플레이션까지 현실화되면 금리인상의 모든 조건이 충족된다. 금리인상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지만, 그보다는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이 먼저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물가, 모든 것이 오른다"

연준은 최근 급격한 물가상승이 '일시적'인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시장은 '반신반의'하고 있다. '모든 것이 오른다'는 표현이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실생활에서 물가가 크게 오르고 있다. 6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5.4%(전년동월대비)를 기록했는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7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물가상승률도 4.5%에 달했다.

연준은 현 상황에서 5%가 넘는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입장이다. 반도체 수급 문제 등으로 중고차 가격 급등 등이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얼마 전까지 급등했던 목재 가격이 다시 크게 하락하는 등 인플레를 야기하는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문제가 지속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7월 물가상승세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단기간에 수급 문제가 해결될 수 없기 때문에 구조적인 인플레가 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노동력 부족 현상에 주요 기업들은 경쟁적으로 임금을 올리고 있다. 파격적인 인센티브 혜택을 제시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美주택가격 상승속도, 30년래 최고

최근 미국 주택 가격도 30여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발표된 5월 S&P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전국 주택가격지수는 전년 동월대비 16.6% 상승하며, 전달(14.6%)보다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는 지수 집계가 시작된 1987년 이후 3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 주택가격은 지난해부터 치솟기 시작했는데, 역대 최저 수준의 금리를 이용해 주택을 구입하려는 수요가 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수요는 주택 공급부족과 맞물리며 집값을 역대급으로 끌어올렸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선 근본적으로 '돈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중앙은행은 긴축정책을 통해 유동성을 흡수하고, 궁극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카드를 사용한다. 문제는 언제 어떻게 조치를 취할 것이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올해 말 테이퍼링, 내년 중 금리인상 가능

시장은 연준이 우선 테이퍼링에 나선 후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본다. 시중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과 각종 파급효과 등을 감안할 때 점진적이고 순차적인 방식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연준은 지난해 3월 코로나19(COVID-19) 사태에 대응해 금리를 1.00~1.25%에서 제로 수준으로 내린 후 동결을 유지하고 있다. 또 연준은 시장에 유동성을 주입하고 시장을 부양하기 위해 대규모 채권 매입에 나섰다. 현재 연준은 매달 800억 달러(약 90조원) 규모의 미국 국채와 400억 달러 어치의 주택저당증권(MBS) 등 1200억 달러 상당의 채권을 사들이고 있다.

시장은 연준이 오는 9월 또는 늦가을 정도에 테이퍼링에 대한 계획을 알리고, 연말 또는 내년 초에 이를 시작할 것으로 전망한다.

연준은 실제로 지난달 정례회의에서 언제 어떻게 자산매입을 줄여야 할지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조기 테이퍼링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로버트 캐플런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연준의 "대규모 채권매입이 시장의 과도한 위험 감수(excessive risk-taking)로 이어지고 있다"며 "연준이 테이퍼링 시점을 앞당겨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캐플런 총재는 "채권매입이 현재 경제의 공급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며 "테이퍼링 절차를 시작하는 것은 향후 금리인상에 대한 압력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인상은 빠르면 내년부터 시작될 수 있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이 지난 6월 익명으로 제시한 금리전망(점도표)에 따르면, 연준은 2023년에 2차례 금리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위원 18명 중 7명은 내년에 금리 인상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금리인상 여파는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에게 상당할 전망이다.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환율이 급격히 움직일 수 있고, 시장금리 상승으로 인한 가계부채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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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엄식 기자 usyoo@mt.co.kr, 황국상 기자 gshwang@mt.co.kr, 임동욱 특파원 dwl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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