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에이치자이개포' 전세 물량 600여가구.. "휴가철 지나면 계약속도 빨라질 듯"
지난 7월 말부터 첫 입주를 시작한 서울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자이개포.’ 1996가구의 대단지 입주가 시작된 만큼 이 아파트의 전세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다. 초미의 관심사는 ‘전세 물량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소진될 것인가’와 ‘주변 시세 전세 가격을 내릴 수 있을지’ 여부다. 대단지인 ‘디에이치자이개포’ 전세 가격이 출렁일 경우 근처 신축 아파트로 꼽히는 ‘래미안개포루체하임’ 등 개포동 일대 신축 아파트 단지의 전세 가격 안정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셋집을 구하는 전세 수요의 숨통을 잠시 틔우는 효과는 있겠지만, 이 지역 일대 전·월세 시세가 쉽사리 약세로 돌아서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 “기대보다 전세 물량 대거 나왔다”
1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디에이치자이개포’ 단지에서 세입자를 구하는 전세 매물이 한꺼번에 나왔다. 9일 오전 기준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등록된 전세 물량은 645가구, 월세(반전세)는 507가구에 달한다. 이는 전세와 월세 각각 중복(동일) 매물을 하나로 묶어 집계한 것이다. 인근 공인중개업소들은 예상보다 많은 전세 매물이 나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분양 당첨자들 상당 수가 만만치 않은 주택 마련 비용과 세 부담을 ‘전·월세’로 해결하려는 것이다. 이 아파트의 경우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아 전매 제한이 걸려 있지만, 2018년 분양 단지라 의무 거주 요건이 따라 붙지 않았다.
윤지해 부동산114 선임 연구원은 “분양가가 9억원이 넘어 중도금 대출이 불가한 탓에 이 아파트 수분양자 일부는 중도금 일부를 연체하는 등 자금 마련이 어려운 상황일 수 있다”면서 “의무 거주 요건도 없어 이런 경우 전세를 놓으려는 가구들도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재건축 단지와 달리 ‘100% 분양’으로 이뤄진 단지 특성도 전세 매물 증가 요소로 꼽힌다. 이 단지는 공무원연금공단이 소유하던 것을 시공사인 현대건설과 GS건설 등이 통으로 사들여 새로 지은 것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해당 단지는 사실상 100% 분양이라 다른 재건축 단지처럼 조합 물량이 애초에 없었고, 이에 따라 입주하는 조합원도 없다 보니 입주장에서 전세 매물이 다른 단지와는 다르게 많은 것”이라고 했다.
◇ “매물 소화 속도 느리지만 8월 말 기점으로 달라질 것”
아직까지 ‘디에이치자이개포’의 전세 계약 속도는 빠르지 않은 편이다. 인근 D공인중개사무소장은 “아직은 입주 초기인데다 휴가철이다보니 전세 계약 체결 속도는 더딘 편”이라면서 “전세를 노리는 수요자들의 문의는 잇따르고 있지만, 가격 조정 가능성을 엿보고 있는 분위기”라고 했다. M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입주한 방배그랑자이의 경우 재건축 이주 가구가 몰리면서 점심밥도 못 먹고 중개를 했다던데, 여긴 아직 그런 분위기는 아니다”라면서 “전·월세를 놓으려는 수요가 꽤 있다는 걸 알고 전세 물건을 찾는 사람들이 가격을 더 낮추고 싶어한다”고 했다.
예비 전세입자들이 노리는 건 이른바 ‘입주장 효과’다. 통상 신축 대단지 아파트가 첫 입주를 시작할 때는 전체 가구의 60~70%가 임차 물량으로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면서 주변 전셋값이 하락 조정된다. 현재 이 아파트 단지 전용면적 84㎡의 전세 호가는 15억~17억원대. 전용면적 113㎡ 전세 호가는 24억5000만~27억원대다. 2018년 청약 당시 분양가를 모두 웃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이 단지의 입주 지정 마감일인 오는 9월 28일을 기점으로 전셋값이 ‘브이(V)자’ 반등을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셋값이 어느 정도 떨어질 것 같냐’는 질문에는 의견이 미묘하게 갈렸다. D공인중개사무소장은 “현재 나와 있는 물량을 감안하면 자금 여력이 팍팍한 집주인들이 지금보다는 호가를 낮출 가능성이 일부 있다”고 했다. J공인중개사무소장은 “주식시장에서 주가의 바닥을 논할 수 없는 것처럼 몇 가구나 가격을 더 내려줄 지 잘 모르겠다”면서 “하지만 8월 말이 되면 자력으로 잔금을 치를 수 있는 가구들만 남는다고 봐야 하기 때문에 지금을 바닥 언저리로 봐야 한다”고 했다.
◇ “전세 갈증 완화…일시적 조정 효과 수준”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세 갈증을 조금 해결해주는 수준 정도로 봤다. 이 지역 전세 시장에 영향을 줄 만큼 큰 폭의 가격 하락 조정이 나타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뜻이다. 개포동은 대치동 학원가를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세 수요는 많고 공급은 적은 지역이다. 자녀 학령기에 맞춰서 진입하는 학군지 특성상 자녀가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전셋집을 유지하려는 사람들과 학군지에 진입하려는 신규 수요가 많은 반면, 최근 공급은 많지 않았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현재 이 단지에서 나온 전세 매물이 결코 적지 않은 물량이라 이 지역 전세 수요의 갈증을 일부 해소해주는 효과는 낼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강남권 전세 시장에 공급이 수요보다 부족하기 때문에 이 지역 일대 전·월세 가격을 크게 하락시키기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연구원도 “현재 강남권을 비롯해 서울 주택 시장 전반에 전세 매물이 부족하기 때문에 입주장 효과가 크게 나타나기는 쉽지 않고, 전세 물량이 일정 부분 소화되면 가격도 다시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11일 이 단지의 ▲전용면적 84㎡B 1가구, ▲전용면적 118㎡A 4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이 진행될 예정이다. 소위 ‘로또 줍줍’으로 불리는 무순위 청약을 노리는 수요자들 사이에서도 “계약금만 준비되면 일단 넣고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무순위 청약 당첨자는 계약금(분양가의 20%)을 이달 26일 계약 체결일에 내야 하며, 잔금 80%는 오는 10월 29일까지 마련해야 한다. 윤 연구원은 “분양가와 시세, 전세 수요 등을 감안하면 이 단지 무순위 청약 당첨이 무주택 수요자들에게 큰 기회일 수 있지만, 대출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운 데다 앞으로 발생하는 세금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적어도 분양가의 30% 수준의 현금은 보유하고 있는 상태에서 기회를 노려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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