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재건축 실거주 번복'..쫓겨난 은마 세입자, 손해배상 못받는다
재건축 아파트 입주권을 얻으려면 '실거주 2년'을 채워야 한다는 규제가 없던일로 되면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 아파트에 전세 매물이 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일부 집주인은 실거주 조건을 채우려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고 집수리까지 해 들어왔는데 "분통이 터진다"는 이야기도 한다. 그런데 가장 큰 피해자는 집주인이 아니라 쫓겨난 이전 세입자다. 집주인이 2년안에 다시 전세매물을 내놓고 새로운 세입자를 들인다면 이전 세입자는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
불과 일주일 새 은마 아파트 전세 매물이 2배 가량 급증한 이유는 정부가 재건축 2년 실거주 의무를 "없던 일"로 해서다. 지난해 6·17 대책에서 재건축 아파트에 2년 이상 실거주해야 조합원 입주권을 주기로 했었다. 은마 아파트는 원래 대치동 교육 접근성 때문에 전세수요가 꾸준했고 지은지 오래돼 집주인 실거주 비율이 낮았다. 하지만 실거주 규제가 생기면서 집주인들이 계약갱신권을 행사하려는 세입자를 내보내고 본인이 실거주 하는 경우가 생겼다.
하지만 지난 13일 당정은 "세입자를 내쫓는 정책"이란 비판을 수용, 실거주 2년 의무 법안을 폐기하기로했다. 이렇게 되자 억지로 은마 아파트 등 재건축 단지에 실거주 해 온 집주인이 이사를 하고 전세 매물을 내놓은 것이다.
정부의 재건축 2년 실거주 철폐는 역설적으로 이전 세입자에게 가장 큰 타격을 줬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7월 말 시행된 임대차2법에 따라 세입자는 계약갱신청구권을 챙사해 2년 더 살 수있게 됐다. 다만 예외 조항으로 집주인이나 직계 가족이 실거주한다고 하면 갱신권을 행사할 수 없다. 이로 인해 은마 아파트 이전 세입자는 갱신권 행사를 못하고 다른 집을 구해야 했다.
하지만 실거주 의무가 없어진 집주인이 다시 전세 매물을 내놨다. 그러면서 전용 76.79㎡ 신규 전세 매물을 보증금 8억~9억원 선에 내놨다. 같은 면적의 은마 전세 갱신 계약의 경우 7월 현재 시점 기준으로 4억~5억원에 가격이 형성됐다. 갱신계약은 이전 임대료의 5% 이내로 올려야 하기 때문에 신규계약과 가격차가 2배 가량 벌어진 것이다. 전용 84.43㎡는 9억~10억원에 신규계약을 할 수 있다. 갱신 계약은 5~6억원 사이다.
이들은 집주인이 새로운 세입자를 들여도 손해배상청구도 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임대차법 6조의 3에는 "집주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제3자에게 주택을 임대하면 갱신거절로 인해 임차인이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돼 있다. 그런데 이를 달라 해석하면 "정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엔 갱신을 거절했더라도 제3자에게 임대를 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임대차법 분쟁조정위원회 관계자는 "정당한 사유에 대해 구체적인 사례가 나열돼 있지는 않지만 정부 정책에 따라 실거주를 하려고 세입자 갱신 요구를 거절했는데 정책이 바뀌어 집주인이 실거주 않고 새로운 세입자를 들이는 경우는 의도적, 악의적으로 갱신권을 거절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당한 사유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고 말했다.
정부의 오락가락 재건축 2년 실거주 의무 폐지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사람은 갱신권 행사도 못하고, 손해배상도 받지 못하고, 높은 전셋값에 신규계약을 해야 하는 기존 세입자가 됐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女화장실 193회 촬영한 40대男…초소형 카메라 판금 청원까지 - 머니투데이
- 中노인 요양원서 의문의 죽음, CCTV 봤더니…악마의 실체 - 머니투데이
- 골판지 침대, 앉으면 폭삭?…호주 선수 3명이 '펄쩍' 뛰어봤다 - 머니투데이
- 김빈우, 엄마 만류에도 '브라샷' 공개…"시아버지 허락받음" - 머니투데이
- '영탁막걸리' 150억 진실공방…예천양조 측, 깜짝 녹취 공개 - 머니투데이
- '24만 유튜버' 성용, 21일 사망…"지나친 억측 삼가시길" - 머니투데이
- 오피스텔서 추락사한 여성…스토킹한 전 남친, 2심서 감형된 이유 - 머니투데이
- 이승기, ♥이다인 잘 만났네…"결혼·득녀 후 부모님과 더 돈독해져" - 머니투데이
- 아직 예산안 심사 중인데…윤 대통령, 추경 카드 만지작 이유는? - 머니투데이
- 서장훈 "이혼해" 정색한 이 부부…아내는 종일 음주, 남편은 폭언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