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달이 지나도 봉합 안 되는 LH사태.. 3기 신도시 보상작업 '정체'

연지연 기자 2021. 6. 2.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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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직원들이 투기했다고 뉴스 나온 게 3월이었잖아요. 그 뒤로는 영 진척이 없어요. 갈등도 심하구요. 조용했던 동네가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어요.”(하남 교산 신도시 원주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된 지 석 달이 흘렀지만, 여파가 여전한 모양이다. 대규모 주택 공급을 할 수 있는 3기 신도시 보상 속도가 좀처럼 나지 않고 있다.

경기 하남 교산 신도시가 들어설 천현동, 교산동, 춘궁동 일대의 지난 3월 17일 모습.

2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보상정보에 따르면 3기 신도시에 해당되는 남양주 왕숙지구나 고양 창릉지구의 대토보상계획 공고 등이 나오질 않고 있다. 가장 최근에 나온 공고는 지난 4월 2일에 나온 인천계양지구의 대토보상계획이다. 이후론 한 달 이상 마땅한 공고가 없는 상황이다.

대토보상계획 공고는 3기 신도시 진척 상황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 지표다. 갈등이 없는 사업장이 없지만, LH가 이를 효과적으로 조율하고 나서야 공고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매주 ‘위클리 주택공급 브리핑’을 할 정도로 주택 공급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럼에도 이처럼 3기신도시 보상 속도가 부진한 것은 지난 3월 나온 LH 직원의 땅 투기 의혹 때문이다. 사건 의혹이 나온 지 100여일이 지났지만 갈등만 커지는 모양새다.

우선은 보상을 받고 싶지 않다는 이들이 많아졌다. LH가 보상을 해줄 때에는 신도시로 개발되는 데 따른 이익(이하 개발이익)을 인정해주지 않기 때문에 감정가액은 인근 토지보다 낮다. 토지주가 손실이라고 생각하는 대목이지만 그간은 LH가 공익이라는 대전제를 강조하며 토지주의 양보와 협의를 이끌어내왔다. 그런데 LH가 땅 투기 의혹으로 신뢰를 잃어버리면서 이런 협상력을 펼치기 어려워졌다.

남양주 왕숙지구의 한 토지주는 “LH 사람들은 지금까지 감정 평가액이 싸더라도 빨리 보상에 응해서 각종 인센티브(협의양도인택지)를 받으라고 했다. 그런데 본인들은 업무 지식 활용해 더 많이 보상 받으려고 했던 것 아닌가. 보상을 잘 받는 방법을 알면서 우리를 속여먹는 것”이라고 화를 냈다.

대토보상 방지대책이 나온 것도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6일을 기준으로 광명·시흥지구를 포함해 앞으로 발표하는 모든 공공주택지구에서 공람일 기준 토지소유 기간이 1년 미만이면 협의양도인택지를 받을 수 없게 했다. 협의양도인택지란 그동안 실거주와 상관없이 수도권 1000㎡ 이상 등 일정 규모 이상을 보유한 토지주가 받을 수 있는 땅이었다.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게시판에 3기 신도시 홍보영상이 나오고 있다./연합뉴스

정부는 남양주·하남교산·인천계양·고양창릉·부천대장 등 다른 3기 신도시는 이미 보상을 진행 중인 것을 고려해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협의양도인택지에 대한 전매 금지는 모든 공공주택지구에서 동일하게 적용했다. 협의양도인택지를 제공하는 것은 토지주들의 인근 지역 안착을 지원하기 위한 것인만큼 금융기관을 낀 대여 개념의 대출 제공, 전매 등을 모두 금지해야 한다는 게 국토교통부의 입장이다. 하지만 토지주의 반발이 의외로 거세다.

이에 대해 하남 교산 신도시의 한 토지주는 “보상이 늦어지면서 인근 땅값이 크게 올랐다. 보상받아서는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협의양도인택지를 받아서 매도하고 현금보상 받은 것과 합쳐서 다른 곳으로 아예 이주해야 이전과 같은 규모의 토지를 운영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계산해왔는데, LH 때문에 다 틀어졌다”고 했다.

남양주 왕숙지구의 한 토지주는 “3기 신도시를 지으면 우리 가족에 좋은 것이 하나도 없다. 예전엔 빚이라도 좀 줄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규정이 바뀌어서 자금 융통이 안 된다고 한다. 보상에 응할 이유가 있나. 입장 바꿔 생각해보라”고 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기존에 갖고 있던 땅을 담보로 대출을 많이 한 사람들이 있다”면서 “협의양도인택지의 전매를 금지하면 이를 통해 일부 대출을 상환하는 행위가 사실상 막히는 것이다. 그래서 보상에 응하지 않는 형식으로 행동에 나서는 것이고 생각보다 예민한 문제일 수 있다”고 했다.

일부에선 빠른 보상 진행을 원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보상을 가로막는 이들과 보이지 않는 갈등을 겪는 중이다. 인근 땅을 미리 확보하기 위해 거금을 대출해 매수해놓고 토지보상을 받아 대출을 갚으려고 했던 이들이다. 과천과천지구 토지주는 “이자 부담이 큰 상황이라 빠른 보상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 LH 땅 투기 의혹에 과천지점이 연루돼 있다보니 논의가 늦어진 측면이 있고, 그 사이 토지주끼리 갈등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고 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3기 신도시 보상이 자꾸 지체되면 2025년 입주가 일정대로 진행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 부동산전문위원은 “소유권이 완전히 이전되고 공사에 들어가면 2년 반에서 3년 뒤에나 입주가 가능하다”면서 “지금보다 더 늦어지면 2025년 입주는 쉽지 않을 수 있다. 지금부터 3년 반밖에 남지 않았다”고 했다. 심교언 교수는 “아직까지 2025년 입주가 불가능하다고 말할 정도의 일정은 아니지만, 정부가 동력을 상실하면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토지주의 이익을 지나치게 저해할 경우엔 의견 합치가 쉽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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