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사업자 혜택 또 손질 예고에.. "해도 너무하네" 불만 폭발

연지연 기자 2021. 5. 23.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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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사업자의 혜택이 한 차례 더 손질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당사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는 임대 의무기간을 채우고 자동 말소된 민간임대주택 사업자의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기간을 6개월로 한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임대사업자들은 현실을 전혀 알지 못한 채 탁상공론식 규제를 펼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과를 피하려면 임대기간을 맞춰야 하는데 임대차 3법 때문에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건설회사 등이 주로 하는 건설임대사업자들은 그대로 두고 일반인이 주로 하는 매입임대사업자만 표적으로 삼는다는 볼멘 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임대사업자들이 안정적인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형태로 사회에 기여하고 있는 부분을 무시하고 집값 상승의 책임만 지우는 ‘마녀사냥’식 규제에 나서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 등 부동산 특위 위원들과 대한주택임대인협회가 5월 14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등록주택 임대사업자 탄압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연합뉴스

2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토교통부는 민주당 부동산 특위에 민간임대주택 사업자의 양도소득세 중과배제 혜택의 시한을 등록 말소 이후 6개월로 제한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렇게 시한을 정해놓으면 임대주택이 매매시장에 흘러나와 집값이 안정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임대사업자들은 현실적으로 기한 내에 매도하는 것이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18년 1월 15일에 임대차 계약을 맺고 2018년 6월에 4년 의무기간이 필요한 임대주택 사업자로 등록한 경우, 임차인이 2년 단위로 계약을 맺었다고 가정하면 2022년 1월 15일에 임대차 계약이 만료된다. 한 번 계약을 연장하는 경우가 많은 점을 감안하면 실제 계약 만료일은 2024년 1월 15일이다.

하지만 이 임대사업자의 임대주택 자동말소는 2022년 6월이다. 양도소득세 중과를 받지 않으려면 2022년 12월까지 주택을 매도해야 양도소득세 중과를 면할 수 있다. 문제는 부동산 시장에서 임대기간이 많이 남은 집을 미리 팔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임대차 3법이 도입된 이후 임대차 시장이 경직된 상태이다 보니 전세가 1년이나 남은 상황에서는 세입자와의 협의가 쉽지 않아 현실적으로 매도가 어렵다.

매도가 이뤄지려면 세입자에게 이사비용을 물어주고 퇴거시킨 후 매도에 나서거나, 자동말소 후 매도를 염두에 놓고 임대주택을 일정 기간 공실로 둬야 한다. 그런데 6개월 이상 공실로 둘 경우 거주주택 비과세 혜택 등 각종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임대주택이 한 채 있고,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주택이 한 채 있을 때, 임대주택 자동 말소 후 매도를 쉽게 하려고 6개월 이상 공실로 둔 경우라면, 거주주택을 매도해도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당장 민간 임대사업자들은 반발에 나서고 있다. 4~8년간 임대료 5% 상한선을 지키고, 특별한 사유 없이는 임차인 계약 연장 거부권도 없는 의무조항을 지키는 대신 받기로 한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대한주택임대인협회는 이달 28일까지 헌법소원에 관련한 탄원서를 취합하고 6월 초 헌법재판소에서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임대사업자 A씨는 “임대수익 일부를 포기하는 대신 양도소득을 일정 부분 세금 혜택을 보장해주는 제도였는데, 임대수익을 먼저 포기시키고는 나중에 양도소득에 대한 세금은 더 내라고 하는 격”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민간임대사업자에게만 집값 상승의 책임을 덮어씌우고 건설사들이 가진 민간공공임대는 또 장려하는 이상한 정책이 펼쳐지고 있다”는 불만도 제기된다. 민간공공임대는 주택을 건설해 임대주택으로 수년간 공급한 이후 일반에 매도하는 이들이다. 중소형 건설사나 부동산 법인이 주로 이런 건설임대사업에 나선다.

정부는 여전히 건설임대사업자의 혜택을 유지하고 있다. 건물을 짓는 과정에서 주택도시기금의 저리 대출을 제공하고, 인허가 절차도 간편하게 통과하도록 편의를 봐준다. 임대기간 동안 보유세도 감면된다. 지난해 7월 법인의 종합부동산세율 상향에서도 건설임대사업자는 제외됐다. 임대주택을 새로 만들어 공급한다는 점을 인정받기 때문이다. 임대사업자 B씨는 “건설사 등 건설임대사업자에겐 혜택과 일정 수익을 보장하면서 민간 임대사업자만 문제를 삼는 상황에 화가 난다”고 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정부가 등록임대사업자 혜택에 대해선 이미 손을 많이 본 상태라 사실상 규제할 게 없는데, 안타까운 일”이라면서 “세입자 입장에선 4~8년에 2년을 더 붙여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안심주택인데 이런 기여도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가격 상승은 강남 등 고가 아파트가 견인한 것으로 임대주택과는 거리가 멀다”며 “임대사업자를 마녀사냥해 민간의 전·월세 공급을 위축시킨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들이 보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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