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잡고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 임대사업자 옥죄는 여당..매물 토해낼까

박상길 2021. 5. 22.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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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민이 서울 노원구 상계동 일대 아파트 밀집 지역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디지털타임스 박상길 기자] 정부가 집값 급등의 원인이 다주택 임대사업자에게 있다며 강력한 규제를 검토하고 있어, 이들 임대사업자들이 보유한 매물이 대거 쏟아질 지 관심이 모아진다.

정부는 작년 발표한 7·10 대책을 통해 취득세와 종부세, 양도세 등 주택 보유부터 거래까지 모든 단계의 세율을 확 높였다.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을 팔 때 적용하는 양도세 중과세율을 기존보다 10%포인트 더 높였고, 이에 따라 기본세율을 합한 양도세 최고 세율은 2주택자의 경우 62%, 3주택자는 72%로 치솟았다. 여기에 지방소득세까지 붙이면 3주택자의 경우 집을 팔 때 80% 정도를 세금으로 내놔야 한다. 다만 퇴로는 열어줬다. 조정대상지역 양도세 중과를 올해 6월 1일 시행하기로 했다.

정부는 다주택 임대사업자들에게 견딜 수 없을 만큼의 세금을 부과하면 부담 매물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불로소득도 환수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결과는 정부의 참패였다. 다주택 임대사업자들이 버티기에 돌입하면서 주택 매물은 잠겼고 이로인해 집값은 더 급등했다. 다주택 임대사업자들은 세금을 내는 것보다 증여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작년 주택 증여 건수는 15만2000호로 2019년보다 40% 가까이 급증했다.

정부의 의도와 다르게 다주택자들이 버티기에 돌입하자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등록임대사업자에게 주는 세제 혜택을 대폭 줄이거나 제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졌다.

강병원 최고위원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주택임대사업자의 과한 세제 특혜를 단계적으로 축소해 이들이 보유한 매물이 단기간에 시장에 공급되게 하면 빌라 등 중저가 주택 수요자들이 지금보다 쉽게 집을 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도 임대사업자 혜택이 불공정하다며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진성준 의원은 이달 초 노형욱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등록임대사업자에 대한 과도한 세제 혜택 등이 부동산 투기의 빈틈으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며 지적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인 김두관 의원은 지난달 26일 "소형주택 공급이 지속해서 늘었지만, 임대사업자가 사들이는 비중이 더 커지고 있다"며 "임대사업자에게 다양한 세제 혜택을 준 것이 집값 폭등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밝혔다.

이처럼 다주택 임대사업자 혜택 철폐 요구가 거세자 민주당 부동산 특별위원회는 특단의 조치를 내리기로 했다. 부동산특위는 의무 임대 기간이 끝난 주택에 대해 6개월 정도 유예기간을 준 뒤 양도세를 중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작년 7·10 대책으로 민간임대주택특별법을 개정하면서 단기임대(4년)와 아파트 장기 매입임대(8년) 사업은 폐지됐다. 이에 따라 법 개정 전 160만호였던 등록임대주택은 작년 말까지 약 46만호 정도가 자동 말소됐고 여기에 자진말소까지 합하면 60만호의 사업자 등록이 말소된 것으로 추정된다.

임대사업자 등록 말소 때 임대의무기간을 절반 이상 채운 자진말소의 경우엔 1년 내 팔아야 양도세 중과를 피할 수 있지만, 임대의무기간을 모두 충족한 자동말소는 양도세 중과를 무기한 면제받고 있다. 작년 8월부터 최근까지 자진말소 임대주택은 20% 정도가 시장에 풀렸지만 자동말소 임대주택은 2%만 매물로 나왔다. 임대사업자 세금 혜택 폐지를 요구하는 여당 의원들은 자동말소 사업자의 양도세 혜택을 없애면 매물이 증가하면서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임대사업 당사자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장은 "정부 실정으로 인한 부동산 시장 혼란과 주택 가격 상승의 책임을 임대사업자들에게 전가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부동산 업계는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금 혜택 폐지로 민간 주택 임대사업을 급하게 위축시킬 경우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고 경고했다. 등록임대제도가 부동산 투기에 이용되는 역기능도 일부 있지만 공공임대주택 비중이 9% 안팎에 불과한 상황에서 민간 임대주택을 갑자기 줄이면 임대차 시장의 매물 부족을 부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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