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직원 없다"는 SH 셀프조사.. 전문가들은 "그걸로는 못믿는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10년간 전체 사업지구 보상 전수조사 결과공개… 토지투기 의심 직원은 없는 것으로 확인.’
SH공사는 지난 11일 이같은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2010년 이후 SH공사가 진행한 공공 개발사업지 14곳을 대상으로 직원과 배우자, 직원의 동일세대 직계존비속이 토지나 지장물 보상을 받았는지를 조사한 결과, 투기 직원이 없었다는 것이다.
SH공사는 직원 1531명과 가족 4484명의 이름·생년월일을 보상자료와 상호 대조했다고 밝혔다. 대상 토지는 보상이 완료된 마곡·항동·위례·오금·내곡·세곡2·고덕강일지구, 보상이 진행 중인 성뒤·구룡·신내4·강동산단·영등포·연희·증산 지구 등 총 14곳이었다.
조사결과 총 4명이 보상금을 수령(토지1명, 지장물 3명)했다. 이 중 세곡2지구에서 토지보상을 받은 1명은 SH공사에 입사하기 전 상속받은 토지로 보상을 받아 혐의가 없었다. 고덕강일지구에서 지장물(비닐하우스) 보상을 받은 2명은 2019년 허위 영농서류 제출로 검찰 조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나, SH공사는 자체 조사 후 중징계(강등) 처분했다. 지장물(비닐하우스) 보상을 받은 나머지 1명은 투기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고 SH공사는 밝혔다. 2002년 이 직원이 입사하기 이전부터 부친이 보상지 인근에 거주했다는 것이다.
김세용 SH공사 사장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례를 접하고 국민의 의혹을 해소하고자 선제적으로 공사 사업지구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했다"면서 "2018년 이후 보상시스템을 개선해 수시로 점검한 것이 보상 비리를 원천차단한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SH공사의 이같은 자체 조사 결과에도 시장의 의구심은 꺼지지 않고 있다. 우선 세대가 분리된 직원의 직계존비속에 대한 조사가 포함되지 않았다. SH공사는 "세대 분리된 직원 가족에 대해서도 개인정보 이용 동의를 받아 위 14개 사업지구에서 토지 또는 지장물을 보상받은 사실이 있는지 여부를 확대 조사할 계획"이라고 했다.
여기에 지인이나 차명을 통한 투기행위는 조사 범위에서 빠져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른바 ‘셀프조사’라는 신뢰성 문제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자체조사가 아닌 제삼자 조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LH 직원보다 SH공사 직원들이 더 똑똑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면서 "바보가 아닌 이상 자기 이름으로 투기를 하겠느냐, 차명을 이용한 투기까지 샅샅이 수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직원과 일부 가족의 이름만 맞춰보는 수준의 자체 조사에선 어느 정도 예정된 결과"라면서 "그래놓고 ‘의심 직원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하는 것은 국민들을 더 의심하게끔 만들 뿐"이라고 덧붙였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도 "SH공사에서 자체 조사한 ‘셀프조사’라는 점에서 신뢰가 가지 않을 수밖에 없다"면서 "이 말을 믿는 국민이 몇명이나 될지 의문"이라고 했다.
앞서 정부합동조사단이 LH와 국토부 직원 1만4000여명을 대상으로 전수 조사를 한 결과 총 20명의 투기 의심자를 확인했다는 ‘셀프 조사’에서도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는 이 조사 결과에 대해 "LH와 국토부의 직원 명단과 해당 지역의 토지거래내역, 등기부 등본 등을 대조하는 합동조사단의 조사방식은 예견됐던 대로 아주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정리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했다.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은 시장에 취임하면 SH공사 조사와 별개로 비위 조사를 착수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특별사법경찰관과 서울시에 이관될 자치경찰을 통해 서울시와 SH를 전수조사하겠다"고 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SH공사는 LH와 똑같은 권한과 직무를 수행한다. 당연한 합리적 의심"이라면서 "과거 택지개발사업에 불법적 요소가 없었는지 시장 취임 직후 즉각적인 진상조사에 착수하고 종합 대책을 마련해 전수조사하겠다"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과거 모든 신도시 개발과정에 대해 국토부를 포함한 공공부문의 비리는 없는지 전면적인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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