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 불신' 일파만파..전방위적 수사 확대 불가피

문제원 2021. 3. 11. 11:5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적 불신 '일파만파'
오늘 1차 조사결과 발표.."첫 단추에 불과"
공직자, 국회의원 등 추가 의혹 쏟아져
'범죄와의 전쟁급' 전방위 수사확대 필요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안보고를 앞두고 허리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류태민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13명의 광명시흥지구 투기 의혹에서 촉발된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참여연대와 민변의 첫 폭로 이후 곳곳에서 정치인과 공무원, 공기업 직원의 사전 투기 의심 사례가 추가로 제기되면서 사실상 ‘공공’이라는 이름이 붙은 개발 사업은 대부분 투기의 대상이 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온다.

정부가 11일 오후 국토교통부와 LH 직원 약 1만4500명에 대한 1차 조사결과를 발표하지만 업계에선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기는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다른 공직사회에서도 유사한 공직자 투기 사례가 많을 것이란 국민들의 심증이 굳어진 만큼 이번 조사결과와 무관하게 정부합동 특별수사본부(합수본) 차원의 전방위적인 수사가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다.

'속전속결' 1차 조사결과…신뢰도 '글쎄'

11일 정부에 따르면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례 브리핑을 열고 정부합동조사단의 국토부·LH 직원에 대한 1차 조사결과를 발표한다. 하지만 이미 여론은 1차 조사 결과만으로는 신뢰를 되찾기 힘들다는 분위기다.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조사대상과 범위가 정부의 자의적 기준에 따라 한정됐다는 점이다.

실제 온라인 상에서는 광명시흥지구 등 6개 3기 신도시와 과천 과천지구, 안산 장상지구 등에 대한 국토부 공무원 등의 투기 조사 한계를 지적하며 공직 사회 전체로 강제수사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진다.

LH 외에도 국회의원과 수도권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비슷한 사례가 다수 발견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광명시는 전날 자체 조사를 통해 광명시흥 신도시 예정지 땅을 매입한 소속 공무원 6명을 확인했다고 밝혔으며, 시흥시도 신도시 예정지 내 토지를 취득한 공무원이 8명이라고 공개했다.

경기도 시흥·하남시에서는 시의원이 가족 명의로 신도시 후보지에 토지를 취득한 사실이 확인됐고,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어머니도 2019년 광명 가학동 인근 땅을 매입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5개 3기 신도시 예정지의 경우 정부의 신도시 지정 발표 직전 토지 거래량이 2∼4배 급증한 것으로 조사돼, 정보가 사전에 유출됐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 외에 3기 신도시 토지주와 LH 직원의 이름이 동일하다는 제보도 빗발친다.

수사확대 불가피…정부 신뢰도 회복 난망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들은 빙산의 일각이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자 정부에 수사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국토부 여론광장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부동산 관련 온라인 카페 등에는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도 수사를 해야 한다는 글이 속속 올라온다.

한 청와대 청원인은 "세종시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며 "세종시의 경우 새롭게 도시가 건설되는 곳인데다 광명시흥 신도시의 몇배는 되는 규모이기 때문에 LH 직원들이 더 해먹을게 많았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여론광장에 글을 올린 한 시민의 경우 "검단신도시의 신축 아파트 가격이 7억~8억원을 호가한다"며 "이 곳은 분양 초기에 공무원의 투기 의혹이 많았던 곳이다. 전국적으로 주목 받는 지역의 신축 아파트 분양권도 전체 조사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노태우 전 대통령이 1990년 폭력조직을 전면 소탕하기 위해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던 것과 같이 조사범위와 대상이 정해지지 않은 전방위적 공직자 투기 의혹 조사가 실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안철수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도 이날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정조사든 검찰수사든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철저한 진상조사와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회장)는 "국민적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전수조사 지역의 범위를 좀 더 확대하고 신도시의 경우 인근 지역도 조사해야 한다"며 "일반 공무원과 지방공기업은 물론 형제, 자매로 범위를 확대하고 부동산 구입 자금출처까지 들여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770명 규모 '합수본' 출범

정부는 일단 770명 규모의 '정부합동 특별수사본부(합수본)'를 만들어 부동산 투기 의혹을 샅샅이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전국 18개 시·도경찰청이 합수본에 투입되며, 국세청과 금융위원회 등의 전문인력도 파견받는다.

지역 경찰청으로 규모가 확대된 만큼 수사 범위도 전국 단위로 넓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 합수본은 LH 직원 외에도 자체 범죄정보 수집을 통해 확인된 건에 대해서도 내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여전히 조사범위가 너무 광범위한데다 정부 차원에서 향후 2·4 주택 공급대책 강행을 위해 수사를 축소할 가능성도 거론되는 만큼 수사 진행과정을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서성민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는 "합수본을 중심으로 수사가 될 경우 행위자의 친인척까지 조사가 돼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신도시 인접 지역에 대한 조사는 너무 광범위한 만큼 포괄적으로 진행될 수도 있기 때문에 수사를 통해 확보된 단서를 가지고 범위를 확장할 필요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