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릉 김상균, 세교 권병윤, 과천 박선호.. 국토부 전 고위급 땅에 찾아든 개발 호재

최상현 기자 2021. 3. 10.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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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신도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첨단산업단지…

국토교통부 고위급이 물려받은 땅들에 이같은 호재가 몰린 것은 우연일까.

지난해 12월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2020 부동산 투기꾼 10’ 시상 퍼포먼스. /연합뉴스

1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김상균 전 국가철도공단 이사장과 권병윤 전 한국교통안전공단 이사장, 박선호 전 국토부 1차관이 물려받은 총 3만1728㎡의 토지·건물 등은 최근 몇년 간 각종 개발 호재로 값어치가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발표된 공직자 재산공개에 따르면, 김상균 전 이사장은 배우자와 함께 경기 고양시 덕양구 화전동 일대에 4633㎡의 땅과 창고, 상가 등을 보유했다. 기술고시 14회 출신인 김 전 이사장은 철도청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해 2000년 1월 고속철도건설사업소장, 2002년 12월 시설본부장, 2003년 7월 건설본부장을 지낸 ‘30년 철도맨’이다. 올해 2월 21일까지 이사장 직을 맡은 국가철도공단은 철도시설의 건설 및 관리를 전담하는 공공기관이다.

우연치 않게 김 전 이사장의 부동산에는 두 번에 걸친 ‘철도 호재’가 찾아왔다. 먼저 지난해 4월 국토교통부에서 경의중앙선 향동역 신설을 승인하면서 화전동 땅은 ‘역세권’ 입지가 됐다. 이어 지난해 12월 고양 창릉 신도시에 대한 ‘광역교통 개선대책’ 확정으로 인근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창릉역까지 들어서게 됐다.

재산신고 상에는 김 전 이사장과 배우자가 보유한 화전동 땅 등의 가격이 62억원 가량으로 기재돼있다. 3.3㎡당 470만원 정도다. 그러나 인근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최근 실제 시세는 3.3㎡당 1000만원 이상으로 신고가액의 두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 전철역이 들어서는 곳 인근에 토지와 건물을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 사적 이해관계가 충돌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김 전 이사장 측은 "일부는 중·고등학교 시절 증여받았고 신설역 인근 토지는 김 이사장의 선친이 작고한 2010년 쯤 상속을 받았다"면서 "향동역 신설은 고양시가 타당성 조사를 시행하고 국토부가 법률에 따라 승인한 사항으로 이해충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한 바 있다.

땅을 팔아 이해 충돌 문제를 해소할 수도 있었겠지만, 대법원 등기소에서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김 이사장은 여전히 해당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8월 12일에는 화전동 땅 일부를 장남에게 증여하기도 했다.

권병윤 전 한국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은 지난 2019년 경기 평택시 세교동에 보유했던 토지 1800㎡가 ‘세교지구’로 평택시에 수용되며 10억원이 넘는 현금을 손에 쥐었다. 이는 해당 토지에 대한 종전 신고가액인 3억4741만원의 3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대법원 등기소에 따르면, 권 전 이사장은 평택시 칠괴·합정동과 안성시 원곡면 칠곡리 일대에 2만4000㎡가 넘는 땅을 보유하고 있다. 권 전 이사장의 땅은 대부분 ‘평택 브레인시티 개발사업’의 수혜를 직·간접적으로 입는 입지에 자리하고 있다.

평택 브레인시티 개발사업은 주한 미군기지가 평택시에 이전해오는 댓가로 유치하는 첨단 산업단지다. 성균관대학교 및 국제공동연구소가 입주하며,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인접해있어 집값이 가파르게 뛰는 지역이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평택시 동삭동 ‘힐스테이트지제역’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6일 7억원에 거래되며 분양가(약 3억5000만원) 대비 두배 올랐다.

세교지구로 수용된 땅 외에도 권 전 이사장은 브레인시티 중심지인 칠괴동에 683㎡ 면적의 알짜배기 토지를 보유하고 있다. 신고가액(공시지가)은 9971만원으로 3.3㎡당 48만원 정도에 불과하지만, 실제 가치는 그 8배에 달한다는 의견이 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삼성전자로 직접 통하는 대로에 접해있고, 대규모 주거단지가 배후 수요로 받쳐주고 있어 평당 400만원도 받을 수 있는 땅"이라며 "매물로 내놓을 때 적정 시세는 8억원 가량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안성시 원곡면 칠곡리에 보유하고 있는 2만㎡ 가량의 토지도 브레인시티까지 직선거리 5㎞, 차로 10분 거리에 있어 향후 가치 상승이 기대된다. 공교롭게도 안성땅 인근에도 쿠팡과 홈플러스 등이 입주한 안성원곡물류단지(2014년 준공)가 들어섰다.

권 전 이사장이 보유한 땅은 대부분 부친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다. 총 7명이 지분을 공평하게 나눠 상속받은 것이기 때문에, 권 전 이사장 ‘일가’로 보면 개발 호재를 입은 땅의 넓이도 7배라는 얘기다.

박선호 전 국토부 제1차관은 최근까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하마평에 오르내렸던 인물이다. 박 전 차관은 경기 과천시 과천동에 1259.5㎡의 토지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18년 12월 국토부가 발표한 ‘2차 수도권 주택공급’에서 과천 신도시로 포함된 땅이다.

지난해 참여연대는 박 전 차관의 과천땅이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 전 차관은 "차관 부임 후 신도시 발표 계획을 보고받으며 과천 신도시 계획을 처음 알게 됐다"고 해명했다.

공공주택지구 지정 당시 연관성이 높은 국토도시실장을 역임한 데 대해서는 "과천 신도시는 2018년 12월 19일 공식 발표됐으나 본인은 그해 7월 25일부터 12월 14일까지 국토도시실장으로 근무했다"고 했다. 그러나 국민권익위원회는 박 전 차관의 업무와 과천 소재 토지 간의 ‘사적 이해관계’가 발생했고, 이를 기관의 장에게 신고해야 하는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개발에 관련된 공무원이 토지를 계속 보유해도 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개발 정보를 미리 접하거나 관여할 수 있는 고위 공직자가 토지 가격 상승을 통해 이익을 보는 것은 국민적 박탈감을 불러올 수 있다"면서 "설사 상속받은 땅이라고 해도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상황이라면 처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부동산과 달리 주식에 대해서는 이해충돌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방지하기 위해 지난 2005년부터 백지신탁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재산공개대상자와 금융위원회·기획재정부 소속 4급 이상 공무원은 보유 주식의 직무관련성이 인정되면 매도하거나 수탁기관에 백지신탁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본인 뿐만 아니라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이 보유한 주식에도 해당된다. 최근 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지며, 일각에서는 부동산에도 백지신탁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 상황이다.

반면 그런 조치가 과도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고위 공직에 오른 뒤 취득한 부동산이라면 모를까, 물려받은 부동산까지 재산권을 제한하는 것은 무리한 제재"라면서 "토지의 경우에는 운용 수익이 따로 나오는 것도 아니라 신탁을 하기에도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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